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안전' 걸린 렌터카 사업까지…대기업 진입·확장 막은 동반위
내년 1월부터 SK렌터카·롯데렌터카·AJ렌터카 등 대기업들은 1년 미만 자동차 단기대여 사업을 확장할 수 없게 된다. 다른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제한되고, 대기업이 중소렌터카 업체를 적대적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금지된다. 자동차 단기대여 서비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데 따른 것이다.

렌터카 적합업종 지정으로 1000개 넘는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렌터카 시장에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적대적 M&A가 제한됨에 따라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단기 렌터카 신규 사업 불가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10일 제53차 회의를 열고 렌터카(자동차 단기대여 서비스)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로 의결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적용 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다. 렌터카 사업은 1년 이상의 장기와 1년 미만의 단기 대여 사업으로 구분돼 있다. 동반위는 이와 함께 “자동차 단기 대여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기업은 지금의 지점 수를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지점 수를 더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대상 기업은 SK렌터카·AJ렌터카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와 롯데렌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 등이다. 동반위는 또 해당 기간 다른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기반의 플랫폼을 사용하거나 기존 중소렌터카 사업자의 차량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대기업의 신규 진입을 예외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단기대여 서비스 기업 간 M&A는 허용하되, 적대적 M&A는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렌터카 대기업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소기업을 공격해 흡수합병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동반위 측은 “합의사항 준수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협의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안전' 걸린 렌터카 사업까지…대기업 진입·확장 막은 동반위
이번 적합업종 지정은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가 동반위에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중소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여신업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가격과 각종 서비스 혜택을 무기로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중소업체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업체 난립 더욱 심해질 듯

동반위의 이런 결정에 대해 해당 대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이미 수익성이 높은 장기 렌터카 사업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롯데렌터카가 보유한 등록 차량 중 장기 렌터카 비중은 95%에 달한다. 2위인 SK렌터카 보유 차량 중 88%가 장기 렌터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시장에서 전략지역에 지점을 낼 수 없게 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단기 렌터카 시장도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돼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혁신을 위한 경쟁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이나 안전을 고려하기보다 중소기업의 이익에 치중한 제도”라며 “렌터카 사업이 소비자 안전과도 직결돼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000여 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렌터카 시장의 구조조정이 원천 봉쇄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더욱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렌터카 업체가 증가함에 따라 매년 렌터카 관련 소비자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렌터카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지난해 290건에 달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수리비 폭탄’을 안겨 이익을 취하는 업체나 음주 운전 이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차를 빌려주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서비스 품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높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신규 진출을 막아버리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박종관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