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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한국판 츠타야’ 실험…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 | 카페·식당 품은 서점…‘리딩테인먼트(Reading+Entertainment)’ 첫선

  • 나건웅 기자
  • 입력 : 2018.12.03 10:33:39
  • 최종수정 : 2018.12.03 11:44:41
1977년생/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학·석사/ 2007년 AM플러스 상업시설개발 운영팀/ 2011년 삼성물산 개발사업부/ 2014년 OTD코퍼레이션 대표(현)

1977년생/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학·석사/ 2007년 AM플러스 상업시설개발 운영팀/ 2011년 삼성물산 개발사업부/ 2014년 OTD코퍼레이션 대표(현)

흩어진 맛집 찾아다니는 수고가 줄어든 요즘이다. 엄선된 맛집을 한데 모아놓은 ‘셀렉트 다이닝’ 시장이 커진 덕분이다. 백화점이나 상가 지하에 위치했던 ‘푸드코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편하다. 발품 팔 일 줄어든 ‘맛객’들만 좋아라 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몰리면서 셀렉트 다이닝이 들어선 건물, 나아가 근방 상권 자체가 활기를 띤다. 대규모 장기 임대인 덕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 걱정도 없앨 수 있어 일석이조다.

국내 셀렉트 다이닝 선구자 격인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41)는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린다. 손대는 곳마다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해서다. 2014년 서울 건대 스타시티빌딩에 국내 최초 맛집 편집숍인 ‘오버더디쉬’를 시작으로 광화문 디타워 ‘파워플랜트’, 여의도 SK증권빌딩과 명동 파이낸스센터 ‘디스트릭트’ 등을 열어 대박을 쳤다. 당연히 그를 찾는 곳도 늘어나는 중이다. 특히 이마트 계열 주요 매장에 입점하는 ‘마켓로거스’는 올해에만 15개나 문 열었을 정도. 매출도 신바람 난다. 2016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285억원, 올해 매출은 1250억원을 바라본다.

“단순히 맛집을 골라 담는 식의 접근은 지양합니다. 어떻게 소비자가 해당 공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중점에 두고 고객 타기팅과 인테리어에 변화를 줬죠. 입점 건물은 버려져 있거나 사용성이 낮은 공간을 눈여겨봤다가, 그중에서 잠재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공간을 중심으로 선택했습니다.”

올해는 맛집을 넘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1월 서점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신개념 복합공간 ‘아크앤북(ARC·N·BOOK)’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결합’이다. 서점 안에, 그것도 책이 들어찬 책꽂이 사이마다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초밥집 ‘스스시시’, 태국식 레스토랑 ‘타따블’, 탄탄면이 유명한 압구정 맛집 ‘샤오짠’ 등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 서촌 데이트 명소로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 ‘플로이’ 역시 서점 문밖을 나서지 않고도 책을 들고 들어갈 수 있다.

“식당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버리는 시간이 제일 아깝잖아요. 순번을 기다리면서, 심지어 음식을 먹으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매개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리딩테인먼트’ 공간을 표방합니다.”

기존 서점과 차별화되는 신선한 시도도 여럿 보인다. 파격적인 도서 분류가 대표적. 경제, 문학, 교양, 수험서 등 익숙한 카테고리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일상’ ‘주말’ ‘스타일’ ‘영감’ 등 4개 테마로 모든 책을 분류했다. 테마에 따라 분류된 책 옆에는 관련 ‘굿즈’도 함께 판매한다. 예를 들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이름의 서가에는 커피책과 함께 머그컵·티백, ‘내 귓속을 울리는 거대한 감동’ 매대에는 음악 관련 서적 옆에 LP판·턴테이블이 진열돼 있는 식이다. 서점 안에 위치한 ‘띵굴스토어’에서는 살림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띵굴마님’이 제안하는 살림 관련 상품도 구입 가능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크앤북 네 가지 테마는 유지되지만 주기적인 북 큐레이션을 통해 테마 속 스토리는 다양하게 바꿔볼 생각입니다. 식음료를 넘어 서점, 라이프스타일, 예술·문화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 사업을 전개해나갈 예정입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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