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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후드’ 태런 에저튼의 로빈 후드 리부트

입력 : 
2018-12-06 10: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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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와 정의감만 넘쳤던 스무 살의 철부지 귀족 청년 ‘로빈 록슬리(태런 에저튼)’. 그는 노팅엄 주 장관의 계략으로 뜻하지 않게 십자군 전쟁에 참전해 4년간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된다. 고향에 돌아왔지만 남은 것은 빼앗긴 재산과 연인인 마리안(이브 휴슨). 그 순간 로빈에게 한 남성이 나타나 부당한 세상을 바꿔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그 뒤 부자들의 돈만 훔친다는 후드를 쓴 이에 대한 소문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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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이상 사랑받아 온 영웅 이야기를 21세기형 히어로로 바꾼다’는 어려운 프로젝트에 도전한 영화 ‘후드’는 시대극의 전형을 깨고 현대적인 액션을 대폭 접목시키는 신의 한 수를 발휘했다. 현대적인 가죽 재킷이나 후드 티셔츠를 연상시키는 모던한 패션, 라스베이거스의 쇼 무대 같은 배경에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울려 펴지는 중세 파티, 현대 총격전을 연상시키는 전투 신은 눈길을 끄는 부분. ‘에비에이터’ ‘킹 메이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이어 영화 ‘후드’로 첫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 제작자로 나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 로빈 후드 캐릭터를 원했다. 그와 오토 배서스트 감독은 이전의 로빈 후드를 연기했던 케빈 코스트너, 러셀 크로와 달리 20대 스타 배우 태런 에저튼을 캐스팅, 그만의 젊고 활기찬 에너지와 특유의 잔망스러운 매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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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액션과 마차 레이스, 대규모 전투 신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태런 에저튼은 촬영 전 활 전문가에게 고난도의 활쏘기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바로 총격전을 보는 듯한 활 액션이다. 마치 현대전 속 스나이퍼를 보는 듯한 원거리의 활 액션은 장총을 쏘는 듯한 파워를 선사하고, 짧은 활로 1초에 3발씩 쏘는 빠른 근거리 활 액션은 총보다 빠른 활이라는 느낌을 선사한다. ‘벤허’와 ‘분노의 질주’를 합친 듯한 마차 레이스는 ‘제이슨 본’, ‘솔트’ 액션 감독의 손에서 완성됐다. 영화 속에서 태런 에저튼과 ‘사제 케미스트리’를 선보인 제이미 폭스는 허세만 가득했던 스무 살 귀족 청년 로빈을 영웅 ‘후드’로 탈바꿈시키는 스승 ‘리틀 존’ 역을 맡았다. 초반 시퀀스에서 태런 에저튼과 대적하며 신출귀몰한 액션을 선보인 제이미 폭스는 연기와 액션 모두 잘 소화해 내는 존재감을 강하게 뿜어낸다. 앞선 영화를 통해 신흥 악당으로 떠오른 벤 멘델슨이 절대 권력의 중심에 놓인 노팅엄 주 장관 역을 맡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로 전 세계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이미 도넌은 신념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치가 ‘윌 스칼렛’을 맡았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도미니크 수도원에서 촬영한 노팅엄의 궁전 신, 말을 타고 계단을 오르며 추격하는 말 액션, 실제 현대극 같은 초반의 활 액션 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반의 속도감에 비해 중후반으로 갈수록 루즈해지는 느낌은 ‘철부지’에서 ‘히어로’로 성장하는 로빈 후드의 인간적인 성숙을 보여 주려는 강박에서 나왔을까. 활 액션보다는 시민들을 조직하는 로빈 후드의 리더십과 희생에 치중한 면이 조금 아쉽다. 영화는 로빈 후드의 시작을 알리는 셔우드숲으로의 이동으로 끝이 난다. 스타일리시하고 경쾌한 로빈 후드, 현대적인 후드를 메인 테마로 내세웠지만, 속도감 있는 액션물이나 태런 에저튼이 그간 보여 준 재기 넘치는 발랄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글 최재민 사진 (주)누리픽쳐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7호 (18.1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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