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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반려의 삶을 사는 법-길냥이의 겨울을 돕는 작은 노력

입력 : 
2018-12-06 10: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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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포장 전문 횟집이 있다. 가게 앞 도로변에는 늘 횟집 트럭이 정차해 있는데, 차 아래 고등어 패턴의 코숏 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 자세로 진을 치고 있다. 횟집에서 나올 생선 부속을 기다리는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생선 뼈와 대가리 등이 담긴 파란 플라스틱 소쿠리가 사장님 손에 들려 나오고 고양이와 소쿠리는 횟집 마당 한 편에서 고요하면서도 긴박하게 조우한다. 참으로 먹을 복 있는 영리한 고양이에, 참으로 따뜻한 사장님이다.

고양이는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부터 부지런히 몸을 만든다. 평소보다 많이 먹어 지방질을 키우고 털 양을 늘려 체온 유지에 대비한다. 이마저 먹이를 확보할 수 있는 고양이의 경우에나 가능한 이야기다. 많은 고양이가 마른 몸인 채로 추위를 온전히 맞고, 떨어진 체온과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동사하기도 한다. 사실 말이 ‘길’ 고양이지 사람의 보살핌이나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면 길에서 제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 특히나 사람한테도 살을 에는 것만 같은 혹한의 추위에는 더더욱…. 매년 경신하는 ‘역대 최고 기록의 한파’ 뉴스를 접하며, 댕댕이 엄마인 나는 횟집 고양이 걱정에 한숨을 쉰다. 오지랖 혐오자인 나지만, 뭐라도 해 줄 게 없을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왜 없겠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도, 마음만큼 여력이 안 돼도, 간단하게 손가락만 까닥하면 실천할 수 있는 길고양이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도울 수 있다. 바로 ‘라이프 노킹’이다.

겨울이면 고양이들은 추위를 피해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엔진룸이나 차 밑으로 들어가 밤을 새기도 한다. 이른 아침, 차주보다 먼저 일어나 밖으로 빠져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시동이 걸려 버리면 고양이의 목숨은 물론 차주도 안전하지 못하다. 운전석 문을 열기 전, 길바닥을 발로 쿵쿵 밟고 손으로 보닛을 ‘퉁퉁 두드려’ 모닝 알람을 울려보자. 엔진룸이나 차 아래에 잠든 고양이가 있다면 깨워서 자리를 뜰 시간을 주는 ‘라이프 노킹’만으로도 작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알람을 깜빡하고 이미 운전석에 앉았다면 차문을 ‘쾅’ 하고 세게 닫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약간의 수고를 들이는 또 한 가지 방법. 집 한구석에 쌓여 가는 택배 상자나 스티로폼 박스를 활용해 고양이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저 박스에 구멍을 내고 에어 캡으로 둘둘 감으면 끝. 비에 젖지 않고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도록 마지막에 어두운 색 비닐로 감싸 주면 더 좋다. 그래도 막막하다면, ‘길고양이 겨울 집 만들기’를 검색해 보자. 인터넷에는 우드 패널이나 벽돌로 만든 꽤 버젓한 집도 있고, 고무 통이나 사과 상자를 재활용한 실용 만점 하우스도 등장한다. 처마에 창문까지 갖춘 그럴 듯한 재치 만점 수제 하우스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집 안 어딘가에 있을 상자를 찾아 몸을 일으킬 의욕이 막 샘솟지 않을까. 막, 샘솟았으면 좋겠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사진 라이프노킹 페이스북, 유어스페이스디자인 블로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7호 (18.1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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