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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은 현지인처럼! 흥미로운 충주 여행

입력 : 
2018-12-13 13: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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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생경한 관광지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고 일상의 배경이다. 여행 책자의 관광지보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현지인에게 얻은 정보가 더 흥미로운 여행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충주 주민에게 물었다. “꼭 한번 경험해 보면 좋을 충주 투어를 알려줘!”

트레킹 투어 | 충주호는 드라이브를 하거나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직접 산에 올라 보는 풍광이 더욱 특별하다.
사진설명
▶악어봉

“충주 하면 충주호다.” 이번엔 조금 색다른 경치를 경험하고 싶다는 여행자의 갈증에 시원한 해답을 주는 현지 지인의 말이다. ‘악어봉’에서 본 충주호 전경이 아주 끝내준다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 실사 촬영을 다니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입소문 나기 시작한 이곳은 최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되었다니 이번 충주행에 필수 코스로 리스트업.

단,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아 등산로가 따로 없기 때문에 험한 산행을 감수해야 하며, 찾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위험할 수 있으니 자주 산을 오르는 사람과 동행하거나, 여러 인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권했다. 지인의 조언대로 평상시 신던 운동화는 NO! 등산화 혹은 트레킹화로 갈아 신고 장갑을 끼고, 등산용 스틱을 준비한 후 월악휴게소(악어섬 전망좋은가든)로 향했다.

가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출발. 우리가 오를 악어봉이 있는 산은 대미산이다. 출발점에 위치한 가든의 사장님은 악어봉의 인기에 요즘 이곳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우리의 복장과 준비 상태를 요리조리 체크해 주셨다. SNS에서 보여지는 멋진 풍경만 보고는, 데이트하다 불쑥 오는 커플이나 삼삼오오 모임들이 이동 길에 잠깐 들러 산행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큰일이라며, 쉽지 않은 코스라 제대로 준비하고 오지 않으면 산행을 금한다고 한다. 일반인 걸음으로 1시간 안팎이면 오르는 곳이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가파르고 길이 정리되지 않아 힘들고, 또 되돌아오는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중간중간 체크해 놓을 것도 권했다.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오르는 순간 첫걸음부터 예사 경사가 아닌 것을 느낀다. 제법 낙엽이 쌓여 미끄럽기까지 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1시간이라니 뭐 한번 해보자! 하는 맘으로 기다시피 스틱으로 바닥을 찍어 가며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나뭇가지에 표시를 해 두기도 하고, 이미 누군가 표시해 놓은 리본들에 눈도장도 찍어 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곁눈으로 저 멀리 충주호가 그 자태를 슬몃 드러낸다. 그 멋진 풍경만으로도 순간 지치고 힘드니 이 정도만 봐도 된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길인데 하며 이를 다시 악물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모른 채 정신을 바짝 차리며 긴장의 산행을 이어 갔다.

드디어 악어봉 정상! 주변 산능선이 마치 악어 형상을 하고 충주호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누가 봐도 꿈틀꿈틀 기어오르는 악어들. 이름값 제대로 하는 악어봉이다.

한눈에 담기도 어려워 파노라마 사진에 담아야 그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좌우가 긴 ‘병풍 풍광’을 보는 듯하다. 가슴 벅찬 아름다움은 힘들게 오른 수고를 한번에 날려 주기 충분했다. 역시 친구 말을 듣기 잘했다! 악어봉, 인생에 기억 남을 한 장면이다.

사진설명
▷운정식당 악어봉 트레킹 전,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가면 좋을 올갱이 해장국 집이다. 충주에선 이미 입소문 난 맛집. 충북 지역에서 ‘다슬기’를 부르는 사투리인 올갱이가 가득 들어 있는 해장국이 아주 시원하다. 진하고 강한 맛을 기대한 사람에겐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깊고 담백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깍두기를 얹어 먹기에 그만이다. 이곳 한자리에서 40년을 운영한 사장님이 만들어 내는 이 맛, 직접 담은 장과 재료만 사용한다니 충주 맛집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올갱이 해장국 8000원.

주소 충주 중원대로 3432-1

영업시간 06:00~22:00 *연중무휴

문화, 도심 투어 충주의 도심 속에서 찾아보는 흥미진진 감성 공간들.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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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책장과 벽 한 편에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또 다른 테이블에선 커피를 마시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죽 공방에서 클래스가 진행된다. 곳곳에 진열된 그림과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곳. 뭐 이렇게 다양하냐고? 하지만 그 무엇 하나 동떨어진 느낌 없이 잘 버무려진 이곳의 매력은 취향이 같은 사람들의 아지트 같다는 점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도무지 콘셉트를 알 수 없는 다양한 국적과 시대 제품들이 오묘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 이곳의 주인 격인 강아지와 고양이는 흐르는 시간을 유유히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지루함 틈 없게 한다. 문득 오늘은 뭐 하지 하는 날, 아무 생각 없이 가서도 제법 알차게 시간을 보내거나, 만들고 싶고 그리고 싶었던 것들을 미리 신청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되는 힙한 문화 행사, 독서, 글쓰기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있으니 눈여겨보자. 주소 충주 연원 11길 9 1층 영업시간 14:00~23:00 *월요일 휴무

▶온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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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독립 서점. 충주에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궁금했다. 햇빛 잘 드는 작고 아담한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밀조밀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이 가지런하다. 독립 서점 특성답게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곳의 책들은 어떤 얼굴일까, 한 걸음 한 걸음 옆으로 옮겨 가며 찬찬히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인장뿐 아니라 손님들의 추천 메시지, 작가의 메시지가 곳곳에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어 메모를 보고 피식 웃음과 함께 책 한 권을 손에 쥐었다. 어떤 메시지보다 강하게 구매 욕구를 불어넣어 주는 말 없는 메모의 힘이다. 책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문구와 소품들은 구경만으로 즐겁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나도 작가가 되고,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맘 따뜻해지는 아날로그 감성 뿜뿜 돋는 그런 곳이다. 주소 충주 예성로 228 영업시간 13:00~20:00 *월요일 휴무

▶카페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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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모서리. 화려한 간판도 특별한 문 장식도 없어 오히려 반갑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기운이 기분을 리프레시하게 해 준다. 작은 식물원에 들어온 듯, 햇빛 좋은 창가에 앉아 향이 진한 커피 한 잔을 입에 흘려 넣으니 왜 이곳이 인기 있는지 알겠다. 요즘 유행하는 플랜테리어(식물(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 카페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곳곳에 숨은 식물들을 찾아 이름을 알아맞혀 보는 것도 재미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디저트와 음료는 맛뿐 아니라 데커레이션도 좋아 눈도 입도 모두 만족하는 곳이다. 주소 충주 봉방 6길 18

영업시간 12:00~21:00, 토요일 13:00~21:00 *금요일 휴무

체험 투어 | 그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느끼는 오감 여행. ▶새봄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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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는 사과의 고장이다. 현지에 가면 특산물을 한두 가지 사오기 마련인데, 사과를 마켓에서 사오는 것도 좋지만 직접 농장에 가서 따오는 건 어떨까? 가족과 연인과 함께 손수 갓 딴 사과를 맛보며, 한두 시간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 특산물을 구매하는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빠알간 사과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장면만으로도 도심에서 자라고 생활한 현대인에겐 보기 드문 광경이다. 사과나무가 빼곡한 2만 평 넓이의 농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잘 익은 사과를 찾아다니고, 사다리를 올라 높은 곳에 매달린 사과를 어렵게 따는 재미. 그리고 곳곳의 예쁜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등 보고 먹는 이상의 체험은 오래 남을 추억을 만들어 준다. 체험비는 따로 없고 직접 딴 양만큼 가격이 책정된다. 1kg에 4000원. 7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시기에 따라 과수 사이즈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수확 시기를 잘 보고 가면 더욱 좋은 볼거리와 상품의 과일을 얻을 수 있다. 주소 충주 수안보면 수회신원길 16-8

시장 투어 | 그 지역의 재래시장은 여행이 주는 큰 재미 중 하나다. ▶충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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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을 가장 잘 느끼고 싶다면 재래시장 구경이 최고다. 충주 역시 유명 시장이 있다. 무학, 자유, 공설, 풍물 시장들은 가까운 위치에 연결되어 있고 그 넓이도 넓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 지역의 특산물들은 물론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중원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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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순대 골목 초입에 위치한 순댓국집. 이 지역의 순댓국은 시래기국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일반 순댓국의 고깃국과는 다른 구수하고 깔끔한 깊은 맛이 일품이다. 담백한 국물에 잘 삶아진 내장과 순대를 곁들여 먹는데, 6000원으로 잘 차려진 밥상을 맞는 든든함이 느껴진다. 이곳의 별미인 머릿고기는 1만 원에 한 접시 푸짐하게 나온다. 삶은 돼지고기 잡내는 전혀 없고 부드러운 육즙과 쫄깃한 식감이 기가 막힌다. 근처에 만두 순대 골목이 형성되어 순댓국을 좋아하는 사람은 충주시장에서 한 끼는 일정에 꼭 넣어 넣을 것. ▶감자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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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유명 음식은 감자만두다. 감자떡 같이 생겼는데 만두다. 쫄깃쫄깃한 감자피 안에 매콤 칼칼한 김칫소가 의외의 궁합을 자랑한다. 가격 또한 착해서, 10개 가득 푸짐한 접시가 4000원이다. 찜통에서 갓 나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만두를 시장에서 먹는 맛도 좋지만, 현지 인기 상품답게 박스로 잘 포장해서 서울에 와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충주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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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프랜차이즈 빵집이 판을 치는 요즘. 동네 빵집은 사라진 지 오래거나 보기 드물다. 시장통에서 만난 빵집은 어릴 적 추억을 금세 소환한다. 그렇다고 얕보면 곤란하다. 의외로 종류도 다양하다. 서너 명의 직원이 쉬지 않고 현장에서 빵을 굽고 포장을 하며 분주하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주인 아저씨의 추천에 충주사과로 만들었다는 사과 빵을 골랐다. 달콤한 사과 과육과 건포도가 들어간 폭신한 빵 맛이 꽤 좋다. 지역민들의 추억을 가진 동네 빵집, 자유시장에서 1980년대부터 지켜온 그 맛이라니, 나의 여행에도 추억 하나가 생겼다. [글과 사진 김현정(콘텐츠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8호 (18.12.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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