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중 가장 빛난 박항서 “매일 아침 일어나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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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2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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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홍명보 자선축구경기 참석차 방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홍명보 자선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 News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홍명보 자선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 News1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순간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고, 현재 K리그를 누비는 스타들이 총출동한 무대였다. 전현직 최고의 별들이 홍명보 자선축구대회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해 뭉쳤는데, 그 사이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인물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다.

홍명보장학재단이 22일 오후 2시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8’을 진행했다. K리그 올스타와 2002 월드컵 레전드들의 대결로 펼쳐진 마지막 자선경기는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지소연의 결승골과 함께 K리그 스타들의 10-9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매년 겨울 축구 팬들과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축구산타’들 선행의 끝을 알리는 경기라 더 여운이 깊었던 무대였다. 홍명보 이사장은 “이제 난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우려 한다”면서 “자선경기 형태의 공헌활동은 올해로 마무리된다”는 뜻을 전했다.

마지막 순간은 홍명보 이사장과 함께 이 자선 축구경기가 만들어지고 또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2002 월드컵 멤버들이 함께 했다. 당시 코치였던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빠질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 감독이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 한국을 찾았다.

박 감독은 “만약 내년에도 이 대회가 있었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은 뒤 “홍명보 자선경기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 꼭 함께 하고 싶어서 날아왔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일문일답.

- 2002 멤버들을 다시 보니 느낌이 어떤가
▶ 이제는 나이가 들어 뛰는 게 쉽지 않더라(웃음). 2002 월드컵을 생각하면,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그저 웃음이 나고 즐겁다. 어떻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베트남 대표팀도 소집 중인데 어려운 걸음을 했다.
▶지난 20일부터 훈련 중이고 오는 25일 북한과 평가전이 있다. 바쁜 일정이지만 홍명보 전무이사의 전화를 받고 꼭 함께 하고 싶었다. 홍 전무가 2003년부터 계속 자선경기를 열어 왔는데, 모든 축구인들에게 의미가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년에 이 대회가 또 있었다면 안 왔을 수 있다. 당장 내일모레가 경기라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가 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자선경기가 더 진행됐으면 싶은데 아쉬움이 남는다. 베트남 축구협회에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오게 됐다. 내가 참석한다고 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총리에게 훈장 받았다
▶어제 저녁에 훈장 받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오늘 새벽에 도착했다. ‘우정훈장’을 받았는데, 베트남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훈장이라고 한다. 베트남과 한국의 우호관계에 일조를 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2002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이제 50세가 넘은 선수들도 있고… 내 말에 권위가 서질 않는다(웃음). 너무 반갑다. 오늘 특별한 약속이 없는 사람들 모여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멤버들 중 일자리가 없는 친구들이 많아 안타깝다. 빨리 능력 좋은 후배들이 좋은 자리를 찾았으면 싶다.

-베트남 감독으로 북한과의 대결, 느낌이 어떤가
▶베트남 내에서는 특별한 분위기가 없다. 그냥 A매치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다. 난 1977년 청소년 대회 때 북한과 상대한 경험이 있다. 스즈키컵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2018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2018년은 정말 기적 같은 승리와 행운을 가져다 준 해다. 그 행운을 나 혼자의 힘으로 만들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도와주신 결과다. 가까운 분들이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하지 않느냐 조언 해주신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난 계약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계약 기간 중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나 더 큰 행운이 찾아 올 수도 있다. 피해갈 생각 없다.

-스즈키컵과 아시안컵에 대한 부담은 다를 것 같다
▶베트남 국민들이 대회마다 바라는 기준이 좀 다르다. 아시안컵 같은 경우는 강팀들이 너무 많으니까 기대치가 높진 않다. 하지만 스즈키컵은 비슷한 수준의 국가들의 대결이라 부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차이 없다.

-새해 우리 국민들에게 덕담을 한다면
▶비록 몸은 베트남에 있으나 내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명감과 책임이 더 무거울 수 있다. 지혜롭고 슬기롭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다짐한다. 내년에도 우리 국민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되겠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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