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휴전'을 선포하면서 무역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화웨이 사태'가 터지면서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의 한 공항에서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4)의 딸이자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현지 경찰에 지난 1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는 정보기술(IT) 업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ZTE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홍콩거래소에서 ZTE 주가가 장중 5% 이상 급락했고 이날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에서는 기술주 폭락 사태가 잇따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ZTE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면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하는 제재를 가했다.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7월 제재가 풀렸지만 ZTE는 미국 정부에 총 14억 달러(약 1조5600억원)의 벌금과 보증금을 내야 했다.

화웨이는 ZTE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미국 정부가 행정 제재에 그치지 않고 핵심 경영진 신병 확보 시도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화웨이 사태'의 파장은 'ZTE 사태'의 파장을 압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화웨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도 일단 강경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주캐나다 중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멍 부회장의 체포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도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하면서 멍 부회장 석방을 촉구했다. 양국이 후속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민감한 악재가 출현해 양국 간 협상 지형이 더욱 복잡해졌다.

게다가 대중 무역협상의 미국 측 대표가 기존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서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교체됐다는 소식도 시장에는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도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중국에 '관세 폭탄'을 다시 투척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체포는 무역전쟁 해소 단계를 밟아 나가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 며칠 뒤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양국 간 틈을 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