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미국대사관 앞 1인시위 허용하라”…경찰은 거부

허진무 기자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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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에게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지만 경찰이 거부했다.

국가인권위는 경찰의 미국대사관 앞 1인 시위 제한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하고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보행자 등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것을 권고했지만 경찰이 ‘불수용’ 입장을 회신했다고 18일 밝혔다.

진정인 ㄱ씨는 2016년 2월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 인도에서 ‘대립과 불안을 불러오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위헌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려고 했지만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제지로 하지 못했다.

경찰은 ㄱ씨 주변에 최소 5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촬영하면서 뒤따랐기 때문에 1인 시위가 아닌 불법 집회라고 봤다. 경찰은 ㄱ씨의 1인 시위가 다른 반미단체·이적단체를 자극해 불법을 부추기거나 언제라도 이들과 연계할 위험도 있다고 했다. 또 손팻말 문구가 미국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 경찰관 다수가 ㄱ씨의 몸을 밀어내 미국대사관에서 15m 떨어진 KT 광화문지사 북단까지 이동시켰다.

국가인권위는 종로경찰서장에게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1인 시위가 공관지역이나 외교관의 안녕과 품위를 손상시킨다고 볼 수 없고 시위 장소 선택 또한 중요한 표현의 자유의 일부”라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의 경우 자국 내 외국 공관 인근에서 1인 시위뿐 아니라 일반 집회의 개최를 허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대사관 인근 1인 시위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많은 경비 인력으로 대사관 앞 인도에 극심한 통해 방해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방해가 발생되지 않는 범위 내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경찰에 권고했다.

경찰은 외국 공관의 안녕과 기능 보호, 국제관계의 특수성, 시민통행권 보장 등을 이유로 미국대사관에 의사전달이 충분히 가능한 KT 광화문 지사 북단과 광화문광장 등 인접 지역에서 1인 시위를 보장하겠다고 회신했다.

국가인권위는 경찰 입장이 변하지 않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에 따라 공표하기로 했다. 해당 조항은 국가인권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위원회의 권고와 의견 표명 및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 등의 장이 통지한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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