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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카키, 브라운 그리고 체크…편하게 입는 어른의 옷

입력 : 
2018-12-06 10: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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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와 재킷, 스웨터와 머플러. 사실 겨울 옷은 대개 이 범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편이지만 올해만큼 다양하고 신선하게 다가온 적도 없는 것 같다. 롱 패딩, 헤비 패딩, 안팎으로 믹스매치하는 경량패딩의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차분한 카키 컬러의 니트 카디건과 베이지와 브라운의 터틀넥 풀오버, 그리고 버건디가 섞인 글렌 체크의 하프 코트가 이 거대한 패딩의 숲 한가운데 어우러져 빛나고 있다.

연말을 맞이하는 직장인의 마음은 양가적이다. 후련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몹시 복잡할 수도 있고 어서 훌훌 털어내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기도 하다. 초조한 반면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며 내면을 정리하려고도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룹, 기업의 인사 발표가 이어진다. 기업 총수, 임원진의 대거 이동은 도미노가 되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반향을 확산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숨을 좀 돌리고 싶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있고 싶다. 차분하고 깊이 있게. 힘든 때일수록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촉감 좋고 편한 옷을 입는다. 여기서 ‘편한 옷’이란 헐렁하고 펑퍼짐한 옷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에 맞는, 내게 맞는 옷이다.

사진설명
겨울 패션의 키워드는 대개 ‘트래디셔널’이었다. 트래디셔널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각이 잡힌 정장을 떠올리기 쉽지만 올해는 어깨에 힘을 빼고 가슴과 허리는 편해졌다. 부드럽고 유연하다. 패션용어로는 ‘레트로’. 1980~90년대의 자연스럽고 여유 있게 흐르는 라인, 잔잔한 체크 패턴이 가장 대표적이다. 올해 새로 코트를 장만한다면 검정과 네이비, 회색 대신 브라운 계열의 울 코트, 잔잔한 체크 코트다. 아니면 머플러만이라도 체크로 바꿔준다. 겨울의 체크는 봄, 여름과 다르다. 자연에서 온 색이다. 아이보리, 베이지와 브라운에 카키나 버건디가 힘 있게 들어간다. 질 좋은 울과 모직, 캐시미어는 기본이다. 그리고 이런 레트로 무드에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바로 ‘코듀로’이다. 모두 따뜻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이다. 포멀과 캐주얼, 클래식과 스포츠, 인도어와 아웃도어를 자유롭게 커버할 수 있고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도록 나오고 있다. 실루엣은 살아 있지만, 힘은 들어가지 않는다. 일상의 안정을 원하는 소비 심리의 반영이기도 하다.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편안하고 유연해 보여야 한다. 어깨와 가슴, 허리와 힙이 꽉 조이는 슈트가 몸에 착 붙이더라도 올 겨울에는 옷장 깊숙이 넣어두자. 편안하다는 것은 태도 또한 포함한다. 자연스러움, 차분함, 어떤 상황 어느 자리에도 어울리지만 역할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것,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결국 옷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글 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국장) 사진 각 브랜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7호 (18.1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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