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반려의 삶을 사는 법-쓱~! 뒤치다꺼리의 신세계

입력 : 
2018-12-13 09:58:40

글자크기 설정

수리와 산책을 나갔다 뜻밖에 짐이 생겨 양손이 무거운 날이었다. 수리가 ‘볼 일’을 봐서 짐들을 바닥에 늘어놓은 채 쭈그려 앉아 변을 주워 담으려는 순간, 수리가 갑자기 내달리며 손목에 감은 줄이 당겨졌고 아, 그만 ‘그것’이 봉투를 스치며 내 손에 묻고 말았다. 그 뒤는 상상을 말자.

사진설명
손 안 대고 코를 풀 순 없겠지만 최소한의 노력으로 코를, 아니 변을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은 답을 이끈다. 펫의 ‘뒤’치다꺼리를 도울 환상적인 제품들이 있으니. 죽어도 실외 배변을 고집하는 수리지만 뒤처리는 쉬운 편이다.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위에서 일을 보기 때문에 스윽 훑어 주우면 된다. 친구네 반려견은 변도 단단하지 않은 데다 꼭 잔디에 들어가 힘을 주는 통에 번번이 잔디에 숨은 변을 처리하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닌 모양이었다.

여행 간 친구를 대신해 모녀 냥이의 집사로 동원된 적이 있는데, 냥이 배설물은 댕댕이보다 훨씬 처리가 쉬웠다. 뭉친 덩어리들을 떠내고 새 두부모래를 채워준다. 이 정도면 양반이지. 그런데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둘러보니 진짜 양반은 따로 있었다.

먼저 댕댕이를 위한 스마트 화장실. 주로 산책할 때 큰 일을 보는 댕댕이에겐 이동식 화장실이 필요할 터. 배변 주머니가 달린 집게를 댕댕이 꼬리에 끼우기만 하면 되는 아이디어 제품이 있다.

집게에 달린 주머니가 항문 바로 아래에 위치해 용변을 보면 배설물이 자동으로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간다. 가만히 기다렸다가 주머니만 빼내서 휴지통에 버리면 뒤처리 끝. 쭈그려 앉지 않아도, 손에 묻을까 조심하지 않아도, 잔재를 닦아내지 않아도 되는 꿈 같은 초간편 뒤처리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수리가 워낙 예민쟁이라 꼬리의 이물감과 주머니가 엉덩이에 스치는 소리를 견뎌줄지 의문이기는 한데, 대부분의 댕댕이가 수십 분이 지나면 적응한다고 설명하니 한번 시도해 볼 참이다. 집게는 실리콘 쿠션으로 되어 있어 아프지 않고, 배변 봉투는 방수 처리해 설사도 안심이다. 사이즈도 두 종류가 있어 반려견 크기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고.

냥이 쪽 화장실은 그야말로 신세계, 무려 ‘로봇’ 되시겠다. 손 하나 까딱 않아도 ‘알아서’ 처리하고, 위용도 화장실이라기보다 세련된 가전에 가깝다. ‘자동 화장실’로 검색하니 판매 중인 제품도 여럿이다.

기본 원리는 화장실에 드나드는 냥이의 무게를 감지해, 미리 설정해 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청소 시스템이 작동되는 형식이다. 화장실 원통 자체가 회전하면서 변과 모래를 따로 분리해 걸러내는 형태가 있고, 빗처럼 생긴 갈퀴가 모래를 긁으면서 덩어리를 건져 올리는 방식도 있다.

배변 통이 차거나 모래가 부족하면 해당 램프가 점등되거나 음성으로 알려준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휴대폰으로도 기기 상태를 체크할 수도 있다. 카본 필터로 냄새를 덜고 어두운 곳에서는 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조명을 켠다 하니, 이만 하면 반려인의 손은 가끔 모래를 채워 놓거나 배변 통을 비울 때나 필요한 수준이려나. 냥이들은 워낙 깔끔쟁이라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해줘야 하는데 시간 여력이 없는 혹은 집을 자주 비우는 반려인에게 꽤나 도움이 되겠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가격이 상당한 편이다. 그리고 기계다 보니 고장이나 파손에 따른 패닉과 A/S의 번잡함을 감당해야 하지만, 로봇이므로 기능과 편의성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어쨌든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펫들도 한결 편해지는데, 진화하지 못하는 건 내 지갑일 뿐인 것을.

더불어 스마트한 것도 좋고 자동화도 좋지만, 가끔은 ‘반려인의 손’ 쓰기를 추천한다. 댕댕이와 냥이의 변은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기도 하니까, 신선할(?) 때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꼼꼼히 살피는 ‘간만의’ 숙제 정도는 즐겁게 하자.

[글 이경혜 사진 프리푸, 라비봇, 리터로봇]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8호 (18.12.18)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