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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號 첫 인사 키워드-수뇌부(부회장) ‘안정’ 참모(임원) ‘혁신’…미래 준비에 방점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8.12.10 09:56:15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첫 정기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혁신’이었다.

외부 출신 CEO(최고경영자) 영입을 밝힌 LG화학을 제외하고 5인 부회장을 모두 유임시켰다. 수뇌부 변동을 줄여 그룹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동시에 일부 대표이사 사장을 교체하고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등 혁신을 시도했다.

6명의 부회장단 가운데 퇴진을 발표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하고 전부 자리를 지켰다.

인사 발표 전 부회장단 인사는 오리무중이었다. 다른 계열사 부회장 교체를 계획했다면 LG화학만 따로 원 포인트식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임설 배경이었다. 반면 차석용(1953년생), 한상범(1955년생), 조성진(1956년생), 하현회(1956년생), 권영수(1957년생) 등 모두 1950년대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교체가 예상되기도 했다. 40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젊은 수뇌부를 꾸려 ‘뉴LG’ 청사진을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구 회장은 ‘백전노장’ 부회장단을 유임시키며 경륜과 안정에 무게를 뒀다.

그룹 참모진이라 할 수 있는 계열사 사장과 임원은 ‘인사의 결’이 달랐다. 사장 교체와 외부 인사 수혈이 적지 않았다. 신규 CEO를 선임한 계열사는 7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3M 수석부회장)을 포함해 정철동 LG이노텍 사장(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윤춘성 LG상사 대표이사(LG상사 자원부문 부사장), 이동열 서브원 사장(서브원 MRO사업부장 사장), 정성수 지투알 부사장(HS애드 전무), 이규홍 LG스포츠 사장(서브원 사장)이다. 새 영입 인사와 승진자를 포함해 LG그룹은 각 계열사 대표이사 CEO와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1명을 교체했다.

대표급 인사 중 정철동 사장이 주목받는다.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 CPO(최고생산책임자)와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지낸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최고 전문가다.

LG화학은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온 김종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은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 확대와 전지 분야 최대 매출 달성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LG전자 스마트폰 수장 교체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권봉석 사장(HE사업본부장)이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LG전자가 한 사람에게 두 사업본부의 수장을 겸임하게 한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그만큼 MC 사업성 강화에 초점을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사업 성과를 검증한 권 사장에게 MC사업본부를 함께 맡겨서 수익을 내겠다는 취지다. 황정환 LG전자 부사장은 1년 만에 MC사업본부장을 떠나게 됐다.

윤춘성 대표이사는 1964년생으로 송치호 LG상사 대표이사 사장(1959년생)보다 5살이 어린 젊은 CEO로 분류된다. LG그룹 ‘싱크탱크’인 LG경제연구원은 김영민 LG경제연구원 부원장을 내부 승진시켰다.

임원급 인사 이동도 적지 않다. 김진용 LG전자 스마트사업부장(부사장)은 VS사업본부장으로 보직을 바꿨다. 유지영 LG화학 재료사업부문장(부사장)은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홍영준 LG화학 디스플레이재료사업부장(전무)은 재료사업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편, 글로벌 현장에서 성과를 거둔 현지 핵심 인력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LG전자 중국 동북지역 영업담당 쑨중쉰(1973년생)을 상무로 발탁했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는 사장 1명, 부사장 17명, 전무 33명, 상무 134명 등 총 185명이다. 전무 이상 승진자 규모는 예년과 비슷하다. 신규 임원인 상무 승진은 2004년 GS 등과 계열분리를 한 이후 최대 규모다. 계열사별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외부 인재 영입이 적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평가받는다.

㈜LG는 홍범식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내정했다. 한국타이어 연구개발(R&D)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은 자동차부품팀장으로 영입됐다.

아울러 LG전자는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상무를 VS사업본부 전무로 영입했다. 김이경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은 ㈜LG 인사팀 인재육성담당 상무로 스카우트됐다.

외부 수혈 인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홍범식 ㈜LG 사장이다. LG그룹 지주회사이자 컨트롤타워인 ㈜LG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대표를 역임한 홍범식 사장을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영입했다. 홍 사장은 구광모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을 도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LG그룹 경영 전략을 총괄한다. 만 40세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이 막 50대에 접어든 외부 출신 홍 사장을 영입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영 전략을 맡기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1968년생인 홍 사장은 2007년 SK텔레콤 사업전략실장(상무)을 거쳐 2011년 베인&컴퍼니에 합류해 코리아 글로벌 파트너와 아시아 정보통신부문 대표를 맡았다. 2014년 베인&컴퍼니코리아 글로벌디렉터(대표)로 선임돼 한국 시장을 담당해왔다. 사업 비전과 혁신 전략 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략가로 꼽힌다.

㈜LG는 “홍 사장은 통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 IT 분야 전문가로 국내외 유명 기업 글로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며 “앞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인 김형남 부사장은 새로 신설한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차, 한국타이어를 거친 김 부사장은 미래 성장동력인 자동차 부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짠다. 또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지원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신성장 사업 육성 등 미래 준비를 위해 R&D·엔지니어에 대한 승진 인사를 강화한 것도 구광모호 인사의 특징이다. 전체 승진자의 약 60%가 이공계로, 엔지니어 등 기술 인력이 중용됐다. AI, 빅데이터, 로봇, 5세대(5G) 이동통신, 지능형 스마트 공장 등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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