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실버가 막내…아소화산에서 벳푸온천까지 힐링투어
"일본은 1970년대부터 다녔어요. 당시 제가 속한 '라이온스클럽'이 일본 규슈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여행도 하게 됐죠." 첫인사를 나누고 이희준 씨(83)가 일본을 여행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이미 수차례 일본을 다녔고 규슈지방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핸들이 오른쪽에 있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운전만 할 줄 알면 잠깐만 해봐도 익숙해져요. 그래서 렌터카가 편하지요. 이번엔 친구와 66세 된 막냇동생, 그리고 동생 친구 이렇게 넷이 왔어요." 필자와 마주한 일행은 분명 노년의 모습이었지만 표정과 눈빛은 여느 청년보다 밝고 또렷해 보였다. 차량을 렌트하는 것은 쉬웠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담당자가 배치돼 있고 작성하는 서류엔 한글 표기가 돼 있었다.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국제면허증만 발급해 가면 일사천리다. 차량을 받고 보니 내비게이션도 한국어로 나온다. 목적지를 입력할 때도 주소가 필요 없다. 목적지의 전화번호나 맵코드(Map Code)를 입력하면 끝. 차를 빌릴 때 규슈 명소의 전화번호와 맵코드가 인쇄된 종이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편하다."이제 떠나볼까요? 이씨가 차에 올라 밝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신호를 했다. 그리고 선두로 출발한다. 우측핸들이라 어려울 것 같은데 의외로 쉽다. 기어와 방향지시등 레버가 왼쪽에 있어 초반에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금방 적응됐다. 다만 도로 방향과 신호도 반대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 주의하면 괜찮다.
◆ 짧지만 굵직했던 규슈 여정
이씨 일행이 처음 찾은 곳은 다자이후덴만구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919년에 창건된 신사다. 학자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으로 모셔 매년 합격이나 학업성취를 기원하는 참배객이 많이 모인다고. 입구의 소 동상 뿔을 만지면 건강과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일행도 동상을 만지며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다음 여정은 유후인과 벳푸다. 거리가 멀어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시내 주행보다 오히려 쉽다.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ETC카드를 선불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국내 하이패스 형태로 선불된 통행료라고 보면 된다. 일본은 통행료가 비싸 ETC카드가 이득이다.
여정 중 들른 곳은 야마나미 하이웨이 인근 아소쿠주국립공원. 청정 일본의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등산과 하이킹을 위해 찾는 한국인도 많다. 차를 타고 달리며 좌우에 펼쳐지는 절경을 보는 것도 즐겁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 앞으로 새하얀 유황 가스를 뿜어내며 아소화산이 나타났다. 그림 같은 풍광을 마주하고 드라이브를 즐기니 콧노래가 나온다. 한참을 달려 고코노에 유메 오쓰리바시에 도착했다. "운전해 오니까 더 좋지요?" 차에서 내리면서 이씨의 친구인 김중하 씨(81)가 미소를 건넨다. 이곳은 높이 173m, 길이 390m, 폭 1.5m의 다리다. 2006년 허공에 떠서 절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산과 산을 연결해 만들었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유후인 필수 코스인 긴린호수를 돌아보고 벳푸 온천에서 하루를 묵었다. 규슈지역은 온천이 유명해 노년의 여행자에겐 힐링 코스다.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길, 일행과 인사를 나누는데 필자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효도가 따로 없다. 친구들과 직접 차를 몰고 자연에서 드라이브하고 온천에서 쉼을 즐기는 일. 황혼엔 더 큰 즐거움이 아닐까.
※취재 협조=여행박사
[규슈(일본) = 글·사진 = 이두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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