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워낙 많은 참사 겪다 보니 신원확인 노하우가 세계적 수준” 씁쓸

정대연 기자

최영식 국과수 원장

최영식 국과수 원장. 국과수 제공

최영식 국과수 원장. 국과수 제공

“4~5년만 고생하자 하고 들어왔는데 벌써 30년이 다 돼가네요.”

강원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원장실에서 만난 최영식 국과수 원장(60·사진)이 웃으며 말했다. 한양대 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최 원장은 1991년 국과수에 들어와 5000구가량의 시신을 직접 부검했다. 2013년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을 거쳐 2016년 3대 원장에 취임했다. 인터뷰는 ‘최후의 목격자 과학수사’ 시리즈를 준비하던 지난 10월11일 진행했다.

국과수는 1955년 내무부 소속기관의 ‘연구소’로 시작해 올해 창설 63주년을 맞았다. 현재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2010년 ‘연구원’으로 승격했고 내년 말 숙원사업이던 제주출장소 개소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최첨단 부검 시설을 갖춘 법의학센터가 본원 부지에 문을 열었다.

최 원장은 “법의학, 화재·교통사고, 약·독물 등 모든 분야가 다 같이 모여 있는 통합 감정기관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해외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한국의 국과수를 이상적인 형태로 본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과학수사의 메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과수의 신원 확인 기술은 워낙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국과수에 지원 요청을 많이 한다”며 “개인 식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출도 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적은 인원으로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등 국내 대형참사를 겪으며 워낙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신원 확인 노하우가 생긴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작년 감정처리 건수 57만건
5년 사이 두 배로 늘었지만
인력 충원은 업무 못 따라와

국과수의 감정처리 건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12년 29만8729건에 머물렀던 처리 건수는 지난해 57만2765건을 기록해 두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인력은 업무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원은 꾸준히 늘어도 의무·연구 인력이 들어오지 않는다.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적어서다. 최 원장은 “법의사들 사이에서 국과수는 힘들다고 소문이 나 아무도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직원들 모두가 국가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부검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2016년 허위 작성된 검안서를 근거로 병사 처리된 충북 증평의 80대 할머니가 뒤늦게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진 사건 이후 경찰의 부검 의뢰가 크게 늘면서 부검 건수는 연간 1만건에 육박한다. 부검 인력은 현재 전국에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부검의 50명도 안돼 태부족
검사 ‘자의적 부검 결정’ 허점
검시 시스템 개선 안되면
의문사 계속될 수밖에 없어

최 원장은 “외국 범죄 드라마처럼 법의학 전문가가 변사 현장에 직접 가려면 인구 10만~15만명당 1명의 법의학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국은 최소 300~400명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인체 전문가가 아닌 검사가 자의적 판단으로 부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초동수사 단계에서 사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허점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 당시 부검기록 같은 기초자료조차 없어 ‘사인 규명 불능’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들며 “어느 나라 법의학자라도 얼굴에 난 상처 몇 개를 보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찾아낼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검시 시스템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의문사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과수는 감정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최 원장은 “‘2인 감정’ 등 감정 결과를 왜곡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사진·연구기록은 영구 보관한다”며 “조작은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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