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시 액션 VS 서스펜스 액션…관객의 선택은?

김경학 기자
스타일리시 액션 VS 서스펜스 액션…관객의 선택은?

화려한 스타일리시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 <후드>와 팽팽한 서스펜스가 담긴 액션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28일 개봉했다.

<후드>(116분·12세 이상 관람가)는 뛰어난 활솜씨로 부자들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는 로빈 후드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의적 로빈후드>(1991·감독 케빈 레이놀즈)와 러셀 크로 주연의 <로빈 후드>(2010·감독 리들리 스콧) 등 로빈 후드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화됐다. 영국 TV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 등으로 주목받은 감독 오토 바서스트는 이 이야기를 젊은 현대적 감각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후드>. 이수C&E 제공

영화 <후드>. 이수C&E 제공

귀족가의 철부지 청년 로빈(태런 에저튼)은 평민 마리안(이브 휴슨)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도 잠시, 로빈은 십자군 전쟁에 징집된다. 로빈은 아라비아에서 고문받던 포로 존(제이미 폭스)을 돕다 본국으로 추방된다. 4년 만에 돌아온 고향 노팅엄은 예전과 달랐다. 전쟁 물자 조달로 주민 모두 힘겹게 살아가고, 로빈 자신은 전쟁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로빈은 ‘활쏘기의 달인’ 존과 함께 노팅엄주 장관(벤 멘델슨)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

영화 <후드>. 이수C&E 제공

영화 <후드>. 이수C&E 제공

영화 곳곳에는 기존 로빈 후드 영화의 틀을 깨려 한 노력이 보인다. 대개 역사물이 그러하듯 <후드>도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기존의 틀을 벗어나려 했음을 말해준다. 화자는 “몇년도인지 기억하지만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그동안의 역사는 잊어라”, “이건 아이들 동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후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활 전투 장면이다. 로빈과 존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활을 이용해 싸운다. 그러나 모양새만 활이지 사실 총에 가깝다. 화살은 총알처럼 빠르고, 벽을 뚫는 등 위력도 막강하다. 한 번에 뛰어올라 3~4개의 화살을 쏘는 로빈의 능력은 웬만한 슈퍼히어로에 버금간다.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화면을 선사한다. 초고속 카메라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인물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멋있게 담아냈다. 중세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적 색채를 과감하게 입혔다. 로빈과 존이 입는 의상뿐 아니라 영화 중반부 파티 장면은 중세와 현대가 결합된 패션쇼를 보는 듯 하다. 또 노팅엄 주민에 흑인·동양인도 포함시켰고, 주민들이 정권에 반발해 시위하는 장면도 현대처럼 그린다.

영화 <후드>. 이수C&E 제공

영화 <후드>. 이수C&E 제공

영화는 이같은 설정으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권력층의 부패와 탐욕 등을 그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혁명군 지도자 로빈은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화두인 “부의 재분배”를 외친다. 주교는 “공포는 신의 무기고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라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철부지가 훈련을 받고 성장해 사람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는 진부할뿐더러 태런 애저튼의 전작 ‘킹스맨’ 시리즈와 매우 많이 겹쳐 보인다. 새로 선보이는 ‘후드’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지만, 다음 편이 그리 궁금하지는 않다.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소니 픽쳐스 제공

<거미줄에 걸린 소녀>(117분·15세 이상 관람가)는 스웨덴 작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다. 밀레니엄 시리즈는 2009년 유럽에서 영화화됐고, 2012년 할리우드에서도 데이빗 핀처 감독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로 개봉한 바 있다(핀처는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제작을 맡았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지만, 처음 보는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비밀스런 생활을 하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클레어 포이)는 위기에 처한 여성 등을 도와주며 ‘악의 심판자’로 불린다. 어느 날 ‘파이어폴’ 개발자로부터 미 국가안보국(NSA)이 보유한 파이어폴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파이어폴은 전 세계 핵무기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리스베트는 NSA 해킹을 통해 파이어폴을 빼내지만, 괴한의 습격으로 이내 다시 뺏기고 만다. NSA 요원 에드윈(라키스 스탠필드)은 리스베트의 뒤를 쫓고, 리스베트는 파이어 폴을 가져간 괴한들을 추적한다.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소니 픽쳐스 제공

스릴러 영화 <맨 인 더 다크>(2016)로 주목받은 우루과이 출신 페데 알바레즈는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대규모 폭발, 총과 몸으로 하는 격투, 자동차·오토바이 추격 장면 등이 다수 포함된 액션 영화지만 영화 내내 긴장감, 때에 따라서는 공포감도 담았다.

‘디지털 제임스 본드’ 리스베트의 디지털 액션을 보는 재미도 신선하다. 최근 서울에서 일어난 KT 화재가 보여줬듯이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해커는 슈퍼히어로나 신에 가깝다. 해킹으로 위치추적은 물론, 차량 에어백을 터뜨리기도 하고, 수십m 밖에서 건물 안에 있는 타깃을 정확히 조준할 수 있다. 다소 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스웨덴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쫄깃’하고 시원한 액션은 겨울 액션 영화로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다만 리스베트의 극중 나이를 감안해서라도 이제는 ‘소녀’가 아니라 ‘여성’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 <거미줄에 걸린 소녀>. 소니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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