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확인해봄] 명동·강남·여의도 돌며 확인한 ‘눈 먼’ 점자블록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1 14:22

수정 2018.12.11 14:40



‘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보완되지 않는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점자블록은 점형 점자블록과 선형 점자블록으로 구분된다. 사진=조재형 기자
점자블록은 점형 점자블록과 선형 점자블록으로 구분된다. 사진=조재형 기자

길을 걷다보면 발견하게 되는 노란 사각형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인데요. 시설주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원과 도로, 교통시설과 연결되는 보도, 건물·장애인전용주택 출입구 등에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합니다.

점자블록은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으로 구분되는데요. 점형블록은 ‘위치 감지용’입니다. 출발지점, 대기지점, 방향 전환 지시, 경고 등을 표시할 때 사용됩니다. 쉽게 생각해 횡단보도 앞에 점형블록이 설치돼있다면 ‘일단 멈춤’이라는 말이죠. 선형블록은 보행 방향을 지시할 때 쓰입니다.

서울 여의도 일대 점자블록이 파손된 자리가 시멘트로 채워져 있다. 일부는 뜯어진 그대로 방치 상태다. 사진=조재형 기자
서울 여의도 일대 점자블록이 파손된 자리가 시멘트로 채워져 있다. 일부는 뜯어진 그대로 방치 상태다. 사진=조재형 기자

자세한 설치 기준은 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잘 나와있습니다. 표준 사이즈는 가로 30cm, 세로 30cm입니다. 점형블록은 점 36개, 선형블록은 돌출선 4개가 표준입니다. 색상은 노란색이 원칙입니다. 가장 잘 보이는 색이기 때문이죠. 노란색으로 설치하면 약하게나마 앞을 볼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쉽게 블록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도로의 바닥재가 황색 계통이라 구별하기 어려울 때에 한해 눈에 잘 띄는 다른 색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잘못 설치된 명동 거리 점자블록. 사진=조재형 기자
잘못 설치된 명동 거리 점자블록. 사진=조재형 기자

■명동·강남·여의도.. 번화가에서 확인해본 ‘점자블록의 현주소’

하지만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됩니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보면 점자블록 위에 장애물을 설치하면 안 됩니다. 맨홀 뚜껑 같은 시설물이나 가판대처럼 이동 가능한 물건도 안 됩니다. 점자블록 돌출면이 마모되거나 파손됐을 때는 블록을 교체하게 명시돼있습니다. 노란색이 벗겨져도 고쳐야합니다. 잘 보이던 블록이 안 보일 수 있으니까요.

비판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심각성은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는 것처럼 확실한 건 없겠죠?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역↔을지로입구역’, ‘강남역↔신논현역’, ‘여의도역↔여의나루역’ 구간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관련 지침에 따라 파손·마모·퇴색된 블록, 블록 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할 수 있는 시설물, 장애물 등을 위주로 확인해봤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파손되거나 눌리고 뜬 점자블록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길을 걷다보면 파손되거나 눌리고 뜬 점자블록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점자블록 위에 구조물이 놓인 장면. 사진=조재형 기자
점자블록 위에 구조물이 놓인 장면. 사진=조재형 기자

표준형(노란색)이 아닌 빨간 석재로 만들어진 점자블록이 파손돼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표준형(노란색)이 아닌 빨간 석재로 만들어진 점자블록이 파손돼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벽돌에 표시된 점자 돌출부가 마모돼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조재형 기자
벽돌에 표시된 점자 돌출부가 마모돼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조재형 기자

먼저 여의도역입니다. 역을 나서자마자 파손된 점자블록이 눈에 띕니다. 블록 위에 화물 운반용 카트와 가판대, 생수통을 놔둔 업주도 있었습니다. 블록이 일부 파손된 자리를 시멘트로 메우기도 했고 일부는 뜯어진 채 방치돼있었습니다. 대형 복합쇼핑몰이 올라가고 있는 건설현장 주위는 사실상 관리가 멈춰있었습니다. 여의도에서 비교적 오래된 도로인 이곳에서 빨간색으로 착색된 블록, 회색 블록, 마모되고 파손된 블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죠.

명동역 주변은 점자블록 설치와 관리가 생각보다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맨홀 뚜껑이 점자블록을 끊어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하는 구간이 제법 발견됐습니다. 맨홀 등 시설물은 점자블록을 피해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맨홀 뚜껑에 점자블록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명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 외에 심하게 퇴색된 블록과 점자블록 위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볼 수 있었고, 보행로 바닥재와 완전히 같은 색으로 설치된 점자블록도 있었습니다.

가로수 화단 때문에 끊긴 강남역 일대 점자블록. 사진=조재형 기자
가로수 화단 때문에 끊긴 강남역 일대 점자블록. 사진=조재형 기자

색이 바래거나 벗겨진, 착색된 점자블록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조재형 기자
색이 바래거나 벗겨진, 착색된 점자블록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조재형 기자

고무 재질로 설치된 점자블록 돌출부 일부가 뜯어진 장면. 사진=조재형 기자
고무 재질로 설치된 점자블록 돌출부 일부가 뜯어진 장면. 사진=조재형 기자

마지막으로 강남역입니다. 역시 이곳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화분, 가로수, 간판 등이 점자블록을 막아 장애인이 위험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럿 있었습니다. 맨홀이 잘못 설치되고 블록이 파손된 곳, 공사 때문에 점자블록 일부를 아스팔트로 덮은 곳도 찾을 수 있었죠. 고무 재질 점자블록은 돌출부가 뜯겨 있었습니다.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점자블록을 바르게 설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입니다. 명동을 찾은 고등학생 A씨는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최소한 점자블록이라도 제대로 관리되면 좋겠다"고 말했고, 강남역에서 만난 20대 B씨는 "겨울이 되면 넘어질 것처럼 미끄러운 블록도 많다"며 "잘 설치하고 자주 점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잘 관리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손되고 마모된 점자블록이 많고, 오래된 도로일수록 방치 정도가 심했습니다.
비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구조물에 불과할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안전이 달린 일이겠죠. 시설주와 관련 부처가 합심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길 바라봅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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