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건설 등 50대 CEO로 교체…'젊은 피' 수혈

SK그룹이 6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는 전반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되 주요 계열사 수장을 차세대 리더로 교체하는 쪽으로 변화를 줘 혁신을 가속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50대 초중반의 최고경영자(CEO)를 추가로 배출해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세대교체 기조를 지속한 것과 더 많은 젊은 임원을 조기에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안정 속 변화' 택한 최태원…세대교체로 '뉴 SK' 가속
◇ '박수 칠 때 바통 터치'…SK하이닉스 수장 전격 교체
SK하이닉스 CEO 교체는 전임인 박성욱 부회장 개인 차원에서는 '용퇴', 그룹 차원에서는 '세대교체'라는 의미가 뚜렷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보여온 실적 기록 측면에서 박 부회장의 유임에 더 큰 무게를 실었던 게 사실이다.

당장 올해 3분기만 해도 SK하이닉스는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에서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지금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 최적의 시점이라고 판단해 용퇴를 선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1958년생인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른 2013년에 그의 나이는 55세였다.

이석희 신임 CEO의 지금 나이(53세)와 비슷했던 셈이다.

박 부회장 개인 입장에서는 '박수 칠 때' 떠나는 셈이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수장 교체를 통해 SK하이닉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도 있었을 걸로 보인다.

올 한 해 다양한 실적 신기록을 세운 SK하이닉스지만, 동시에 내년 반도체 업황 침체국면이 시작될 것이란 비관론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회사는 이 신임 CEO의 선임 배경에 대해 '최근 반도체 고점 논란과 신규 경쟁자 진입, 글로벌 무역 전쟁 등 산적한 과제를 타개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내에서는 이 신임 CEO 자체에 대해선 '예상 밖의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D램개발사업부문장·사업총괄 등 요직을 두루 걸치며 전문성을 쌓았고, 그간 차기 CEO 후보로 하마평에 종종 올랐기 때문이다.
'안정 속 변화' 택한 최태원…세대교체로 '뉴 SK' 가속
◇ CEO 4명 모두 50대로…세대교체·젊은 인재 조기 발탁
이번 인사에서는 SK건설 CEO도 교체됐다.

안재현 SK건설 신임 사장은 1966년생으로 SK에 입사해 SK구조조정추진본부, SK D&D 대표, SK건설 글로벌마케팅부문장 및 인더스트리 서비스 부문장,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해외통'으로 꼽히는 안 사장을 앞세워 해외개발 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인사로 평가된다.

2011년부터 SK건설을 이끌어 온 조기행 부회장(59)이 물러난 것과 관련해선 그룹 내 세대교체 흐름뿐만 아니라 지난 7월 라오스에서 발생한 댐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새로 발탁된 SK하이닉스(이석희·53)와 SK건설(안재현·52), SK가스(윤병석·52), SK종합화학(나경수·54)의 사장단은 모두 나이가 50대 초중반이다.

최근 1∼2년간 대대적으로 이어진 세대교체 기조가 올해도 반영된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경영 화두로 내세운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가속화 의지는 유능한 젊은 인재를 조기에 발탁해 전진 배치한 점에서도 읽힌다.

그룹 내 신임 임원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48.7세에서 올해 48세로 더 낮아졌으며, 이 가운데 1970년대 출생 비율은 작년 30%에서 올해 53%로 높아졌다.

새로 배출된 여성 임원 8명의 평균연령 역시 45세로 젊은 편이다.

올해 승진 규모는 총 158명으로 지난해 163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의 경우 총 23명의 승진자를 배출해 전년(41명) 대비 줄었다.

일부 계열사의 실적 기록 행진에도 경기전망 등을 고려해 예년 수준으로 승진 규모를 정했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이밖에 관계사별로 사회적 가치와 공유인프라 추진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