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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life 제659호 (18.12.25) BOOK

입력 : 
2018-12-20 09: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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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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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펴냄
10년간 써온 글을 묶어 첫 책을 냈으니 다시 책을 펴내려면 한 세월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신작을 나왔다. 전작이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그의 10년간의 연구를 갈무리한 것이었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지난 20년간 그가 공부한 것을 압축해 소개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질병의 사회사에 관한 숱한 연구와 최신 논문을 뒤진 끝에 ‘역사와 과학을 줄기 삼아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해 논하는 책’으로 완성한 것이다. 책의 첫머리부터 등장하는 사연은 표준화된 몸이 되지 못해 아파야 했던 여성의 이야기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청(FDA)는 불면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졸피뎀의 처방 용량을 10mg에서 5mg으로 줄였다. 성인 남성 기준인 10mg의 약을 먹고 8시간 수면을 취한 여성의 15%, 남성의 3%가 운전에 지장을 줄 만큼의 약이 혈액에 남아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졸피뎀 외에도 2001년 미국 보건부는 이전 3년간 시장 판매가 취소된 약 10개 중 8개가 남성보다 여성의 부작용이 더 컸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난 8월 발표된 필립 모리스 내부 문건을 토대로 ‘한 논문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와 유해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연기 없는 세상’이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고발한다. 책에는 한국의 소득 하위 20%의 평균수명이 78.55세, 소득 상위 20%는 85.14세라는 연구가 소개된다. 경제적 격차가 6.59년의 기대 수명 차이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추세라는 것. “건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사랑하고 일하고 도전하기 위한 삶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누군가는 그 삶의 전제조건이 달라지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저자는 역학의 관점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를 보여주기도 하고,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인종차별로 인해 가장 절실히 필요한 의약품이 가장 천천히 개발되는 세계의 논리를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후반부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시대는 14세기 흑사병의 광풍이 부는 중세다. 흑사병으로 인해 마녀사냥이 이뤄졌고, 여성이 더 많은 희생을 치렀으며, 근거 없는 미신이 유행했던 시대였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도 현대판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는 흑인과 동성애자를 희생양으로 삼았고, 여전히 합병증보다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자살이 더 큰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죽음으로부터 환자를 소외시키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고통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이반 일리치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죽음의 주도권을 스스로가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것이다.

책의 프로필에는 이런 ‘선언’과도 같은 문장이 적혔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기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이여 고요를 되찾으라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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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지음 / 수오서재 펴냄
“우리 안에 있는 고요함과 만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예전에는 잘 몰랐던 것들이 밝아지면서 비로소 드러나게 됩니다.” 혜민 스님이 신작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로 돌아왔다. 전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300만 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85만 부가 팔렸으니, 400만 부 판매를 눈 앞에 둔 ‘국민 멘토’의 귀환이다.

혜민 스님이 3년 만에 펴낸 신작을 수오서재 출판사는 ‘마음돌봄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인의 외로움, 가족관계와 우정, 소소한 행복과 삶의 가치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치유학교’를 서울 인사동과 부산 센텀에 열어 영성 수업을 열고 있는 혜민 스님은 이번 책에서 현대인들의 고질병이 된 ‘외로움’을 주제로 다룬다. 우리가 외로운 이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 새로운 고독의 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요한 가운데 깨어있는 ‘적적성성(寂寂惺惺)’이라는 옛 선사들의 경험에서 나온 지혜가 이 책의 가르침이다. 마음이 고요해졌을 때 지금 상황과 내 마음을 천천히 살펴본다면 고요 속의 지혜가 답을 줄 것이라는 잠언을 전한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9호 (18.12.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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