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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농촌, 공감-농업과 기술의 연결’ 展…현대미술과 만난 농촌

박찬은 기자
입력 : 
2018-12-06 1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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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한쪽에 설치된 유리온실, 단풍 색소로 인화한 사진 옆에 쌈지로 유명한 이진경 작가의 작품이 벽면 한 가득 붙어 있다. 스마트 팜? 농업? 미술관에서 만나기 힘든 요소들이 현대미술 작가들과 만났다. 지난 11월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예술+농촌, 공감-농업과 기술의 연결’(주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전이 바로 그것. 김기라X김형규, 백정기, 이동욱, 이진경 등 네 팀의 작가가 농업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각종 시각언어로 갤러리에 채워 넣었다.

귀촌 인구가 50만 명에 달하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불러일으킨 농촌 생활의 환상은 꽤 강렬했지만 실제 농촌의 모습은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예술+농촌, 공감-농업과 기술의 연결’전을 기획한 류동현 큐레이터는 “인류가 농업에 매진하며 탄생한 것이 ‘문명’이고, 이를 오랜 시간 가꾸고 재배해서 탄생한 것이 ‘문화’라는 점에서 새로이 변모한 농업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의미가 있다”며 “농촌의 삶을 꿈꾸지만 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도시인들에게 새로이 변모하고 있는 농촌과 농업의 현장을 보여주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글래스하우스 외부와 내부에 다양한 오브제와 8개의 영상을 설치한 김기라×김형규 작가는 ‘스마트’한 농촌과 도시, 현대사회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 백정기 작가는 가을의 단풍풍경 사진을 단풍의 색소로 출력한 사진작품 ‘Is of: Fall’ 시리즈를 선보이고, 미니어처 작품으로 유명했던 이동욱 작가는 수석을 채집해 조각 작품으로 전환시켰다. 홍천에 거주하면서 농촌의 삶을 글씨와 그림으로 기록한 이진경 작가는 벽면을 채우는 거대한 회화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예술+농촌, 공감’전은 지역에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Interview
사진설명
▶갤러리에 스마트 팜을 옮겨오다, 김기라×김형규 2015년부터 함께 협업해온 김기라 작가와 함께 이번 전시에 비디오 아트 작품 ‘문명적인 이해_비밀스러운 농장’을 출품한 김형규 작가는 미래 농업 사회를 재해석하고, 발전하고 있는 농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담았다.

작품 설명을 부탁한다. 전시에 출품한 ‘문명적인 이해_비밀스러운 농장’은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작게 축소한 설치 작품과 8개의 비디오 작업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스마트 팜(Smart Farm:농사 기술에 ICT를 접목한 농장) 자체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기술로 오기까지의 인류의 역사, 미래의 인공지능 같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8개의 비디오로 해체해 담았다(김형규). 농업이 문화와 어떤 관계성을 지니는지, 현재 우리가 고민해봐야 하는 인간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보고 싶었다(김기라). 농촌과 기술? 현대미술로 소화하기에 의아하지 않았나? 처음엔 어려웠다. 실제 평창에 위치한 스마트 팜을 방문했었는데, 작물에 일조량이 부족하면 알아서 천장 블라인드가 열리고, 기계가 온도, 습도, 햇볕량, 이산화탄소, 토양 등을 분석해 제어 장치를 구동시킨다. CCTV로 작물 현황을 보고,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관리가 가능해 농장주가 농장엘 안 가더라. 해외 스마트 팜에서는 포장, 유통까지 IT 기술을 접목해 진행되는데,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 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설치를 통해 농촌의 변모한 모습, 도시와 농촌의 유기적 연결을 고민했다(김형규). 본인의 작품과 ‘농업,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 어떤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지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농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농업의 구조나 매커니즘을 고민할 때가 됐다(김기라). 기술과 농업이 어떻게 만나서 미래를 바꿔놓을 것인가를 표현하는 데 있어 비디오로 묘사하는 것이 주효할 거라고 생각했다. 실재하는 것과 실재하지 않는 것들의 경계,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과제였다(김형규). 평소 농업, 농촌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 팜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을 취하고 재배하고 먹을 수 있는 방식을 떠올려보라. 농업 기술은 생각보다 생활과 밀접하고 가깝다(김기라). 우리가 먹고 있는 것 대부분이 농업의 결과물인데 그런 것을 잊고 산다. 미래에는 먹는 것들에 대한 경고나 위협, 위험이 등장하고, 사회적 문제도 될 수 있으니 그런 것들을 좀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김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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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물인터넷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팜을 모티프로 제작한 글래스하우스
김기라×김형규 “사람들은 농업이나 농촌은 과거의 것들이고, 나와 멀다고 생각한다. 농업이 어떤 요소, 어떤 기술과 매커니즘으로 이뤄졌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김형규). 작품을 보는데 정답, 해답은 없다. 나의 경험과 관점을 가지고 이어볼 수 있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역사나 문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들까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김기라).” 사회 속 개인의 위치, 예술가의 사회적 태도에 주목하는 김기라 작가, 카메라를 통해 내러티브, 관계, 형식을 바라보는 김형규 작가는 2015년부터 콜라보를 이어오고 있다. 김기라 작가는 영국 골드스미스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15’ 최종 4인에 선정됐으며, 김형규 작가는 2017년 제2회 VH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김기라X김형규, ‘문명적인 이해_비밀스러운 농장’, 미니 글래스 하우스, 가변 설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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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채운 이진경 작가의 거대한 회화설치 작업
이진경 “24살 때부터 시골에 살고 있지만, 텃밭 하나도 제대로 가꾸지 않은 채 살고 있다. 주변에는 농사짓는 분들이 살고 계셔서 그 분들의 삶을 그리거나, 1960년대 도시화로 사라져버린 농촌 민요들을 쓰고 그린다. 먹을 것을 참 좋아하는데, 다 농업을 통해 거둬들인 것이다. 동네에 있는 나무, 길거리에 있는 쇼윈도를 보는 무심한 눈으로 작품을 봐줬으면 좋겠다. 괜히 거기에 무슨 뜻이 있는지 생각하는 게 때론 도움이 안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던 이진경 작가는 그 말처럼 착하고 따뜻한 그림과 글씨 작품을 선보인다. 농부들의 삶을 작품으로 기록하는 그녀는 작품을 통해 함께 희망을 나누고 생명을 나누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덕성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쌈지 아트디렉터를 거쳐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진경, ‘다시 살으라 - 아부레이수나’, 회화설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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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다양한 형태를 수집 분류하는 박물학적 시선을 드러낸 이동욱 작가의 작품
이동욱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작은 피규어 인물상을 만들었었는데, 최근에는 인간에 의해서 파생되거나 수집된 물건들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수집하고 채취한 돌들을 조합하고 배치하면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농업은 인간 생존에 가장 기초적인 부분으로, 그것이 안정될 때 문화도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냥, 좋아서 충분히 즐긴 취미들에서 작품을 발견하는 이동욱 작가는 우연히 길을 가다 눈에 띈 수석에 매료된다. 소비사회에서 고립에 처한 작은 형상을 피규어로 표현한 작품들에 이어 이번 수석 작품 시리즈도 그렇듯, 다채로이 변주되는 개인의 취향을 보여준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동욱, ‘모두 다 흥미로운’, 혼합재료, 110x100x66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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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운 단풍잎에서 추출한 색소를 잉크 카트리지에 넣어 사진을 출력, 그 위에 3~4겹을 레진으로 덮고, 뚜껑도 달았다.
백정기 “사진이지만 자연의 본성을 그 안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일반 잉크가 아니라 자연에서 추출한 색소를 쓰기 때문에 프린트하자마자 변색이 된다. ‘색은 변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소유하고 조절하려고 하는가,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환기하고 싶었다. 매년 가을마다 등산을 하고 단풍을 수집해서 마치 와인처럼 2016년산 단풍, 2017년산 단풍으로 10~20년 작업하고 싶다.”

단풍에서 추출한 색소로 사진을 인화해 공기와 빛을 만나면 급속도로 탈색되는 단풍 사진. 비커, 현미경 등이 가득해 류동현 큐레이터가 “마치 실험실 같다”고 밝힌 작업실에서 백정기 작가는 2년간 색소를 잡아둘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뚜껑이 달린 가방 형태로 제작,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전시에선 광섬유 조명을 새로이 선보였다. 영국 글래스고 미술학교 석사를 졸업했으며 다양한 국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백정기, ‘Is of:Fall #1’, 단풍잎 색소 프린트, 레진, 혼합재료, 50x38x42cm, 2017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인사아트센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7호 (18.1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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