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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겨울 추천 여기] 겨울 여행 춘천, 쫄깃한 막국수 맛일세~

홍지연 기자
입력 : 
2018-12-10 04:01:09
수정 : 
2018-12-14 15: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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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체험박물관서 직접 면뽑고
7080 분위기 김유정역선 인증샷
소양강 스카이워크 짜릿함은 덤
사진설명
강원도 춘천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소양강 스카이워크. 바닥을 투명한 유리로 제작해 물길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몸은 점점 움츠러들기만 한다. 두껍게 입은 옷 때문인지 행동도 굼뜨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매년 오는 겨울이지만 매번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도 세월을 허투루 보내진 않았나 보다. 추운 겨울을 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배를 든든히 채우는 일이 우선이다. 공복일 때보다 무언가를 먹고 난 직후 몸의 온도가 살짝 오르는 것을 수차례 경험으로 알았다. 추운 겨울에도 먹방 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대신 여행지는 심도 있게 고른다. 큰맘 먹고 집을 나섰으니 그만한 보상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모든 사고 회로를 뛰어넘어 무작정 달려가게 만드는 여행지도 있다. 초겨울 춘천 여행이 그랬다. 이름에 봄을 품은 그곳이 문득 그리워졌다. 아직 겨울은 채 시작도 안 했는데, 봄이 고픈 얄궂은 마음은 급한 성미 탓이겠지. 시원하게 말아낸 막국수를 한 사발 들이켜고 넉넉하게 흐르는 소양강을 보고 나면 왠지 추운 겨울을 날 용기가 생길 것 같았다.

사실, 막국수가 먹고 싶었다. 여행은 때론 정말 아무것도 아닌 데서 시작하기도 하니까. 그게 이번엔 음식이었고 특별히 막국수였다. 막국수? 추운데 왜 굳이 그 찬 음식을 먹으러 춘천까지 가냐고들 묻지만 막국수는 본래 겨울 음식이다. 메밀을 반죽해 면을 뽑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막국수는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주로 먹던 음식이다. 밀가루보다 메밀이 구하기 쉽고 조리법도 간단해 누구나 해 먹을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름을 '막국수'라 지었을까. 이름의 '막'은 메밀을 '마구' 갈아 면을 뽑아 먹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춘천 사람들에게 막국수는 식량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춘천시 신북읍에 마련된 춘천 막국수 체험 박물관에 가면 이러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실제로 면을 뽑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건물 자체가 재밌다.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면을 삶는 가마솥을 본떠 만들어 눈길을 확 잡아끈다. 모르는 사람이 보고는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라며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도록 일부러 톡톡 튀게 만든 듯하다. 박물관은 2층 건물로 1층엔 전시관이, 2층엔 체험실로 꾸며져 있다. 전시관에선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은 물론 막국수 조리 과정을 보여준다. 국수를 뽑을 때 쓰던 방아와 맷돌 등 각종 농기구도 가져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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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전시관을 살펴본 다음 2층 체험실로 갔다. 그래, 이번 여행의 목적은 내 손으로 직접 막국수를 해 먹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왔다. 체험실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웬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건지, 부모 손을 붙잡고 온 아 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반죽을 치대고 있다. 국수 장인이라도 된 것 모양 경건한 마음으로 나의 첫 막국수를 영접하러 왔거늘, 아이들 웃고 떠드는 소란에 맥이 탁 풀렸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느낌이 좋아서인지, 아이들은 꽤 집중해 반죽을 빚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이곳은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체험장이랬다. 이렇게 푹 빠져 집중할 수 있고 나중에 한 끼 식사까지 해결하는데 왜 아니겠나. 얼른 자리를 잡고 준비된 메밀가루 반죽을 시작했다. 처음엔 손에 묻고 잘 뭉치지 않는데 열심히 치대고 나면 제법 모양이 나온다. 그렇게 완성된 반죽 덩어리를 국수틀에 넣고 누르면 곧장 펄펄 끓는 물에 퐁당 빠진다. 면이 익으면 찬물에 두어 번 헹궈주고 양배추와 상추, 절인 무와 양념 그리고 동치미 국물을 부어주면 막국수가 완성된다. 막국수 만들기 체험 1인 5000원(입장료 포함). 정성으로 만든 막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이때만큼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김태리도 부럽지 않다. 역시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건 역시 힘이 있는 일이다. 배가 찼더니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바깥 공기도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밥 한 끼로 이렇게나 세상이 달라 보인다.

▶ 춘천 가볼 만한 곳 = 신동면 증리 김유정 문학촌에는 김유정 작가의 생가와 전시관이 마련돼 있다. 생가 곳곳엔 김유정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해 놓은 조각상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문학촌에서 가까운 곳엔 김유정역이 있는데, 근사한 역사 옆 옛 기차역이 더 인기다.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겨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최근 춘천 명소로 떠올랐다. 투명 유리 바닥 아래로 말간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아이와 함께라면 다양한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전시한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추천한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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