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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국산 토종 SW업체 차세대 배제 논란

전종헌 기자
입력 : 
2018-12-18 11:54:40
수정 : 
2018-12-18 2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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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원 규모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국산 SW 배제
국내 SW 업체에만 유지보수 비용 삭감 고통 전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IBM 메인프레임…외산 종속 심각
KB국민은행 “티맥스 주장 사실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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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티맥스소프트 김동철, 이희상 대표이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 전종헌 기자]
KB국민은행이 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면서 국산 토종 소프프웨어를 원천 배제해 '금융 갑질'이라는 구설수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차세대는 '더 케이 프로젝트'로 명명, 수십 년간 사용하던 탈 IBM 선언과 특정 외산 IT기업의 종속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차세대 구축 우선협상자인 SK C&C가 여러 소프트웨어(SW) 벤더(공급업체) 중 기술과 제품, 가격 등을 고려해 제안한 국산 토종 SW업체 티맥스소프트의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솔루션(DMBS)이 검토 기회에서 조차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그 자리를 외산 벤더가 꿰찼다. ◆"유독 국산 인프라 SW만 배제했다(?)"

티맥스소프트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KB국민은행의 '더 케이 프로젝트' 불공정 SW 제품 선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긴급 기자회견를 열고 국산 SW가 큰 피해와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을 폭로했다.

주요 내용은 KB국민은행이 '더 케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제품 선정 과정이 확인됐고 이로 인해 국산 SW가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원천 배제 당했다는 것이다. 또 KB국민은행이 국내 금융사 중 국산 SW에 대한 '갑질'과 특정 외산 SW 종속이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이날 절박한 심정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상 이런 기자회견을 열면 추후 금융권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 희망 시 때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기자회견이다.

김 대표는 "불공정한 과정과 경쟁의 결과로 이뤄진 특정 제품 선정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면서 "서울 중앙지법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사업의 사업자 선정 무효 가처분 신청과 재심의를 요청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케이 프로젝트' 과정 어떻길래…

KB국민은행이 발주한 '더 케이 프로젝트(더 케이 프로젝트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 비대면 재구축)'에서 지난 10월 17일 SK C&C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SK C&C가 복수 제안한 인프라 SW는 우선 1안 미들웨어의 경우 티맥스소프트 제우스, DBMS는 티맥스데이터 티베로와 한국IBM의 DB2, 2안은 한국오라클의 미들웨어 웹로직과 오라클 DBMS였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 C&C는 여러 기술과 제품,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같이 KB국민은행에 제안했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미래IT추진부와 총무부에서 자체 검토를 약 2개월간 진행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게 티맥스측의 주장이다.

첫째로 논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제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의 '더 케이 프로젝트' 제안요청서를 살펴보면 제안 대상 인프라 품목 중 x86 플랫폼 적용 대상 서버, 스토리지, DBMS, 웹서버, 웹애플리케이션서버 및 리눅스 플랫폼 적용 대상 업무의 시스템은 '복수 벤더'의 제품을 제안해야 한다. 더불어 '제안서 접수 후 해당 복수 제품에 대한 내부검토와 가격경쟁 등을 통해 선정된 제품을 본 사업에 포함해 계약하도록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SK C&C가 제안한 해당 복수 제품에 한해 내부 검토와 가격경쟁 등이 진행돼야 하지만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제품인 한국IBM의 미들웨어 '웹스피어'까지 추가 검토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둘째로 지적되는 불공정 거래는 SK C&C가 제안한 국산 인프라 SW가 이유 없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DBMS의 경우 제안 요청서 및 제안설명회 당시 'High Range와 Middle Range'로 업무를 구분해 각 업무별 DBMS를 복수 제안하도록 했다. 이에 SK C&C가 복수 제안한 DBMS 제품은 1안의 경우 Middle Range는 티맥스데이터의 '티베로', High Range는 한국IBM의 'DB2', 2안은 Middle Range와 High Range 부분 모두 한국오라클의 '오라클 DBMS'였다. SK C&C가 고객사인 KB국민은행의 제안요청서 내용에 따라 각 업무별 특성을 고려한 3개의 DBMS 제품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서는 제안된 3개 제품에 대해 기술적 타당성 및 가격의 합리성을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제품 검토를 해야 하지만 특정 외산 IT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티맥스 측은 주장했다. 실제 제안된 3개 제품 중 유독 국산 인프라 SW만 배제하고 한국오라클과 한국IBM 등 오직 외산 SW 제품에 대해서만 기술 검증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김동철 티맥스 대표는 "KB국민은행 또는 SK C&C로부터 기술 검증 배제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이나 대응, 해명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특정 외산 제품만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이 진행됐고 결국 한국IBM만이 가격을 제출해 해당 제품이 선정됐다. 티맥스 측은 "통상 DBMS의 기술 검토를 위한 벤치마크 테스트는 시나리오 작성, 벤치마크 테스트 항목 선정과 실시, 기술 평가 등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런 과정이 없이 졸속으로 특정 제품이 특혜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산 인프라 SW의 가격 제안은 아예 검토 대상이 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김 대표는 "SK C&C를 통해 한국IBM은 초기 제안 시에는 '수백억원을 제안'했다가 나중에 갑자기 해당 제품을 무상으로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의 내부 검토가 진행되면서 '외산 벤더에서 Middle Range DBMS는 무상으로 준다'라는 구두 제안에 따라 'High Range'와 'Middle Range DBMS'를 구분하지 않고 검토가 이뤄졌고 그 결과, 국산 인프라 SW의 가격 제안은 아예 검토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SW기업 일자리 창출 노력에 찬물

KB국민은행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은행이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국민에 의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대형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이번 차세대 구축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IT와 SW산업 발전은 물론 국내 SW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 은행 중 KB국민은행만이 유일하게 한국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면서 대부분의 인프라 SW를 한국IBM과 외산 SW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국산 인프라 SW의 사용 비율은 전체 IT 예산의 1% 미만에 불과하고 이는 다른 대형 은행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비슷한 IT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내 주요 은행의 경우 국산 인프라 SW가 상당수 업무(미들웨어는 80% 이상)에 적용되고 있다.

티맥스 관계자는 "지난해 탈 IBM 메인프레임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한 우리은행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정한 경쟁 입찰을 할 경우 국산 인프라 SW의 도입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KB국민은행은 공정한 경쟁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 외산 제품에 유리한 경쟁 방식만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KB금융지주 중 국산 인프라 SW의 사용 비율이 높은 계열사는 KB증권과 KB손해보험가 있는데, 이들 계열사는 KB금융지주로 편입되기 전인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 시절 국산 인프라 SW를 도입한 곳이다.

국산 인프라 SW에 대한 금융 '갑질'이 KB국민은행에서 가장 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3년 탈메인프레임(다운사이징)을 결정하고 총 6개월 동안 여러 국내외 업체들이 참가해 제품 검증을 실시하게 했다. 이때 티맥스도 2013년 12월 2일부터 2014년 3월 2일까지 약 4개월간 약 100억원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무상 제공과 총 60명에 해당하는 인력과 경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며 KB국민은행이 요구한 기술 검증에 임했다. 그렇지만 한국IBM의 이른바 '한국IBM 대표 셜리 위 추이 메일 사건'으로 인해 총 6개월간의 기술 검증은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됐고 결국 한국IBM의 메임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후 KB국민은행은 어떠한 보상이나 비용 지급없이 6개월 동안 지원한 비용과 부담은 고스란히 수많은 국산 SW 업체만의 몫이 됐다는 게 김동철 티맥스 대표의 주장이다.

2016~2017년에는 KB국민은행 IT 비용 절감이라는 이슈가 발생했다. 이 당시에도 IT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 대상은 고비용의 한국IBM이나 한국오라클이 아닌 힘없는 국산 SW의 유지보수 비용만이 대상이 됐다. 이 결과 KB국민은행 IT 유지보수 비용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으나 외산 기업의 유지보수 비용은 연간 20%대로 유지되고 국산 SW 업체들의 유지보수 비용은 삭감됐다.

◆KB국민은행 “티맥스 주장 사실과 달라”

KB국민은행은 이날 티맥스 측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보도참고 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제품이 검토됐다는 주장에 대해 SK C&C의 사업 제안서 내용을 공개하며 맞받아쳤다.

KB국민은행은 “‘가격경쟁 등을 통해 선정된 제품을 포함한다’는 제안요청서 내용에 따라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품목 또한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며 “KB국민은행은 다자간 경쟁을 통한 최적의 제품 선정을 위해 우선협상자인 SK C&C와 합의하에 제안 외 제품을 포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SK C&C가 제안한 국산 인프라 SW가 이유 없이 배제됐다는 티맥스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보도참고 자료에서 “비용절감 및 제품성능 등을 감안해 복수 벤더 제품의 계약 형태를 ‘용량단위 계약’에서 ‘통합 ULA 계약’ 형태로 변경하는 것에 SK C&C와 합의했다”며 “IBM이 가격경쟁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검증 제외) 업체 제안서 내용에는 티맥스의 티베로 제품이 국내 시중은행 주요업무 시스템 적용 사례가 없고, SK C&C의 제안도 내부관리 업무용으로 제안돼 별도 기술검증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KB국민은행의 경우 국산 인프라 SW 사용 비율이 가장 낮다는 티맥스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더 케이 프로젝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반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국내 IT산업의 발전에 동참하기 위해 인공지능 플랫폼, 클라우드 기반 개발 환경 솔루션과 빅데이터 기반의 운영관리 모니터링 솔루션 등 약 50여종(총 도입 SW의 60% 이상)을 국내 SW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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