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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당신은 포노 사피엔스입니까?

입력 : 
2018-12-20 14: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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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스마트폰이 인류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우리네 인류를, 이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 부른다. 시대가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면, 모든 것이 함께 변화해 감이 옳다. 물론 선택은 수용자인 우리가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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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X세대’라 불리는 시절에 청춘을 보냈다. 나와 우리에게 세상이 보내는 시선은 삐딱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기성세대의 그런 눈총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동시대 트렌드로 회귀한 힙합 패션으로 거리를 청소했고, 신흥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던 압구정을 휘젓고 다녔다. 그런 우리들에게 시대는 ‘오렌지족’이라는 또 다른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라는 말. 그리고 X라 불렸던 우리는 대략 1995년 즈음부터 세상에 발을 딛고 자라온 청춘들을 ‘Z세대’라 칭한다.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할 시절을 거슬러 존재하는 X는 오프라인 세상을 메인 플랫폼으로 활약했다. 물론 당시 막 튀어나오기 시작한(지금으로서는 구식일 수밖에 없는)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온라인 세상의 탄생과 조우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Z’라는 알파벳 맨 마지막 순서에 놓인 새로운 세대는 온라인이 더 친숙한 이들이다. 이들에게 오프라인은 유아기와 소년기에 존재했던, 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는 추억일 뿐이다. X가 불과 몇 년 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충격의 괴성을 질렀던 것에 반해, Z에게 스마트폰은 그냥 당연하게 존재하고 있던 일상의 물건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제는 기성세대로 자리한 X가 스마트폰을 대하는 것과 Z의 그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냥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일 뿐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이 급물살 속에서 잠시 딴눈을 파는 순간 많은 것이 빗겨 나가 버린다. 4차 산업 혁명이라 불리며, 우리네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는 이 변화를 재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진화론적으로 금세 도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추운 겨울 날씨에 여전히 도로변에서 택시를 손들어 잡는 사람이 있는 반면, 따스한 공간 속에서 손에 쥔 모바일 앱을 열어 택시를 코앞까지 부르는 이가 있다.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집 앞에 필요한 생필품이 놓여 있는 시대인데, 굳이 무거운 물건들을 상점에서 집까지 들고 가는 이들이 있다. 사무실 앞, 집 근처 헬스장을 1년 등록하며, 남들보다 저렴하게 끊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Z라 불리는 청춘들은 목돈을 들여 한 달에 몇 번 들르지 않을 수도 있는 정기권을 구매하지 않는다. 모바일 속에서 피트니스가 필요할 때는 그곳으로, 필라테스가 하고 싶을 때는 좋은 스튜디오로, 요가가 하고플 땐 요가 스튜디오에 간다. 들를 때마다 일정 금액을 차감하는 쿠폰을 사용하며 조금 더 다채로운 운동을 즐긴다. 이 문장을 바로 이해하는 이라면 세상의 변화에 일정 부분 적응한 사람일 테고, 아니라면 왜 이해를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여전히 우리는 다윈의 진화론 속에서 호모 사피엔스라 불리는 생물학적 최상위 군림자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계층이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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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가 바꾼 라이프스타일 그래서 우리는 Z라 불리는 청춘들(을 포함 이 변화를 수용한 이들)을 완전히 다른 범주로 분류한다.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서는 또 다른 인류의 진화론적 종 말이다. 그건 바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다. 이 용어는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지혜가 있는 전화기’라고 부른 데서 도출되었다. 사전적으로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고, 정보 전달이 빨라져 정보 격차가 점차 해소되는 등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어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용어다. 몇 년 전에 이 용어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이게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 한번 자신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당신은 하루에 얼마나 스마트폰 화면을 열어 보는가? 전화 용도가 아닌 SNS 등을 포함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몇 번이나, 몇 분이나, 몇 시간이나 사용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당신의 쇼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추해 보자.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도 떠올려 보자. 스스로 측정한 결과에 따라 당연하게 자신이 ‘포노 사피엔스’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X세대로 불리며 도시를 활보하던 호모 사피엔스를 굉장히 잘 표현했던 곡이 떠오른다. “아침에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 소리…” 등의 노랫말로 시작되던 고 신해철의 그룹 넥스트 1집에 수록되었던 ‘도시인’이 바로 그것. 이때만 하더라도 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우리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하는 그런 곳이었다. 인문학자 발터 벤야민적 해석을 차용하면 도시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너무 많은 말과 문자, 관계, 욕망…. 그것들은 우리의 정신에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하여 우리는 도시의 풍경들을 선택적으로 지각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 방어 기제에 의해 필터링된, 다시 말해 선택받지 못한 이미지들은 모두 무의식에 기억의 흔적으로 남아 다시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 전체의 영향 속에서 그 일부만을 보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자 하는, 문명에 저항하는 나름의 본능 속에서 각자 걸어가게 된다. 신해철의 노랫말 중 ‘외로운 사람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하지만 정보 영역의 시공간이 완전히 허물어진 시대에 있어, 소외와 고독은 여전하겠지만 1990년대에 가졌던 그것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래서 이와 같은 새로운 인류, 포노 사피엔스는 기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아니 아주 다른 삶을 산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꼭 Z세대 범주 속에 있지 않아도, 포노 사피엔스엔 있음을 분명히 해야겠다. 그래야만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는 필자 역시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종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최근 해외 출장 또는 여행을 가게 되면 이동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게 있다. 바로 ‘우버’라 불리는 택시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 교통수단은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그곳에 이용자 정보와 결제 정보를 입력만 하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다. 구글 맵과 연동되는 앱은 GPS를 통해 이용자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한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주변에 있는 우버 드라이버들의 차량이 이미지화되고, 가격까지 정확하게 책정된다. 하나의 차량을 선택하면 그가 어디까지 오고 있는지, 또 어떤 경로로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될지도 안다. 택시를 잡고, 목적지를 말하고, 체증에 따라 요금이 시시각각 변하는 불확정성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편리한 시스템이다.

가장 근래에 필자는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 거주하는 친구가 “하와이 택시를 탈 바엔 우버를 이용해라”는 주의를 줬던 기억이 난다. 매번 요금과 팁으로 드라이버와 옥신각신해야 하는 불편 때문이라고 했다. 원래 이 우버 택시는 초기에 곧장 한국에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기존 택시와의 충돌로 규제에 들어갔고, 지금도 앱이 활성화되고 이용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이 자체의 위법성은 남아 있다. 물론 카카오라는 범국민적 메신저에 의해 만들어진 카카오 택시, 우버와 유사한 카카오 블랙이라는 형태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우버의 자율성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얼마 전 이 카카오가 ‘카풀’ 앱을 발표했고, 이와 동시에 다시 한번 택시 측이 들고 일어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또 최근에는 ‘타다’라는, 우버와 유사하지만 조금 더 지역화된 교통 앱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 속에서 이들이 또 어떤 난관에 부딪힐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어쩌면 우버는 포노 사피엔스로 자라난 크리에이터들의 굉장한 창조물일 수도 있다. 이들은 교통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음식을 배달하는 ‘우버 잇츠’라는 시스템까지도 창조해 냈다. 굳이 우버를 들먹이는 건 이들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라이프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행위를 가능케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TV를 잘 보지 않는다. 그들은 수많은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획득하고, 또 SNS를 통해 공유한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의 모든 것은 개인 크리에이터 혹은 기업적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단 하나의 누락 정보 없이 훤히 획득되고 공유된다. X세대 이전과 이후의 세대들이 셀러브리티에 열광했다면, Z세대는 인플루언서에 더 호감을 가지고 집중하는 성향을 표출하고 있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의 주요 플랫폼인 유튜브, SNS 속에서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기존 셀러브리티의 영역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동시에 인플루언서는 크리에이터다. 함께 동시대를 호흡하고 있는 신인류이며, 또 동일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들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한다. 그래서 ‘크리에이터’라는 용어는 포노 사피엔스를 논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가 된다. 이 크리에이터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용이하고 더 편리한 애플리케이션 혹은 콘텐츠를 통해 모든 것을 스마트폰 안에서 해결하게끔 만드는 일종의 해결사 같은 역할을 한다. 우버 역시 소비자의 관점에서 ‘대중교통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점을 명쾌하게 해결해 준 크리에이터의 산물이다. 페이스북도 그랬고, 인스타그램도 그렇다. 세상의 수많은 쇼핑 앱도 마찬가지다. 이제 손 안에 스마트폰 하나만 있다면,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이 빅데이터에 의해 수집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에 의해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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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로의 편입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그런데 스마트폰의 사용 빈도 때문에 탄생한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온라인에서만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Z세대의 범주에 속한 포노 사피엔스는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1995년 이후 태어난 이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IT 기기를 접하며 성장해 왔다. 이들이 이전 세대와 조금 다른 건 PC와 TV보다 스마트폰 활용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이들의 소비 환경 역시 온라인에 거점을 둘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Z세대는 오프라인에서의 구매를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앞서도 말했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인용하자면, 구글 트렌드 보고서는 “Z세대 70퍼센트는 셀러브리티보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선호하고, 그중 60퍼센트는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소비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포노 사피엔스에게 스마트폰의 모든 영역은 정보를 얻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마트폰 속에서 정보를 찾고 오프라인이라는 실제 공간에서 체험해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전 X세대와 Y세대가 온라인 제품을 확신하지 못해 오프라인으로 갔었다면,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오프라인에서 체험해 다시금 온라인에서 소비를 한다. 이게 포노 사피엔스가 기존 인류와 다른 점이다.

이 점은 공간 또는 플랫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포노 사피엔스의 라이프스타일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시에 공존해야 하며, 기존의 점유율을 역전시켜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소비를 위한 많은 스토어들은 수익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가진 기업은 상대적 매출 급락이 크지 않지만, 전통적 플랫폼으로 고유화된 회사는 매출 급락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에서 정보를 획득하고,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체험하며, 다시 온라인에서 소비를 한다. 그러니 매장이라 불리는 전통적 플랫폼은 체험을 위한 시험의 장이다. 직접적으로 의류를 예로 들자면, 자신이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동일 물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말이다. 미래적으로 예측해볼 때 포노 사피엔스의 영속성은 빠른 속도로 급진전되고 발전되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아니, 모두에게 포노 사피엔스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시대다. 그래서 스마트폰 때문에 비즈니스가 망가지고 있다고 한탄하기보다는 더욱 재빠르게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제도 및 장치를 마련해 나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도태되지 않고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웃 중국은 급속도로 이를 재편해 나가는 포노 사피엔스 강국임에 틀림없다. 이제 그들의 나라에서는 ‘왕홍’이라 불리는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홈쇼핑 채널의 호스트가 되어 물건을 판매한다. 그들은 Z세대로부터 영향력을 인정받은 ‘크리에이터’이자 ‘인플루언서’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는 그들을 신뢰하고, 그들로부터 도출된 정보에 믿음을 가진다. 그런 그들이 소개하는 제품마저 신뢰감을 주고,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이 트렌드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연이어 소비가 촉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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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국내에서는 그 행위를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우버가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기존 세대의 체제 보존 및 보장을 위한 저항 때문에 제도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우버와 같은 새로운 시대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원하지만, 밥그릇 논쟁에서 토착화된 제도의 손을 들어주느라 막히고 폐기된다. 크리에이터들의 자율 경쟁에 의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해외의 우버가 한국적 지역화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우리 실정에 맞는 방향성을 가진 크리에이터의 수많은 방법론이 시장에서 판단되게 놔 둬보는 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정부에 의해 보호받는 몇몇 기업에 의한 방법 제시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방법을 만들어 내는 포노 사피엔스 크리에이터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또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한 해를 보내는 모임이 참 많다. 여전히 도시의 택시들은 빈 차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곳, 혹은 다음 손님이 없을 곳을 목적지로 삼은 이용객들을 거부하면 안 됨에도 거부한다. 이럴 때 좀 더 편리한 시스템이 개발되고 그것이 허용되어 있다면 좀 더 편안한 귀갓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블로그에서는 물건을 팔기도 하는데, 유튜버가 물건을 파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물론 블로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어쩌면 위법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판매 행위와 그로 인한 소득에 대한 세법도 제도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또 이것이 새로운 인류의 종이라고 판단된다면, 모든 것이 이에 맞고 개편되고 재편되어야 한다. 어느 교양 프로그램에서 강사로 나선 한 교수가 언급했듯, 이 새로운 인류에 편입되지 못한 정치가 또는 법률가들에 의한 시스템 운영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전통적 시스템도 일정 부분 타협점을 찾아야만 한다. 언제까지 그것만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를 수용하지 못하는, 그리하여 국가적 도태 위기에까지 처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를 포함한 많은 전 세대 역시 이 변화에 적응해야만 더욱 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이 모든 변화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만 단점 역시 더 명징하게 파악되는 법이지 않던가.

동시에 우리 시대의 수용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자신의 취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선택적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준비가 되어 있다. 포노 사피엔스의 반대 급부로 대단히 아날로그적인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부상하는 것 역시 그런 선택의 일환이다. 이제 현대의 모든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교집합을 형성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무조건적 수용보다는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그래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지속 가능해지는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수용자의 몫이다. 당신은 포노 사피엔스라고 자부할 테지만, 어느 한 켠의 삶은 또 다른 형태로 유지되고 있음이 분명할 테니까.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PIXABAY, PXHERE]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9호 (18.12.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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