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인구가 50만 명에 달하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불러일으킨 농촌 생활의 환상은 꽤 강렬했지만 실제 농촌의 모습은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예술+농촌, 공감-농업과 기술의 연결’전을 기획한 류동현 큐레이터는 “인류가 농업에 매진하며 탄생한 것이 ‘문명’이고, 이를 오랜 시간 가꾸고 재배해서 탄생한 것이 ‘문화’라는 점에서 새로이 변모한 농업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의미가 있다”며 “농촌의 삶을 꿈꾸지만 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도시인들에게 새로이 변모하고 있는 농촌과 농업의 현장을 보여주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글래스하우스 외부와 내부에 다양한 오브제와 8개의 영상을 설치한 김기라×김형규 작가는 ‘스마트’한 농촌과 도시, 현대사회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 백정기 작가는 가을의 단풍풍경 사진을 단풍의 색소로 출력한 사진작품 ‘Is of: Fall’ 시리즈를 선보이고, 미니어처 작품으로 유명했던 이동욱 작가는 수석을 채집해 조각 작품으로 전환시켰다. 홍천에 거주하면서 농촌의 삶을 글씨와 그림으로 기록한 이진경 작가는 벽면을 채우는 거대한 회화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예술+농촌, 공감’전은 지역에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Interview
작품 설명을 부탁한다. 전시에 출품한 ‘문명적인 이해_비밀스러운 농장’은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작게 축소한 설치 작품과 8개의 비디오 작업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스마트 팜(Smart Farm:농사 기술에 ICT를 접목한 농장) 자체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기술로 오기까지의 인류의 역사, 미래의 인공지능 같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8개의 비디오로 해체해 담았다(김형규). 농업이 문화와 어떤 관계성을 지니는지, 현재 우리가 고민해봐야 하는 인간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보고 싶었다(김기라). 농촌과 기술? 현대미술로 소화하기에 의아하지 않았나? 처음엔 어려웠다. 실제 평창에 위치한 스마트 팜을 방문했었는데, 작물에 일조량이 부족하면 알아서 천장 블라인드가 열리고, 기계가 온도, 습도, 햇볕량, 이산화탄소, 토양 등을 분석해 제어 장치를 구동시킨다. CCTV로 작물 현황을 보고,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관리가 가능해 농장주가 농장엘 안 가더라. 해외 스마트 팜에서는 포장, 유통까지 IT 기술을 접목해 진행되는데,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 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설치를 통해 농촌의 변모한 모습, 도시와 농촌의 유기적 연결을 고민했다(김형규). 본인의 작품과 ‘농업,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 어떤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지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농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농업의 구조나 매커니즘을 고민할 때가 됐다(김기라). 기술과 농업이 어떻게 만나서 미래를 바꿔놓을 것인가를 표현하는 데 있어 비디오로 묘사하는 것이 주효할 거라고 생각했다. 실재하는 것과 실재하지 않는 것들의 경계,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과제였다(김형규). 평소 농업, 농촌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 팜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을 취하고 재배하고 먹을 수 있는 방식을 떠올려보라. 농업 기술은 생각보다 생활과 밀접하고 가깝다(김기라). 우리가 먹고 있는 것 대부분이 농업의 결과물인데 그런 것을 잊고 산다. 미래에는 먹는 것들에 대한 경고나 위협, 위험이 등장하고, 사회적 문제도 될 수 있으니 그런 것들을 좀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김형규).
▷김기라X김형규, ‘문명적인 이해_비밀스러운 농장’, 미니 글래스 하우스, 가변 설치, 2018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던 이진경 작가는 그 말처럼 착하고 따뜻한 그림과 글씨 작품을 선보인다. 농부들의 삶을 작품으로 기록하는 그녀는 작품을 통해 함께 희망을 나누고 생명을 나누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덕성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쌈지 아트디렉터를 거쳐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진경, ‘다시 살으라 - 아부레이수나’, 회화설치, 2018
그냥, 좋아서 충분히 즐긴 취미들에서 작품을 발견하는 이동욱 작가는 우연히 길을 가다 눈에 띈 수석에 매료된다. 소비사회에서 고립에 처한 작은 형상을 피규어로 표현한 작품들에 이어 이번 수석 작품 시리즈도 그렇듯, 다채로이 변주되는 개인의 취향을 보여준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동욱, ‘모두 다 흥미로운’, 혼합재료, 110x100x660cm, 2016
단풍에서 추출한 색소로 사진을 인화해 공기와 빛을 만나면 급속도로 탈색되는 단풍 사진. 비커, 현미경 등이 가득해 류동현 큐레이터가 “마치 실험실 같다”고 밝힌 작업실에서 백정기 작가는 2년간 색소를 잡아둘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뚜껑이 달린 가방 형태로 제작,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전시에선 광섬유 조명을 새로이 선보였다. 영국 글래스고 미술학교 석사를 졸업했으며 다양한 국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백정기, ‘Is of:Fall #1’, 단풍잎 색소 프린트, 레진, 혼합재료, 50x38x42cm, 2017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인사아트센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7호 (18.1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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