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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오리지널의 감동을 마주할 순간-탄생 20주년 맞이한 뮤지컬 ‘라이온 킹’ 내한공연

이승연 기자
입력 : 
2018-12-13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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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의 관람 1위 뮤지컬’,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독창적이며 가장 흥분되는 공연’(-『newsweek』)이라는 평을 받는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이나 뮤지컬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라이온 킹’이란 이름은 익숙하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콘텐츠이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꼽힌다는 뜻일 것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이 탄생 20주년 기념 인터내셔널 투어로 국내 무대를 찾으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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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주년, 장기간 흥행 ‘콘텐츠의 힘’

‘고막을 꿰뚫는 듯, 사파리의 모든 동물들을 한데 모을 정도의 강렬한 외침이 들려온다. 주술사 개코원숭이가 아기 사자의 탄생을 알리자 사파리의 동물들이 고개를 숙인다.’

이 설명 하나만으로 우리는 머릿속에 같은 것을 상상할 것이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초원을 표현한 퀄리티 높은 영상과 줄거리 구성, 음악 등에서 인정을 받은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1994년 개봉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왔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개봉에 이어 디즈니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라이온 킹을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라는 월트 디즈니 CEO 마이클 아이스너의 상상을 실현코자 한 것. 당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앞서 뮤지컬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지만, ‘라이온 킹’을 무대 예술로 선보이기란 사실상 어려운 과제였다. 주조연 캐릭터와 동물들은 어떻게 표현할 것이고, 아프리카의 감성과 배경이 되는 사파리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출가 줄리 테이머를 비롯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제작에 합류했고,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문제와 끊임없이 마주한 끝에 공연은 1997년 첫선을 보이게 됐다. 퀄리티 높은 무대 연출과 시나리오, 디자인, 음악 등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 아프리카 사바나의 세상. 야생동물들의 삶은 생각 이상의 강렬함을 남기며 뮤지컬 ‘라이온 킹’은 초연 이후 21년 동안 전 세계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 9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고, 전 세계 6개 프로덕션에서 15년 이상 공연된 유일한 작품 등 뮤지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월트 디즈니를 대표하는 콘텐츠로서 우뚝 섰다. 그리고 지금도 쇼는 계속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 매체의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오랫동안 이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는 것에는 ‘라이온 킹’이 전하는 주제 의식이 한몫한다. 사파리의 평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동물들의 왕으로서 책임감. 그 역할은 무파사에서 심바로, 또 그 자식에게로 전해지며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은 이어진다. 이는 세대에 거쳐 극을 마주하는 관객들과도 맥을 함께한다. 공연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고, 깊이를 더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세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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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들의 만남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무대 위에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했다. 기존 음악의 수를 확장시키고, 보다 아프라키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각색 또한 필수였다. 무엇보다 사자, 하이에나, 개코원숭이 등 뚜렷한 개성을 띤 각각의 동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한 것은 바로 ‘줄리 테이머’와의 협업이었다. 무대 연출과 디자인, 영화 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로 재능을 갖춘 줄리 테이머는 ‘라이온 킹’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그 속에서 동물들의 이야기이자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먼저 200여 개의 퍼펫(Puppet, 인형극에서 쓰이는 인형)과, 마스크를 활용해 배우의 모습을 숨기지 않은 채 연기하는 캐릭터와 동일시했다. 예를 들어 기린의 목과 팔은 길게, 뒷발은 짧게 해 동물의 모양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동시에 예술성도 보여주고, 그 중심에 있어 사람의 이야기도 그려내는 식이다. 그렇게 줄리 테이머는 가젤, 사자, 사슴, 코뿔소, 코끼리, 하이에나, 심지어 초원의 풀까지 형형색색의 캐릭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퍼펫과 마스크를 구현했다. 거기에 프라이드 록(Pride Rock), 코끼리 무덤 등 극의 상징적인 세트와, 700여 개의 조명효과, 관객의 상상력이 더해지자 애니메이션 속 수천 마리의 누 떼의 질주나, 가젤이 초원을 누비고, 어린 심바가 나무에 뛰어 노는 장면 등을 무대 위 구현, 현실성까지 가미할 수 있었다.

음악은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가 협업,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악가 레보 엠, 음악가 한스 짐머(라이온 킹 ‘This Land’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1995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가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 참여했다. 그들은 원곡을 뮤지컬 무대에 맞게 편곡, 동시에 아프리카의 느낌까지 살렸다. 그렇게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들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뽐내고, 협업을 이루며 완성된 ‘라이온 킹’은 1998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고 뮤지컬상을 비롯해 최우수 무대 디자인, 최우수 의상 디자인, 최우수 조명 디자인, 최우수 안무, 그리고 연출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줄리 테이머의 경우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여성 연출가가 됐다.

아프리카 소울로 채워진 음악과 언어, 예술과 과학으로 탄생한 무대와 의상, 야생 밀림을 연상시키며 손끝부터 발끝까지 신체의 굴곡이 자연과 동화된 배우들의 아름다움과 동물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표현과 안무. 그렇게 브로드웨이가, 세계가 사랑하는 뮤지컬로 우뚝 선 ‘라이온 킹’이 인터내셔널 투어로 국내 무대에 오른다. ‘라이온 킹’이 브로드웨이 오리지널의 무대 스케일과, 원어 그대로 아시아 무대를 밟는 것은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가 최초로, ‘런던 브로드웨이에 가지 않고도 오리지널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공연은 11월 대구를 시작으로 2019년 1월10일부터 서울, 4월 부산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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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배우와 제작진들
Interview 펠리페 감바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총괄이사, 배우 느세파 핏젱(라피키 役), 마이크 샤퍼클라우스 음악감독 Q 뮤지컬 ‘라이온 킹’이 20년 동안 사랑받아온 비결이 무엇인가. (펠리페 감바)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작가, 음악, 음악가 등 모든 아티스트들과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함께함으로써 오늘로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마이크 샤퍼클라우스) ‘라이온 킹’에 합류했을 때 이 작품이 내 자신의 커리어와 인생을 바꿀 것이라는 것을 예감케 했다. 매 공연을 거듭할수록 공연이 더욱 좋아져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프로덕션의 경우 16개국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그룹 퍼포먼스가 ‘라이온 킹’의 강점이라고 생각된다. Q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가 성사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어느 나라에서 해도 공연이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방법은. (펠리페 감바) 뮤지컬 ‘라이온 킹’ 초연 당시엔 뉴욕 외 지역에서 공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라이온 킹’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요소들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뉴욕 외 지역, 다른 국가, 다른 배우, 다른 크루들과 같이 협업을 해도 똑같은 퀄리티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실 이 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되고 몇 톤에 달하는 장비, 세트, 의상 등을 다 움직이는 스케일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마을 하나가 이전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어려운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파트너를 찾던 중 마이클 캐슬 그룹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를 기획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도시와 국가들로 선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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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레보 엠(Lebo M.) & 조명 디자이너 도널드 홀더(Donald Holder)
Q 한국의 시장성에 매력을 느낀 점은 무엇인가. (펠리페 감바) 한국 시장은 수 년 동안 검토해오고, 관심을 가진 곳이었다. ‘라이온 킹’ 이전에도 여러 프로덕션, ‘아이다’와 ‘뉴시즈’ 등이 한국 무대에 올랐다. 한국 관객들이 이러한 장르의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뮤지컬 시장에 대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 우리 공연을 잘 받아들일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한국 배우들의 재능, 음악에 대한 이해, 보컬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한국 시장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Q ‘서클 오브 라이프’라는 장면은 강렬한 넘버로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느세파 핏젱) ‘라이온 킹’의 첫 장면인 ‘서클 오브 라이프’는 아기 사자의 탄생을 알리는 압도적인 장면이다. 넘버 속 ‘와서 보아라’라는 가사는 글자 그대로 사바나의 모든 동물들이 와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강렬한 모습의 연출을 필요로 한다. Q 애니메이션에서도 오프닝과 엔딩 장면에 아기 사자를 드는 라피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에 상징적인 메시지가 있는가. (느세파 핏젱) ‘라이온 킹’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고, 이해가 깊어진다. ‘라피키’는 주인공 ‘심바’가 왕으로서 나아가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돕는 핵심적인 캐릭터로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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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키’역을 맡은 배우 느세파 핏젱(Ntsepa Pitjeng)
Q 극에서 배우들은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신체 표현, 연기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나, 특이한 점은 무엇인가. (느세파 핏젱) 라피키 연기를 할 땐 나를 누르고 역에 더 몰입해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측면을 어떻게 구현할까 등을 고민하기도 한다. 다른 배우들의 경우엔 코르셋을 착용하기도 하거나, 비즈가 달린 의상들을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데 사실 이 무게가 상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라이온 킹’만의 독특함을, 공연을 다채롭게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Q 뮤지컬 ‘라이온 킹’에는 빈티지·아날로그적인 매력, CG로는 볼 수 없는 매력들이 있다. 이를 공연을 보지 않은 관객층,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펠리페 감바) 디즈니 스토리텔링의 강점은 매체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을 한다. 디즈니의 첫 번째 만화 영화가 1937년에 제작이 됐고, 이후 1950년대에 놀이공원으로 발달이 됐다. 이처럼 두 개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디즈니의 강점 중 하나이다. 애니메이션, CGI, 실황 공연 등 각자의 플랫폼을 활용해 캐릭터를 확대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매체에 따라 어떤 것은 고도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도 하고, 실황 공연 같은 뮤지컬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같다고 생각한다. Q 약 6~7개월 동안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 대구, 서울, 부산에서 공연을 이어 가는데 공연장마다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가. (펠리페 감바) 물론 각기 다른 장소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관해 타협을 하지 않는다. 어떤 퍼포먼스가 되었건 감동적이고, 경의적이고, 훌륭한 공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개의 도시마다 공연장 선정을 철저히 했다. 앞으로도 준비를 제대로 해 관객이 ‘라이온 킹’을 관람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하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 드린다. (느세파 핏젱) 한국 시장, 한국 관객을 만나는 데 너무 기대가 된다. (마이크 샤퍼클라우스) 한국 관객들이 반드시 매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세심하고, 사랑을 담아 준비를 했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만한 공연이 될 거 같다. (펠리페 감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음악,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간다. 앞으로 선보일 ‘라이온 킹’에 많은 사랑 부탁 드린다. Info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대구 2018년 11월7일~12월25일│장소 계명아트센터│공연시간 평일 7시30분, 주말 및 공휴일 2시, 7시(*월요일 공연 없음)│가격 VIP석 17만 원, R석 14만 원, S석 11만 원, A석 9만 원, B석 6만 원

-서울 2019년 1월9일~3월28일│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공연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2시, 7시(*월요일 공연 없음)│가격 VIP석 17만 원, R석 14만 원, A석 9만 원, B석 6만 원

-부산 2019년 4월│장소 드림씨어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 예정)

[글 이승연 기자 사진 ⓒDisney, 클립서비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8호 (18.12.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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