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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Citylife 제658호 (18.12.18) BOOK

입력 : 
2018-12-13 09: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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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모든 것을 저장하는 상점이다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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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와이겐드 지음 / 홍지영 옮김 / 사계절 펴냄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는 아마존의 수석 과학자로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고 소비자 중심 문화를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현재 스탠퍼드 소셜데이터연구소 대표인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동독 비밀 경찰인 슈타지에 의해 강제로 6년간 구금된 경험이 있다. 10대 물리학도였던 자신까지도 감시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는 ‘프라이버시 광’이 됐다. 이후의 삶이 바뀌었을까. 오히려 자발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이 됐다. “자신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가 그것이 내포한 위험보다 크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을 떠난 뒤에도 그는 알리바바, AT&T, 월마트 등 숱한 기업과 일하면서 데이터의 힘을 보통 사람들과 공유해야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는 이 책 또한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모두를 위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매일 10억 명 이상이 활동, 습성, 관심사 등 소셜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한다. 이 데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위치 정보는 정부의 교통·건설 정책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페이스북의 개인정보는 신원 보증을 하며, 환자들에게서 수집된 정보는 의료기술을 업그레이드한다. 데이터 과학자들은 디지털 흔적을 통해 인간의 행동 패턴을 점점 더 선명하게 그려내는 탐정과 예술가로 변모하고 있다. 아마존 수석 과학자로 일하면서 저자는 제프 베조스와 함께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제품 추천과, 고객의 클릭을 기반으로 한 추천 중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인지 밝혀내기도 했다. 결과는 ‘클릭’이었다. 전문가 리뷰와 직원의 큐레이션 대신 이들은 별 1개부터 5개까지 천차만별인 검열되지 않은 고객 리뷰를 전격 수용했다.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의 힘은 강했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렸다. 아마존은 기존의 ‘교외 축구맘’ ‘샷건과 픽업’ 등으로 분류되던 소비자 그룹도 개인화시켰다. 심지어 1명의 고객의 ‘10분의 1명’ 단위로 구분해 개인의 변화하는 필요와 관심사까지 반영할 수 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파는 상점’이라 불리는 아마존을 최초의 ‘모든 것을 저장하는 상점’이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아마존을 독보적인 기업으로 만든 것은 고객의 관심사와 선호하는 바, 그리고 현재 상황에 맞는 물건을 추천하기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는 노력이다.” 저자는 먼저 프라이버시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을 걷어낸다. 소셜 데이터가 매일 수백억 개씩 생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가공 데이터는 금전적 가치가 없다는 것.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야만 유용한 상관관계와 패턴이 드러난다. 개인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데이터 정제소는 잃을 게 없다는 것. 저자는 풍부한 사례와 탄탄한 지식을 통해 설득한다. 신기술에 자신을 내보이기 두려워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자원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고. ▶불멸의 신성가족, 그 뿌리를 찾다 『법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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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지음 / 창비 펴냄
“이 책은 ‘불멸의 신성가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뿌리를 탐구한 소박한 시도다. 주인공 대부분이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진 사람들이라 빈 구멍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학자라기보다는 탐정에 가까웠던 지난 3년이었다.” 법조계의 대표 저술가인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3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쓴 역작이 나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이라는 부제로 나온 이 책은 역사에서 사라진 해방공간의 법조인을 소환하며, 그는 한국 엘리트의 기원을 추적한다.

1940년대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 법조계를 돌아본 뒤 그가 내린 결론은 ‘과연 존경할 만한 판검사, 변호사가 존재할 수 있는 시대였나’라는 의문이었다.

책을 쓰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1945~1961년 대략 3000명의 법률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이었다. 이 치밀한 추적을 통해 그는 해방이 갑자기 찾아온 뒤 일제시대 서기 겸 통역생 출신 미자격자들이 대거 판검사로 임용된 그룹과 ‘이법회’를 통해 법조계로 흘러들어온 이들의 문제를 꺼낸다. 이른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이었다. 그는 씁쓸한 심정으로 결론을 내린다.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전반적으로 그런 시대였고, 어느 누구도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8호 (18.12.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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