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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허세홍 GS칼텍스 신임 사장 | GS 4세 대표주자…글로벌 체질 개선 주역

  • 김경민 기자
  • 입력 : 2018.12.10 10:37:27
  • 최종수정 : 2018.12.10 11:03:04
1969년생/ 연세대 경영학/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장(전무)/ GS칼텍스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 GS글로벌 사장/ 2019년 GS칼텍스 사장

1969년생/ 연세대 경영학/ 미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장(전무)/ GS칼텍스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 GS글로벌 사장/ 2019년 GS칼텍스 사장

“40대에 핵심 계열사 CEO를 꿰찼다.” “GS그룹 4세 경영이 본격 시작됐다.”

GS그룹이 허세홍 GS글로벌 사장(49)을 GS칼텍스 사장으로 선임하자 재계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허세홍 사장은 GS가(家) 4세 중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인 GS글로벌 대표를 맡은 데 이어 핵심 계열사 GS칼텍스 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기존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GS칼텍스와 GS에너지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번 인사로 GS그룹이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검증받은 차세대 리더를 과감히 전진 배치하고 조직의 변화와 활력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허세홍 사장은 故 허만정 창업주 손자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이다. 휘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첫 직장생활은 1992년 일본 오사키전기에서 시작했다. 이후 금융사 뱅커스트러스트와 정유기업 쉐브론,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GS그룹으로 복귀한 시기는 2007년. 당시 GS칼텍스에 입사해 싱가포르법인장,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싱가포르 근무 시절에는 원유,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석유제품 수출 등 현장 경험을 익혔고 신규 시장 주요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여수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임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자주 식사하는 등 직원 소통에 힘쓰기도 했다.

▶GS칼텍스 실적은 회복세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2016년 3월 GS 일가 4세 중 처음으로 GS칼텍스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향후 역할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초에는 GS글로벌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4세 간 경쟁구도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GS 4세 장손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가 GS칼텍스 대표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에는 허세홍 사장이 친정인 GS칼텍스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허동수 회장의 형)의 장남인 허준홍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40대 허 사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올라선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거쳐 지난해 종합상사 업체 GS글로벌 사장으로 올라선 그는 취임 첫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GS글로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80억원으로 1년 새 32%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매출도 3조3873억원으로 2016년(2조5537억원)보다 33%나 증가했다.

GS글로벌은 사실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어왔다. 원래 쌍용그룹 계열사였지만 IMF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모건스탠리PE로 넘어갔다. 이후 GS그룹이 2009년 재인수했다. 종합상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사업을 대거 발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오랜 기간 매출이 2조원 수준에서 정체됐고 영업이익도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허세홍 사장이 지난해 CEO를 맡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허 사장은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고정 거래처 중심으로 운영하던 사업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GS에너지와 함께 4500만달러에 인수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BSSR 석탄광이다. 단순한 석탄 트레이딩만으로는 사업 확장이 어렵다고 보고 자원 개발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GS글로벌은 이번 계약을 통해 석탄 물량 판매권을 확보하고 아시아 시장에 산업용·발전용 석탄을 공급할 예정이다.

칼리만탄 석탄광은 해안과 가까워 물류 경쟁력이 높은 덕분에 GS글로벌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향후 GS E&R 등 그룹 내 발전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 덕분에 GS글로벌은 전통 상사에서 벗어나 원유, 석탄 등 원료 생산부터 판매, 발전 사업까지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정체에 빠진 GS글로벌이 허세홍 사장 부임 이후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실적도 좋아졌다. 그 덕분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과감히 GS칼텍스 대표로 올라선 듯 보인다”고 귀띔했다.

새 수장을 맞이한 GS칼텍스 안팎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GS칼텍스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년 새 9.9% 늘어난 636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9조8040억원으로 30%나 증가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대목도 적잖다.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에 비해 핵심 사업인 정유 실적이 주춤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9%가량 증가했지만 정유 부문은 같은 기간 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에 민감한 정유 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공략에 힘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GS칼텍스는 경쟁사 대비 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GS칼텍스 전체 영업이익 중 비정유 부문 비중은 38.7%(지난해 3분기 기준)로 에쓰오일(64%), SK이노베이션(59%)보다 낮다. 정유 부문 비중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2014년 당시 국제유가 급락으로 4563억원 영업손실을 냈던 ‘악몽’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허세홍 사장이 ‘미래 먹거리 육성’ 중책을 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허세홍 신임 사장이 GS칼텍스 비정유 부문 신사업 발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정유사에서 탈피해 전혀 새로운 기업 이미지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 분위기다.

물론 그동안 신사업 시도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신사업 발굴 전담팀인 ‘위디아팀’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모빌리티, 핀테크 분야 기업들과 협업해왔다. 국내 대표 자동차 O2O 서비스 ‘카닥’에 전략적 투자를 한 데 이어 커넥티드카 전문업체인 오윈,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각 솔루션 업체 N3N에 투자하기도 했다.

차세대 연료인 ‘바이오부탄올’과 첨단소재인 ‘복합수지’도 GS칼텍스가 주목하는 신사업으로 꼽힌다. 옥수수 등 식용 재료로 생산되는 바이오부탄올은 향후 휘발유를 대체할 미래 연료로 주목받는다. GS칼텍스는 2016년 9월 500억원가량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 설비를 만들었다. 지난해 말 준공을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 만큼 바이오부탄올 사업이 언제쯤 안정 궤도에 접어들지가 관심사다.

복합수지도 기대가 큰 신사업이다. 폴리프로필렌, 폴리아미드 등 원재료에 충전제, 첨가제를 섞어 만드는 소재로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쓰인다. GS칼텍스는 2020년까지 글로벌 복합수지 생산 능력을 연 36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영업이익에 크게 기여할 만한 수익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허세홍 사장이 각종 신사업을 ‘캐시카우’로 탈바꿈시킬지 재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허 사장이 GS칼텍스 신사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경우 GS그룹 후계 경쟁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허세홍 사장이 보유한 ㈜GS 지분은 1.54%에 그쳐 ㈜GS 최대 주주인 허용수 GS에너지 신임 사장(5.26%)에 한참 못 미친다.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인 허용수 사장 지분은 허창수 GS 회장(4.75%)보다도 높아 허진수 의장과 함께 GS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허진수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만큼 허세홍 사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면 언제든 후계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허세홍 사장이 GS글로벌 체질 개선에 성공한 만큼 GS칼텍스에서도 신사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유 중심 구조를 탈피하고 신사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리느냐에 따라 GS그룹 4세 경영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 촌평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7호 (2018.12.12~1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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