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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칵테일 위기에 직면한 세계와 한국 금융시장

  • 입력 : 2018.12.03 10:40:12
글로벌 금융시장에 ‘칵테일 위기(Cocktail of Risks)’가 고조되고 있다. 칵테일 위기는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뒤섞여 일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조지 오스본(George Osborne) 전 영국 재무장관이 2016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용어로, 다양한 술을 혼합해 마시는 칵테일의 특성에서 유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약 5조달러가 증발했으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위축”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종합한 FTSE 글로벌지수와 전 세계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블룸버그바클레이스멀티버스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약 5%, 3%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지수는 연초 대비 약 88%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주요국 주가지수 대부분은 낙폭을 키우면서 약세장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미국 S&P500, 유로 Stoxx 50, 일본 닛케이22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MSCI 신흥시장지수 등은 연초 대비 1%에서 20%까지의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은 경제성장이 견조할 때, 채권시장은 경제 여건이 나빠질 때 호조를 보인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식시장에서 18조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채권시장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식과 채권시장의 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투자학의 기본인 분산 투자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아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안전지대를 찾지 못하고, 결국 ‘매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만 남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주된 이유는 비관론으로 돌아선 세계 경제 전망이다. 2018년 4월 IMF는 세계 전망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의 고점을 2018~2019년으로 추정했다. 그러다 2018년 10월 수정 전망에서는 세계 경제의 고점을 2017년으로 앞당겼으며 2018년과 2019년 세계 경제는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판단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 때문에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무역분쟁, 늦추지 않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다양한 악재들이 서로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언제 해소될지 막막한 상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 행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연준은 예정된 행보를 밀어붙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폭풍 속에 한국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있으며, 채권값도 급전직하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16% 낮아졌고 원화는 올 들어 달러 대비 5% 이상 하락했다.

과거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이 적었다. 다만 이번에는 위기 상황이 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하다지만 미국 금리 인상, 무역분쟁 확산, 일부 불안한 신흥국 등의 외생적인 요인으로 인한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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