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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증시 활성화&거래세 인하

  • 홍기영 기자
  • 입력 : 2018.12.03 10:42:48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춘다. 국회와 증권가에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아예 없애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증권거래세율을 현재 5분의 1 수준으로 단계적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내에서는 엇박자가 연출된다. 11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30일 국정감사에서 “0.1%포인트 인하에 2조원 정도의 세수가 좌우된다”며 “세수 공백 때문에 증권거래세 인하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걷는 통행세 성격의 세금이다. 매년 재정 수입을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거둬들이므로 세수를 예측하기 쉽다. 투기와 단타성 매매를 억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는 증권회사에 수수료를 내는데 정부에 수수료를 또 낸다. 증권거래 이득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수수료성 세금이다. ‘거래행위’에 과세되는 구조여서 투자 손실이 나도 과세가 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량과 가격 변동성, 유동성·가격 효율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세율을 낮추거나 없애면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거래 비용이 낮아지면 해당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돼 유동성이 늘어나고 거래도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증권거래세는 40년째 요지부동이다. 현행 증권거래세율은 1996년부터 ▲코스피 0.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 ▲코스닥·코넥스 0.3% ▲비상장주식 0.5%로 돼 있다. 자본시장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거래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방향이 대세다. 투자자 해외 이탈을 막고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지난해 거래세율을 0.3%에서 0.15%로 낮췄고, 중국과 홍콩은 0.1%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0.2%의 거래세율을 매긴다. 미국과 독일, 스웨덴은 거래세가 아예 없다. 일본은 10년간 세율을 단계적으로 내린 끝에 1999년 완전 폐지했다.

2017년 증권거래세는 전년보다 8% 늘어난 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하면 6조2828억원에 이른다. 소액 개인투자자가 내는 증권거래세는 전체의 70%에 달한다. 주식 보유 비중이 현저히 높은 대주주·기관투자자·외국인과 비교할 때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양도소득세 확대와 함께 ‘이중과세’ 논란도 크다. 현재는 단일 종목 지분을 15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범위는 2020년 시총 10억원 이상, 2021년에는 3억원 이상으로 각각 확대된다. 이에 따라 이중과세 대상은 기존 1만명에서 약 8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국회에서 4조원 세입 결손 대책을 놓고 내년 예산안 심사가 진통을 겪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늘려나가면서 증권거래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려면 대주주에만 과세하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전체 투자자로 확대하는 세제 개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주식 양도세 전면 부과는 투자자 이탈과 주가 폭락 등 큰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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