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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일부러 참사를 일으키는 무대의 신선함

입력 : 
2018-12-13 10: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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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작품은 영국 ‘웨스트엔드 産’

최고난도 코미디로 평가받지만 그 시작은 초라했다. 2012년 런던의 프린지 공연장 ‘올드 레드 라이언 시어터 & 퍼브’에서 코미디 단막극으로 첫 선을 보였는데, 첫 공연의 관객 수는 고작 네 명. 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고 2015년 올리비에 어워즈 뉴코미디상, 2015년 UK 최우수 뉴플레이상, 2017년 토니 어워즈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등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권위 있는 공연 시상식을 휩쓸었다.

사진설명
▶Info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기간 ~2019년 1월5일

-티켓 VIP석 7만 원, R석 6만 원, S석 4만 원

-시간 화~금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 일요일 오후 2시, 오후 6시 30분

※월 공연 없음 (단, 12/24(월) 오후 8시 1회 공연, 12/25(화) 오후 2시, 오후 6시 30분 2회 공연, 12/26(수) 공연 없음, 1/1(화) 오후 2시 1회 공연)

연극을 보기 전 만족도 100%의 ‘관람 꿀팁’이 있다. 첫째, 공연 시작 15분 전부터 로비에서 열리는 ‘연출 크리스의 악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두 번째는 공연 시작 10분 전 착석해 ‘프리쇼’ 관람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무대의 변화와 배우들의 열연’을 즐기기. 극이 시작되면 이 꿀팁이 얼마나 소중한지 금세 알게 된다. 극장에 들어서면 먼저 ‘해버샴 저택의 살인 사건’이라는 연극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무슨 연극이지?” 궁금증을 안고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무대는 분주하다. 스태프들이 부지런히 무대를 돌아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한다. 떨어진 벽난로의 선반을 고치기 위해 애쓰고, 소품을 들고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게다가 객석에서도 뭔가를 찾는 전단지를 나눠 주며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프렌치 불독 ‘윈스턴’을 찾고 있는데, 혹시 못 보셨어요? 2막에 등장해야 하는데… 보시면 꼭 연락 좀 주세요.”

곧바로 무대에서는 ‘해버샴 저택의 살인 사건’ 연극이 펼쳐진다.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는 1920년대 배경으로 미스터리 장르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 사건’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드라마 연구회 사상 최초로 연구회 회원 수와, 배역 수가 제대로 맞아떨어진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 연극은 평온하게 시작되지만 공연은 점차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투성이 공연으로 변한다. 문이 열리지 않고, 벽에서 소품들이 떨어지고, 배우들은 소품을 제자리에 놓지 못하고, 대사를 까먹고, 장면은 반복된다. 또 배우들은 연출의 ‘큐’ 사인을 놓치고, 점차 배역은 구분이 없어진다. 그뿐이 아니다. 소품인 위스키 대신 빙초산을 마시고 난리를 피우고, 단어를 잘못 발음해 극의 내용은 엉뚱하게 흘러간다. 또 손가락을 마구 밟고 지나다니며, 배우는 벽시계에 갇히거나 무대 밖으로 던져지고 급기야 한 배우가 방문에 머리를 부딪치고 기절한다. 그녀를 대신해 급하게 무대로 올라온 스태프는 대본을 대놓고 읽으며 배우가 돌아와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음향 스태프는 제때 음악을 틀지 못하고 자신이 잃어버린 듀란듀란의 CD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은 2층 무대 세트가 내려앉는 등 그야말로 극은 참사 수준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연극이 펼쳐지는데 관객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이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해버샴 저택의 살인 사건’을 극 속에 보여주는 극중극 형식으로 극을 이끄는 드라마 연구회 회원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감 부각에 열 올리는 인물, 무대가 주는 강한 힘에 욕심 내는 인물, 극의 성공을 위해 애쓰는 인물 등이다.

극은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 주지만 속내는 ‘아등바등하는 현실 속 우리의 삶’을 짠하게 투영한다. 이토록 난장에 가까운 슬랩스틱 블랙코미디의 힘은 무엇일까. 바로, 1차원적이지만 말보다 행동의 설득력이 더 강하다는 믿음일 것이다. 실컷 웃고 즐기려는 선택,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보려는 관찰력, 그 어떤 선택의 기준에서도 이 연극은 만족감을 준다. 엄청난 연습으로 실수와 참사를 만들어 내는 배우들의 열연도 감상 포인트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신시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8호 (18.12.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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