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美 주식 모두 팔았다…北 개방땐, 한반도가 가장 역동적인 시장될 것"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76·사진)은 “고평가된 주식은 팔고 저평가된 것을 사야 한다”며 “미국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로저스 회장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며 최근의 투자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주식은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며 고평가됐다”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과 북한을 유망한 투자처로 평가했다. 그는 “미·중 통상전쟁과 기업 부채 증가 등으로 단기적으론 중국도 성장률이 둔화하겠지만 주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수준)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중국도 부동산 거품과 일부 제조업 분야의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지만 전체 금융위기로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20세기에 미국은 15차례 경제적 쇠퇴를 겪었다”며 “마찬가지로 중국도 앞으로 몇 차례 위기를 경험할 것이지만 중장기적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중국에 투자하라는 건 2~3년 후 수익을 기대하는 차원이 아니다”며 “20~30년 뒤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환경보호와 빈곤 퇴치에 힘을 쏟고 있다”는 그는 중국에서의 유망한 투자 분야로 환경과 농업 관련 업종을 꼽았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로는 당분간 약세를 보이겠지만 다른 통화에 비해선 안정적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미국 달러화에 이어 위안화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이 개방된다면 한반도는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은 투자자들에게 굉장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의 풍부한 인력과 천연자원, 한국의 지식과 자본, 노하우가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개방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몇몇 기업에도 이미 투자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 개방이 언제 이뤄질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한국이 모두 개방을 바라지만 미국과 일본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저스 회장은 ‘북한이 개방될 때 어디에 투자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북한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모든 분야가 유망하다”고 답했다. 그는 “그렇지만 공공분야에 먼저 투자하고 싶다”며 “관광, 물류, 광산, 전력 등의 분야가 투자 우선순위에 들 것”이라고 했다.

로저스 회장은 곧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2007년 거주지를 뉴욕 맨해튼에서 싱가포르로 옮겼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