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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100대 프랜차이즈 CEO 열전] (16) 정보연 한촌설렁탕 대표 |‘정직한 맛’ 초심으로 ‘100년 식당’ 키웁니다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12.03 11:02:19
‘100년 장사’.

국내 설렁탕 프랜차이즈 1위 한촌설렁탕의 모토다. 1982년 감미옥으로 시작해 36년이 흘렀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국내 외식 브랜드 중 가맹사업 기간 상위 1% 안에 드는 업력이다. 그럼에도 매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18년 11월 기준 한촌설렁탕 84개, 육수당 27개뿐이다. 정식으로 가맹점을 받기 시작한 것도 창업 28년 만인 2010년에 이르러서였다. 1년 만에 수백 개씩 출점하는 여타 프랜차이즈와 대비된다.

왜 그리 느리게 걸었나 묻자 다시 ‘100년 장사’란 답이 돌아온다. 100년을 내다보고 가는 길에 30~40년은 긴 세월이 아니라는 것. 좋은 점주를 섭외하고 육수 공장도 미리 짓고, 프랜차이즈 사업 준비에만 5년 넘게 공을 들인 것도 그래서라고. 초반에 뿌리를 튼튼히 심어놔야 비로소 나무가 크고 곧게 자라는 법이니. 이 덕분에 한촌설렁탕은 동종 업계 대비 가맹점 매출이 평균 40% 정도 높고, 전체 매장의 22%는 월매출이 1억원을 넘을 만큼 안정적인 운영을 자랑한다. 점주 재계약률은 100%에 이른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가맹사업 2년 차인 2011년 한국 프랜차이즈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에 2011년부터 8년 연속 선정됐다.

1970년생/ 경기대 외식산업경영 석·박사/ 2006년 한촌설렁탕 법인 ‘이연에프엔씨’ 설립, 대표(현)/ 2007년 충북 음성에 공장 설립/ 2011년 지식경제부 장관상 수상/ 2016년 서울식 국밥 브랜드 ‘육수당’ 론칭

1970년생/ 경기대 외식산업경영 석·박사/ 2006년 한촌설렁탕 법인 ‘이연에프엔씨’ 설립, 대표(현)/ 2007년 충북 음성에 공장 설립/ 2011년 지식경제부 장관상 수상/ 2016년 서울식 국밥 브랜드 ‘육수당’ 론칭



Q.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1982년 경기 부천에서 부모님이 9평짜리 작은 설렁탕 가게 ‘감미옥’을 열었어요. 장사가 잘돼서 오후 3~4시만 돼도 설렁탕 육수가 동이 나 못 팔 정도였죠. 저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어요. 고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기분 좋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부터 식당 사장을 꿈꿨습니다. 1992년 부모님이 감미옥 이름을 ‘한촌설렁탕’으로 바꿨어요. 세월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11월 24일 서울 역삼역에 제 명의로 된 첫 한촌설렁탕을 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직영점만 꾸준히 늘렸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늘어가니 이들을 언제까지나 점장으로만 둘 수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들도 저처럼 식당 사장의 꿈을 가졌을 테니까요. 마침 외식업을 공부하며 프랜차이즈를 알게 됐고 2008년 육수 공장을 준공하는 등 착실히 준비해 2010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한촌설렁탕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A 점주의 꾸준한 노력에서 나오는 ‘정직함’인 것 같습니다. 한식은 깊은 맛이 중요해요. 국밥을 한 그릇 먹는다면 처음에는 맛이 담백해야 하고 중간에는 진한 맛이, 그릇을 다 비울 때쯤에는 깔끔한 맛이 우러나야 합니다. 이런 맛이 한 그릇에서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해요. 일본에서 발달한 덮밥이 식재료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면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한식은 어우러지는 맛이 중요하죠. 그래서 한식이 어려운 거예요.

점주들에게 늘 강조하는 점은 “평범함을 지극한 성실함으로 탁월하게 만들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식당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에요. 5년, 10년, 20년 이상 바라보고 해야 하죠. 한촌설렁탕은 ‘100년 가는 식당’을 표방합니다. 고객에게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정직한 맛과 청결, 이런 기본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행력의 차이가 곧 경쟁력의 차이입니다.

Q. 점주 교육 시스템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A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가 저희를 부러워하는 게 있어요. 점주 교육을 매달 하는 것입니다. 대개는 창업하고 나면 귀찮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점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죠. 한촌설렁탕은 남해, 제주도에서도 점주들이 매달 꼬박꼬박 참석합니다. 자기 돈을 내야 귀한 줄 알고 성실히 임하니 교통비는 각자 부담이고 교육비도 10만원씩 받아요. 이런 교육을 8년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한촌설렁탕의 교육 효과에 자신이 있고 점주들도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본사에서는 격월로 김홍신 작가, 김미경 강사, 혜민 스님 등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명사 특강을 하고 우수 점주 사례를 발굴, 공유하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시간을 갖습니다. 도쿄, 오사카, 상하이, 타이베이 등 해외 노포나 맛집 투어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Q.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주에게 소설가나 종교인의 특강을 하는 것이 이채롭네요.

A ‘자영업자는 왜 망하는가’를 생각해보니 두 가지 이유가 있더군요. 초심을 잃어서거나 시대 변화를 좇지 못해서거나. 자영업은, 특히 식당은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자기만의 세계에 매몰되기 쉬워요. 슈퍼마켓 주인이 망하는 것은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편의점 시대가 오는 것을 대비하지 못해서입니다. 교육을 한다고 해서 사람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이 변하고 싶을 때 변해요. 다만 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세상의 변화를 보여줘야죠. ‘초심’을 지키고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한촌설렁탕 점주 교육의 핵심입니다.

Q. 제2브랜드 육수당은 특징이 무엇인가요.

A 한촌설렁탕은 보통 40평 이상 규모라 창업 비용 측면에서 문턱이 좀 있더군요. 또 여성 고객은 수육국밥이나 순댓국밥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 탓에 방문을 꺼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어요. 육수당은 돼지 잡내를 없애고 깔끔하게 우려낸 ‘서울식 국밥’입니다. 가격도 5500원으로 낮췄고요. 매장을 보통 25평, 작게는 15평으로도 내니 창업 비용도 한촌설렁탕보다 절반가량 낮아졌습니다.

첫 직영점을 내고 2년간은 가맹점을 받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는 적어도 두 번의 사계절을 거쳐야 비로소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이 보이거든요. 이후 최근 1년 6개월 동안 가맹점을 내니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옵니다. 특히 강남구청점은 점심시간에 여성 고객이 최대 80%에 달할 정도예요. 내년부터는 육수당을 더 공격적으로 출점할 계획입니다.

Q. 점주와의 상생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A 로열티를 깎아주고 지원금을 주는 것이 상생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욱 중요하듯, 한촌설렁탕 가맹관리팀 목표는 가맹점주의 자립입니다. 우수 점주 노하우 공유 등 점주 실력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게 한촌설렁탕의 첫 번째 상생 정책입니다. 둘째는 본사 경영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입니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 ‘용두사미’라는 거예요. 창업은 잘하는데 운영이 약해 5년도 못 가 가맹점 매출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사가 신메뉴 R&D 등 경영 노하우를 잘 축적해서 가맹점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 합니다.

이 밖에 가맹점 생존을 돕기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있습니다. 오픈한 지 100일 미만 신규 매장,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한 기존 매장, 임대료가 매출의 15%를 넘은 매장은 로열티 3%를 절반 감면 또는 면제하고 홍보비도 지원합니다. 또 대표인 제게 해당 가맹점 매출을 매일 보고하게 해 가맹관리팀과 함께 대책 강구에 적극 나섭니다.

Q. 향후 경영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내년 3월 충북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에 3층짜리 3000평 규모 공장이 준공되면 제품 생산력이 5배 이상 늘어날 예정입니다. 한촌설렁탕과 육수당 가맹점에 보다 안정적인 납품은 물론, 공격적인 출점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식품 시장에도 도전장을 낼 계획이에요. 가맹점 내 HMR 제품 판매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6호 (2018.12.05~1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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