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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눈앞에 다가온 ‘고용재앙’

  • 홍기영 기자
  • 입력 : 2018.12.10 10:57:03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보완 작업이 추진된다. 정부가 뒤늦게 궤도 수정에 나섰지만 노동계 반발이 문제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6470원에서 다음 달 8350원으로 29.1%나 급상승한다.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는 살인적인 임금 상승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임금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생계에 되레 독(毒)이 되고 말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을 구간 내에서 결정하는 ‘이원화’ 방식을 제안했다. 내년부터 시장 수용성, 지불 여력, 경제 파급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못 지키는 점을 국민에게 사과했다.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기업 부담만 키운다. 올린 임금은 내릴 수 없다.

많은 기업에 있어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주 52시간제 타격이 훨씬 크다.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늘리는 방안은 물건너갔다. 11월 22일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노사 간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진통을 겪는다. “내달부터 범법자가 될 판이다” “계도 기간이라도 더 연장해달라” 다급하게 하소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생산량이 줄고 경영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추가로 뽑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마당에 기업에 일자리 늘리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표적인 52시간 근무 애로 업종은 ▲정기적 보수·정비가 필요한 정유·석유화학·철강업 ▲해상 시운전이 필요한 조선업 ▲공사 지연을 감안해야 하는 건설업 ▲고객 요청에 따른 프로젝트형 업무가 많은 정보기술(IT)업 ▲연구개발(R&D)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이 필요한 콘텐츠·바이오 산업 등이 꼽힌다. 게임업계는 신제품 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크런치 모드(집중적 장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과로사회로의 복귀며 임금 삭감”이라고 강력 반대한다.

광주형 일자리도 앞날이 순탄치 않다. 반값 연봉으로 임금을 낮추는 대신, 주택·교육·의료 등 복지를 강화해 실질임금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독일 폭스바겐 ‘오토5000’을 벤치마킹한 노사 상생의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합작법인을 세워 연간 10만대를 생산하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을 짓고 1만2000여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파업도 불사한다. 노조는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초임 연봉 3500만원대 공장이 생기면 연평균 9200만원을 받는 현대차 노조원은 임금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줄어든다. 광주시가 노조 요구에 ‘임금 단체협약 5년 유예’ 조항을 삭제하자 협상은 난항에 빠졌다.

노동조합은 남의 고통도 생각하는 이타성을 전제로 존재한다. 경기 침체로 고용 환경은 갈수록 악화된다. 내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는 정당성을 잃고 만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하청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득권을 양보하는 노조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가입조차 외면한다. 패거리 문화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과 배려, 경제 정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 증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난제를 풀려면 하루빨리 노사정 대화 채널이 정상 가동돼 대승적 차원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7호 (2018.12.12~1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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