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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장세서 존재감 뽐낸 채권형 펀드-‘키움10년국고채레버리지’ 年8% 발군 중금리선 美 MBS(모기지담보증권)·신흥국 메자닌(CB·BW) 주목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8.12.07 10:02:44
‘원화 장기 국채를 절반가량 꼭 담아라.’

내년 자산배분 전략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월 27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로 5조3883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국내외 주식형 펀드나 해외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이 신통찮기 때문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눈높이를 낮추고 확실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채권 펀드가 인기를 구가 중이다. 신동준 KB증권 상무는 “달러 초단기 채권과 원화 장기 국채 편입 비중을 확대하고 위험자산 편입은 내년 1분기 이후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기 힘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가 급락장에서 선전 중이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기 힘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가 급락장에서 선전 중이다.



▶원화 국채 필수 편입자산

▷우량 회사채 펀드도 눈길

원화 장기 국채는 분산 투자 차원에서 필수 편입 자산 중 한 가지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더라도 장기채보다는 단기채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기 1년짜리 단기채는 보유 기간이 짧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격 변동이 덜하다. 반면 장기채는 보유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으로 길고 그에 따른 쿠폰(주식의 배당에 해당) 수익을 받기 때문에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가격 변동 리스크가 커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장기 국채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다소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 장기 국채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한국 채권은 우량 자산으로 통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것이 첫째 이유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7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 사상 처음 4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8위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녹록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금리를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원화 장기 국채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수익률도 준수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월 27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29%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던 최근 3개월 동안에도 0.6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는 2.98%의 수익을 올렸고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 역시 2.96% 수익을 내는 중이다. 만기가 1년 미만인 초단기 채권 펀드의 수익률도 연 1.59%로 나타났다.

펀드별로 보면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파생형]’의 수익률이 8.17%로 가장 좋다. ‘DB다같이장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C/C-F’ ‘키움KOSEF10년국고채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 ‘삼성퇴직연금KOSPI200연계증권투자신탁1[채권]’ 등이 4~5%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다만,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는 해당 펀드가 편입한 채권의 신용등급을 살피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채권을 투자적격 채권, BB+ 이하의 채권을 투기등급 채권이라고 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은 이자를 많이 주는 대신 부도 위험이 높다. 또 펀드에 편입된 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 만기가 짧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은 작지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美 모기지 채권 인기 껑충

▷키움운용 공모펀드 내놔

해외 상품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한 미국 모기지담보증권(MBS)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미국 경기 호황 덕에 주택 가격이 오르고 금융위기 이후 규제가 강화된 덕분에 주택담보대출의 질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가격 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던 국채·회사채(투자등급)와 달리 MBS는 연 5%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미국 MBS에 주로 투자하는 ‘키움글로벌모기지인컴펀드’를 지난 6월 선보였다.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AB)이 운용하는 ‘AB FCP I-모기지인컴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이다. 정부 지원기관과 민간기관에서 발행한 MBS를 비롯한 다양한 자산유동화증권(ABS) 상품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김흥수 키움투자자산운용 리테일사업부장은 “미국의 연내 2~3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채권 투자로는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MBS와 같은 비전통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기지 채권 투자의 최대 리스크는 조기상환이다. 하지만 통상 조기 상환 리스크는 금리가 하락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만기 5년짜리 주택담보대출 묶음을 유동화한 상품이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이 상품의 기초자산 격인 대출을 빌린 사람들은 금리가 하락할 때 이를 조기 상환하고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채권에 투자한 사람은 당초 예상했던 수익률을 맞추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처럼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이 같은 조기 상환 위험이 줄어든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지난 2007년 미국 저소득층에게 실행됐던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해 이를 증권화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았던 금융사가 줄줄이 파산하면서 금융위기로 번진 것을 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지금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훨씬 높았고 고용시장 상황 등 거시경제의 체력 또한 당시와 질적·양적으로 다르다. 주택 가격 하락 위험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상 미국 MBS는 거치 기간 없이 원금 분할상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출 기간이 경과할수록 원금이 감소하고 금융기관의 위험이 줄어드는 구조다.

▶급락장서 빛난 메자닌 펀드

▷해외 상품도 속속 출시

채권처럼 안전한 펀드에 투자하고 싶으면서 고수익을 원한다면 메자닌 펀드가 제격이다. 메자닌 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상품인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한다. 메자닌 펀드는 소수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 형태가 많다. 국내에서는 아샘자산운용의 ‘메자닌포커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 펀드 수익률이 발군이다. 급락장이 펼쳐졌던 지난 10월 약 10% 수익률로 전체 헤지펀드 중 가장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국내 상장사 메자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신흥국 메자닌 상품도 출시 대기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샘자산운용은 베트남 메자닌 2호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에도 ‘아샘베트남메자닌포커스’를 내놨다. 베트남 섬유 생산업체인 TNG가 발행한 CB에 투자하는 펀드다. 대체투자운용사 관계자는 “0%대 이자에 전환 가격이 발행 시점보다 50% 이상 높은 조건의 CB까지 나오면서 국내 메자닌 시장에 소위 ‘먹을 게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메자닌은 통상 연 5% 안팎의 이자를 준다. 만기까지 주가가 전환 가격보다 떨어진 최악의 상황에도 연 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가가 오르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신흥국 메자닌 펀드에 투자할 때는 운용사의 현지 기업분석 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조언이다. 성장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지는 신흥국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발행사의 부도 위험 등을 면밀히 비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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