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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뉴욕타임스 트래블] 딱 36시간, 다양성의 도시 바르샤바에 홀렸다

입력 : 
2018-12-10 04:01:06
수정 : 
2018-12-10 10: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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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에서 힙한 예술까지
`공산당원 먹방` 식당도 인기
폴란드가 유럽연합(EU)에 속하게 된 지 11년 하고도 반. 수도 바르샤바는 이미 몇 번의 성장과 퇴보의 순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발전하는 예술, 경이로운 나이트 라이프부터 최근 진행중인 퀄리티 있는 건축 개발 계획, 그리고 박물관 개관까지 진행하며 마침내 동유럽 문화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콘셉트 스토어, 갤러리, 다양한 칵테일 바가 오늘날 바르샤바를 보여준다. 2013년에는 레스토랑 '아뜨리에 아마로(Atelier Amaro)'가 미쉐린 원 스타를 받아냈다. 베를린 다음가는 도시라고 하긴 어렵지만, 바르샤바도 결국 훌륭한 도시로 평가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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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톤으로 재건된 바르샤바 구 시가지의 모습.
■ 오후 3시. 택시를 타고 파스텔 톤으로 재건된 바르샤바 구 시가지를 가볍게 둘러보며 폴란드 유대인 역사 박물관으로 향하자. 2013년 개장한 이 박물관은 과거 바르샤바 게토 구역에 둥지를 트고 있다. 지난 10월 개장한 전시관은 멀티미디어, 공예물, 복제품, 그리고 최신 설비들을 통해 폴란드 내 유대인 역사를 보여준다. 폴란드 내 유대인 정착을 받아들였던 중세 시대부터 나치 대량 학살사건(홀로 코스트)에 이르기까지, 그 이야기는 비극적이다. 오후 8시. 공산당원처럼 먹어보는 먹방 타임이다. 레스토랑 '인 언더 더 레드 혹(Inn Under the Red Hog)'은 폴란드에서 기념비적인 역사적 장소다. 중세 시대 때 같은 이름을 가졌던 레스토랑 역사를 그대로 잇고, 레닌, 피델 카스트로, 레오니트 브레주네프, 마오쩌둥 등 공산주의 지도자들에게 인기 있는 회담장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 공산당 엘리트들이 금단의 진미를 먹어 치우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음모를 꾸몄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 지 식당 메뉴는 채식 위주의 프롤레타리아 메뉴와 비트&체리 스튜 등으로 구성한 부르주아 메뉴 두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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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시절 소품으로 가득 찬 인 언더 레드 혹 레스토랑.
■ 다음날 토요일 오전 11시. 프랑스식으로 아침을 즐길 수 있는 프랑스풍 베이커리 카페 '샤롯데(Charlotte)'는 구세주 광장(Savior Square)에 있다. 현지인들은 '힙스터 광장'이라 부른다. 2011년 오픈한 이후 바르샤바 시민들에게 테이크 아웃 전문 브런치 가게로 뜬 곳이다. 샤를의 아침이란 메뉴가 대표적. 갓 구워 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과 홈메이드 잼, 초콜릿, 삶은 계란, 카푸치노에 이어 마무리는 스파클링 와인 벨투어. 이 구성이 25즈워티면 거저나 마찬가지다. ■ 오후 2시, 예술투어에 나선다. 지난 10년간, 바르샤바 예술은 규모와 위상 모두가 꾸준히 성장해왔다. 도시 내에는 이렇다 할 갤러리 지역이 없지만 정말 멋진 갤러리 중 몇 군데는 쉽게 걸어갈 수 있도록 모여 있다.

갤러리 '로칼30(Lokal_30)'은 실험적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곳으로, 신인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유제프 로바코프스키(Jozef Robakowski)와 같은 유명 예술가 작품까지 선보여왔다. 이 작업공간은 2013년 옮겨진 것으로, 그 이전에는 작은 아파트에서 7년간 운영했다. 코너를 돌면 '갈레리아 그라피키 이 플라카투(Galeria Grafiki I Plakatu·그래픽미술 & 포스터 갤러리)'가 있다. 이 곳에서는 제법 영향력 있던 폴란드 포스터 스쿨 흐름을 살필 수 있다.

■ 오후 5시, 2012년에 개장한 '미시아 3(Mysia3)'는 대형 셀렉션 숍에 들른다. 다섯개 층에 걸쳐 폴란드와 국제 의류 브랜드 옷을 수집한 놓았다. 모다 폴스카(Moda Polska)의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컷 아웃 드레스, 또는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를 발견하거나 오르스카(Orska)에서 업사이클 금속 세공 쥬얼리를 골라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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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미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아뜨리에 아마로 레스토랑.
■ 오후 8시. 오늘 만큼은 '폴란드의 미식'을 제대로 즐겨야 한다. '아뜨리에 아마로(Atelier Amaro)'는 2012년 큰 호평을 받으며 오픈한지 몇 개월 만에 폴란드식 특별한 요리법으로 미쉐린 원 스타를 받았다. 셰프인 보이치에흐 모데스트 아마로(Wojciech Modest Amaro)는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와 '노마(Noma)'에서 배운 요리 철학을 가졌다. 솔잎 식초와 바이손 잔디유에 절인 양배추, 버터에 구운 맛젖버섯, 복숭아 차와 에밀그라나 치즈요리가 기가 막히다. 인기가 많다 보니 한달 전 예약은 필수. ■ 오후 11시, 바르샤바 클럽은 여전히 인기다. 방문객들은 무대 위를 비울 줄 모른다. '미워시치 크레디토바 9'에서 힙합, 그라임, EDM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 클럽이 위치한 광장서부터 음악 소리가 쏟아진다.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긴 레드카펫을 따라 '더 뷰(The View)' 로비를 통과해 VIP 라운지 클럽으로 향해보길. 이번 여름, 28층 루프톱에 오픈한 이 곳에서는 EDM 사운드트랙, 하이힐을 신은 이들 춤사위, 디자이너들 수트와 같은 장면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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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기관 중 하나인 네온 박물관.
다음날인 일요일 정오. 비스와 강을 건너 프라가(Praga)지구로 향했다. 공장 단지였던 이 곳은 현재 다양한 예술 공간, 독립 숍, 그리고 음악 공연장으로 탈바꿈해 있다. 소호 공장 예술단지에 위치한 '네온 박물관(Neon Muzeum)'은 폴란드 냉전시절 네온사인을 보존하는 2005년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이후 바르샤바의 가장 흥미로운 문화 기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온 컬렉션은 폴란드 인민 공화국시절 예술과 사회 조직 교차점을 멋들어지게 보여주며 전쟁 후 역사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 오후 2시. 마테우쉬 게슬러(Mateusz Gessler)가 운영하는 오픈 키친 레스토랑 '바르샤바 브스호드니아(Warszawa Wschodnia)'에 자리를 잡는다. 2012년 11월 소호 공장단지 내에 오픈한 이곳에선 프랑스 요리 영향을 받은 폴란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폴란드 요리, 겨자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수육(46즈워티)은 프랑스 요리보다 맛있다.

ⓒ 2015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5년 12월 23일 자

[글 = 찰리 윌더 / 사진 = 일비 니유키친 / 정리 = 선용주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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