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 사학’ 집대성

김유진 기자

‘저작집’ 18권 출간

근현대사 모순 궤뚫는

지적·실천적 삶의 궤적 담아

내일 소규모 출판기념회 열어

‘강만길 사학’ 집대성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85·사진)의 저작을 한데 모은 <강만길 저작집>(창비)이 출간됐다.

모두 18권으로 이뤄진 <강만길 저작집>은 식민, 분단 등 근현대사의 모순을 궤뚫는 역사인식과 실천적 활동으로 지성계에 족적을 남긴 ‘강만길 사학’을 집대성했다. 출판사 창비 측은 “저작집에는 저자가 평생 일관해온 지적·실천적 삶의 궤적이 온전히 담겨 있다”며 “우리 시대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그의 사상적 원천과 지향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집은 강 교수의 사론(史論)집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출간 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1978년 창비신서의 하나로 출간된 이 책에서 강 교수는 해방 후 시대를 ‘분단시대’로 이름짓고, 역사학이 식민사학을 극복하는 데서 나아가 분단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엄혹했던 유신체제 현실 속에서 역사학의 현재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은 지금까지도 “실증사학의 문헌비판적 방법을 수용하면서도, 민족사학의 현실인식을 잃지 않았으며, 사회경제사학이 추구하던 과학성을 존중했다”(조광 국사편찬위원장)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만길 사학’ 집대성

저작집은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을 연구한 강 교수의 박사논문이 토대인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을 시작으로, 초판 출간 연도를 기준으로 19권의 저서를 순서대로 배치했다. 다만 2010년 나온 <역사가의 시간>은 자서전이라는 성격을 고려해 저작집의 마지막 권으로 했다. 1930년대 좌우합작운동을 연구한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을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 대중서인 <고쳐 쓴 한국근대사>와 <고쳐 쓴 한국현대사> 등이 수록됐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원고들도 포함됐다. 각 권에는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해 강 교수에게 석사 또는 박사 학위 논문 지도를 받은 제자 스무 명이 저작들의 사학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해제도 함께 실었다.

7일에는 강 교수가 사재를 들여 설립한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주최로 저작집 출간기념회가 열린다. 이날 행사는 “공부하는 사람이 책 내는 것이 무슨 큰일이냐”는 강 교수의 뜻에 따라 제자들과 동료 학자들 일부를 초대하는 소규모 기념회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옥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상임이사는 “저작집에 담기지 못한 원고들이 아직도 많다”며 “(저작집 출간이) 선생께는 본인의 학문 활동을 한 번쯤 정리하는 의미가 있고 후학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9년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강 교수는 2001년 상지대 총장을 맡아서 학원 민주화에 힘을 보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고문을 지냈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위원회 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광복60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했다. 역사 대중화에 대한 신념으로 2000년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를 창간했으며, 2007년부터는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을 설립하고 젊은 한국 근현대사 전공자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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