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뽑은 2018 올해의 책은?

김유진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외 언론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도 지난 15일 올해의 책 10권과 올해의 저자 10명을 선정했는데요. 사실 국내 언론들이 발표하는 올해의 책 목록은 겹칠 때가 많습니다. 올해의 책이라고 할 만한 책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비슷비슷한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서인데요. 외신들은 어떨까요.

뉴욕타임스(NYT)와 뉴요커에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리사 핼리데이의 소설 <Asymmetry>와 리사 브레넌 잡스의 자서전 <Small Fry>입니다. <Small Fry>의 저자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스티븐 잡스의 딸인데요. 뉴욕타임스는 “기이한 친밀성과 함께 빼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데뷔 작품”이라며 저자가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어머니와 부유하지만 때로는 잔인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꼼꼼하게 복원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의 리스트에도 두 권의 책이 중복 포함됐습니다. 미국 원주민에 관한 토미 오렌지의 첫 소설 <There There>와 영국령 바비도스의 설탕 플랜테이션 농장을 무대로 노예들의 투쟁과 연대를 그린 에시 에두전의 소설 <Washington Black>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햄프턴 사이즈의 <On Desperate Ground>도 선정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책은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끔찍한 살육전의 와중에 있었던 믿기지 않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이자, 자기중심적이면서 편집증적인 리더(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가 현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경고의 이야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언론 3곳을 놓고 보면 올해의 책 10권 중에서 중복되는 책이 두 권에 그칩니다.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사 특성에 맞게 컨설팅회사 매킨지와 함께 ‘최고의 경제도서’를 뽑습니다. 올해 선정된 책은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캐리루의 <Bad Blood>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성장과 몰락을 다룹니다.

1896년부터 책을 소개하는 ‘북리뷰’를 따로 발행해 온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올해의 책 선정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1월부터 구글 문서를 만들어 기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하고, 11월이 되면 몇 차례 투표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북리뷰 에디터 패멀라 폴은 올해의 책(10 Best Books)에 대해 “스토리텔링의 힘, 강력한 내러티브와 목소리, 산문의 품격, 취재의 깊이를 두루 갖춘 책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요커는 올해의 책을 소개하면서 “2018년 (미국) 정치는 울부짖는 공포의 극장으로 전락했다. 세계가 불타고 있는데 어떻게 책을 읽겠는가?”라고 적었습니다. 올 한 해 도널드 트럼프라는 유례없는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에 일으킨 여러 혼란을 생각하면, 저자의 말이 엄살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과연 2018년 한국 사회는 책 읽기 좋은 환경이었을까요. 그럼에도 책이 있어 잠시나마 세상의 부조리함에서 벗어나 위안을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8 올해의 책’ 기사. 뉴욕타임스 화면 캡처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8 올해의 책’ 기사. 뉴욕타임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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