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아이 발열은 면역반응…고열로 인한 뇌손상 확률은 낮아

류정민 |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교수

고열과 열성경련

초기엔 해열제 먹이며 지켜보고, 4~5일 지속되면 병원 방문

2~3분 경련발작은 문제 안되나, 반복된다면 MRI·뇌파 검사

밤에 아이에게 열이 날 경우 부모들은 걱정한 나머지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열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밤에 아이에게 열이 날 경우 부모들은 걱정한 나머지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열이 난다고 해서 무조건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발열은 소아 환자의 응급실 방문 원인 중 가장 흔한 증상의 하나다. 야간, 특히 심야 시간에는 더 그렇다. 의료기관이 문을 열지 않아 불안한 양육자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열이 나는데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면 열 때문에 뇌손상이 온다’는 잘못된 통념과 최근 출산율 감소로 인해 양육 경험이 더욱 부족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전에는 고열이 있는 아이들 일부에서 발생한 세균성 뇌수막염의 합병증인 청력 손실, 지능 저하 등 뇌손상 관련 증상들이 문제가 됐다.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18)아이 발열은 면역반응…고열로 인한 뇌손상 확률은 낮아

그러나 세균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의 주요 원인균인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균과 폐구균 백신이 도입된 이후 세균성 뇌수막염의 발생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이런 백신을 스케줄대로 잘 맞은 아이라면, 39도가 넘는 발열이라고 하더라도 처음 2~3일 정도는 해열제를 먹이면서 지켜봐도 된다. 그러나 1세 이하에서 다른 감기증상이 없고 목도 전혀 붓지 않았는데 39도가 넘는 경우는 소변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발열은 면역반응의 하나로, 인체의 면역체계가 병원체와 싸우고 있다는 신호이며, 그 자체로는 아이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 보통 열이 확 오르기 시작할 때 발열에 수반되는 오한으로 인한 떨림, 처짐, 끙끙댐,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증상들 때문에 힘든 것이다. 해열제를 복용하는 이유도 열 자체를 없애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부수적인 증상을 없애 아이를 편하게 해주려는 조치다.

따라서 해열제에 대한 반응은 해열 자체보다 증상들이 호전돼 잘 놀게 되는지로 판별하는 것이 현명하다.

질병 자체가 나아지기 전까지는 발열 자체를 해열제로 치료할 수도 없으며, 치료 대상도 아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감염(감기 혹은 장염 등)은 3~4일 안에 발열이 소실되며, 4~5일 이상 발열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세균 감염 등의 합병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계속 처지거나 해열제를 2회 복용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잘 놀지 않는 경우, 열이 4~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심한 구토나 두통이 있는 경우, 목이 뻣뻣하거나 목을 잘 못 움직이는 경우 등은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열성경련은 흔히 발열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로 여긴다. 실상 발열 그 자체가 열성경련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대부분 3개월~6세에서 발열이 시작된 첫날 2~3분 이내로 지속되다가 경련이 멈추면 금방 의식을 회복한다.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 경련발작을 하기 때문에, 응급실을 방문해서야 발열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고전적·전형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경련발작이 원인과 상관없이 주로 의식 소실을 동반하면서 적어도 15~30분 이상 지속하는 경우(경련지속증), 그 자체로 뇌손상이 올 수 있다. 대부분 2~3분 이내의 짧은 경련발작은 중간에 의식이 완전히 회복된 경우라면 한 번 이상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 거의 뇌 손상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련을 여러 번 하는 것이 경련지속증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열성경련의 특별한 예방법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복합열성경련은 하루에 한 번 이상(주로 연속적) 또는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좌우 한쪽 팔다리에만 경련발작이 나타나는 경우인데, 뇌척수액 검사와 뇌MRI 촬영 혹은 뇌파 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발달이 정상이고 신경학적 징후가 전혀 없는 해당 연령 범위 내의 아이들은 반드시 뇌파 검사를 시행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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