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950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이곳에 올라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다면 그것 은 평생의 에너지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국립공원 한라산 정상은 ‘동능’이라 불리는 분화구 벽 꼭대기로, 백록담은 동능에서 내려다 보이는 분화구인 것이다. 한라산 해맞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비행기나 배편을 예약해야 한다. 해맞이 시즌이라 좌석 확보가 만만치는 않다. 둘째, 숙소와 렌터카이다. 숙소는 공항과 가까운 곳이 무난하다. 국립공원 한라산의 탐방로가 열리는 시간은 원래 오전 6시이다. 하지만 매년 1월1일은 정상 탐방로가 시작되는 관음사주차장과 성판악 등 두 곳의 탐방로에 한해 00시에 문을 연다. 겨울 등산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주로 관음사 코스로, 비교적 편안한 등반을 원하는 사람들은 성판악을 선호한다. 보통 성판악 탐방로가 관음사에 비해 4배 정도 많은 인파가 몰린다. 정상 탐방로가 아닌 일반 탐방로는 평소 그대로 6시에 열린다. 새해니까 좀 봐주겠지? 그런 거 없다.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단속한다.
한라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오전 7시38분 정도다. 한라산 일출 등산은 깜깜하고, 춥고, 미끄러운 탐방로를 오르는 일이다. 따라서 안전을 위한 대비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해야 한다. 털모자를 쓰고 청각에 지장을 주지 않는 귀마개와 목도리로 찬 기운을 막아준다. 전등도 필수다. 손전등보다는 헤드렌턴을 모자에 부착하는 게 중심 잡기에 편리하다. 스마트폰은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두 손으로는 스틱을 잡아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장갑은 그립감이 높은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정상에 오르면 인증샷 찍느라 결국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것이 확실하므로 가급적 스크린터치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복장은 겨울용 등산복으로 무장하는 게 안전하다. 단 잔뜩 껴입기보다는 발열 기능이 있는 속옷 등 기능성 의류를 입는 게 좋다. 신발은 겨울 산행에 가장 중요한 장비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끈은 등산 도중에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주고 끈 끝 부분이 늘어지거나 흐트러지지 않도록 꼭꼭 엮어서 마무리 해 준다. 배낭은 매지 않고 가는 게 제일 좋고, 꼭 필요한 개인 물품이 있는 경우 최소한의 무게를 지켜주는 게 좋다. 탐방로가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젠 착장도 필수다. 1월 한라산 탐방로는 대부분 결빙구간이다.
한라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해맞이는 감격 그 자체이다. 맑은 날씨라면 제주도 동쪽 성산 일출봉 일대에서 시작되는 여명의 순간부터 서서히 밝아오는 해안선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동쪽을 향하게 되는데, 시각이 가능하다면 동쪽 벌에 펼쳐지는 수많은 오름들의 해맞이 장면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수백 개의 오름은 태양의 고도에 따라 밝기와 그림자가 변화하는데, 머릿속의 모든 생각을 지워버리는, 순도 1000%의 비움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제 하산의 시간. 모든 계절이 그렇듯, 산행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타이밍은 주로 하산 때이다. 올라갈 때는 강력한 운동이 되지만, 내려갈 때는 하체의 힘이 다소 풀린 상태라 조금만 미끄러져도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무릎을 조금 구부린 상태로 천천히, 스틱의 접점까지 예민하게 읽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 내딛도록 한다.
[글 이누리(프리랜서) 사진 제주도청,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8호 (18.12.18)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