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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강남 속 미니신도시 탈바꿈한 서울 개포지구-대치·도곡 넘보는 ‘루체하임’ 10억원 ‘쑥’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8.12.10 09:57:07
지난 11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 개포지구에서는 처음 입주한 재건축 아파트다.

지난 11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래미안루체하임’. 개포지구에서는 처음 입주한 재건축 아파트다.

# 지하철 3호선 대청역 5번 출구를 나서자 개포우성7차(14층), 개포한신(13층) 등 중층 노후 단지 너머로 우뚝 솟은 회색 아파트가 눈에 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지난 11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루체하임’이다. 465가구 규모 5층짜리 저층 단지였던 일원현대를 최고 25층 850가구로 재건축한 단지다. 개포·일원동 개포지구에 들어서는 첫 재건축 아파트다. 래미안루체하임과 멀지 않은 곳에서는 개포주공8단지가 있던 자리에 ‘디에이치자이개포’(총 1996가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가 강남 신흥 부촌으로 상전벽해 중이다. 대규모 저층 노후 단지가 밀집한 이 지역에는 지난 11월 말 36년 만에 처음으로 재건축 사업을 마친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데 이어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에 들어간다. 2022년까지 일대 재건축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개포지구는 1만8000여가구가 들어선 ‘미니신도시’로 탈바꿈한다.

개포지구는 1981년 양재천 남쪽인 개포·일원동 일대에 형성된 택지개발지구다. 1982년부터 이곳에 저층 단지가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강남에 위치했지만 전용 30~60㎡의 소형 주택이 많고 집값이 워낙 저렴해 서민 보금자리로 불렸다. 허허벌판 진흙탕과 논, 밭, 구릉지 속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탓에 주거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재건축 바람까지 불면서 개포 아파트 가격은 2000년대 중반 한때 3.3㎡당 4000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재건축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못했다. 정부가 집값 상승 진원지인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 규제를 하면서 재건축은 주춤했다. 집값은 비싸지만 ‘낡은 동네’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사이 낡아버린 아파트는 흉물로 취급받았다. 개포를 가리켜 ‘개도 포기한 동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들 노후 저층 단지는 이제 모두 헐리고 올해부터 소형~대형 평형을 고루 갖춘 고급 아파트촌(村)으로 탈바꿈한다. 문패는 래미안루체하임이 가장 먼저 달았다.

일원현대를 재건축한 래미안루체하임은 최근 사전점검을 마무리하고 입주를 시작했다. 2016년 일반에 분양된 이 아파트 시세는 최초 분양가보다 7억~10억원가량 오르며 ‘강남 로또 아파트’를 증명했다. 최초 분양 당시 9억원대에 분양된 전용 59㎡ 최근 시세는 17억원대다. 대형 평형인 전용 121㎡도 분양가 대비 10억원 올라 지난 11월 27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래미안루체하임은 850가구로 다른 재건축 단지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개포지구에 36년 만에 들어선 새 아파트라는 점, 중동중·고가 가까워 학군이 좋다는 점, 삼성서울병원이 가깝다는 점 등이 주목받았다.

래미안루체하임 이후 내년부터는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와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가 입주 행렬을 잇는다.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는 2020년,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는 2021년에 각각 입주한다. 3000여가구 규모 매머드급 단지인 ‘개포그랑자이’는 내년 상반기 분양 시장에 나온다. 5040가구 규모 대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는 이주 단계를 밟고 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일반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15층 남짓한 개포주공5~7단지는 중층 아파트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지만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재건축 사업 절차 중 철거와 분양만 남은 개포그랑자이와 개포주공1단지를 빼고도 1만가구에 가까운 새집이 3년 내 개포지구에 들어선다. 택지지구인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가 당초 3만7000여가구 수용을 목표로 조성된 점을 감안하면 개포지구는 ‘미니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이들 새 아파트는 입주를 앞두고 분양권, 입주권 가격이 수억원씩 뛰었다. 래미안루체하임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 8월 16억8500만원에 실거래된 이후 지금은 17억원 중반대에 매물로 나온다.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 분양권 호가는 21억~23억원 선으로 3.3㎡당 6000만원꼴이다. 최초 분양 당시 평균 33.63 대 1 경쟁률 끝에 13억7567만원에 분양됐던 아파트다. 분양 2년여 만에 시세가 8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2022년까지 새 아파트 1만8000여가구

개포지구 새 아파트 분양권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옆 동네 대치동, 도곡동 시세를 뛰어넘을 정도로 올랐다. 개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대출·세금 규제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인근 랜드마크 단지 시세를 넘볼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귀띔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최근 실거래가가 24억5000만원,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는 21억4000만원이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도 포기한 동네’라고 비꽜던 것에 빗대 ‘이제는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로 개포지구를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포동 시세가 강남구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마저 앞질렀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남구에서 3.3㎡당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지역은 단연 압구정동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압구정동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5280만원, 개포동은 4914만원, 일원동은 3374만원이었다. 그러나 올 10월 말 기준 개포동 아파트값은 3.3㎡당 6857만원으로 급등했다. 개포동 일대에서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활발했던 덕분이다. 압구정동(3.3㎡당 5839만원) 역시 최근 1년 새 집값이 올랐지만 개포동 집값이 재건축 분양을 앞두고 꾸준히 오르면서 강남구 집값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포지구 새 아파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개포지구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알짜 입지인 데다 그간 아파트 신규 공급이 없었던 만큼 건너 동네 구룡마을 개발이 완료되면 개포동 일대가 강남권 랜드마크 입지를 다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전문가들은 인근 도곡동, 대치동과 가까워 편의시설이 잘 갖춰졌으면서도 이들 지역 노후 주거단지에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유입되는 수요자 등 잠재수요가 탄탄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실제로 도곡동, 대치동 거주자 가운데 은퇴 후 개포동으로 이주하거나 자녀가 살 집을 구해놓을까 고민하는 개인 자산가가 여럿 있다.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 개포동 일대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포지구 일대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래미안루체하임을 기준으로 매매가격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입주를 앞둔 단지 가운데 래미안루체하임보다 지하철역과 가깝거나 규모가 큰 단지, 학군이 더 좋은 단지는 그보다 높은 가격에 사고팔릴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 역전세난 조짐이 일고 있는 점은 변수다. 래미안루체하임은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기 전 일반분양을 마친 단지다. 집주인(수분양자)은 입주 전 분양가의 30%에 달하는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서울 강남권에서 ‘송파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단지 입주가 진행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전세가격을 낮추는 모습도 보인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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