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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인을 위한 마을이 있다] (2) 어르신 일터로 ‘웰에이징’ 추구하는 백년초 마을

입력 : 
2018-11-29 09:47:39
수정 : 
2018-11-29 10: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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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나라 인구는 약 5200만 명이다. 그중 65세 이상은 14.3%고 노령화 지수는 110.5다. 유소년 인구가 100명일 때 노인 인구가 110.5명이라는 말이다. 기대 수명은 82.4년이다. 법적 노인인 65세 이후에 20년은 더 살고 싶어 하는 세대의 바람이 반영된 수치다. 웰에이징의 출발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웰에이징은 고령화 시대가 만든 신조어로 ‘좋은 늙음’을 뜻한다. 좋은 늙음이 무엇일까? 얼마 전 방문했던 요코하마 이세하라시의 ‘바람의 언덕’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웰에이징을 구현하는 마을이었다면, 이번에 찾아간 ‘백년초 마을’은 ‘몸에 맞는 노동을 통해 웰에이징을 완성해 가는’ 힘찬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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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어르신 공동체 ‘백년초 마을’은 나고야 북동쪽 아이치현에 있는 ‘아스케’라는 작은 동네의 리조트 이름이다. 아스케는 아이치현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그러나 일본 전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소박한 마을이다. 이 작은 숲 마을에 어떤 웰에이징이 진행되고 있을까?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깊게 내려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낮은 조도의 가로등과 숲의 실루엣, 들리는 것은 깜깜한 계곡을 우당탕 흘러 내려가는 계곡물 소리뿐이었다. 태풍은 아직 열도를 휩쓸고 있었다.

아침, 어젯밤의 적막함과 반대로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의 백년초 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조식을 먹으러 간 식당에는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서빙 중이었다. 자세히 보니 전부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화장까지 곱게 하신 모습에서 활기와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접했던 이반 리조트의 모습을 기억해 본다. 손님맞이, 홀 서빙, 주방은 젊은 사람들이 담당하고, 노인들은 주로 설거지와 청소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모든 일을 노인들이 하고 있다.

아, 백년초 마을의 주역은 역시 노인이구나!

‘백년초(百年草)’라는 이름은 백 년 동안 힘차게 살아가는 풀처럼,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풀이라는 표현에 정이 갔다. 우리 하나하나는 여린 풀 한 포기지만, 서로서로 함께 하면 푸른 풀밭이 된다. ‘민초(民草)’라는 표현처럼 풀은 하찮은 것 같지만 밟아도 일어나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백년초에서 만난 노인들에게서는 그렇게 푸르른 삶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으니,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 그러나 모든 세대를 위한 리조트다운 이름이 아닌가!

리조트 각각의 시설에도 어르신들을 주인공으로 대하는 마음이 담긴 이름들이 붙어 있다. 먼저 ‘ZiZi공방’은 우리 말로 바꾸면 ‘할배공방’이다. 할배공방에서는 할아버지들이 독일식 수제 소시지를 만들고, 판매는 할머니들이 한다. 작업 공간에는 하얀 위생복에 마스크를 쓰고 눈만 보이는 할아버지들이 열심히 돼지고기를 섞어 수제 소시지를 만들고 계셨다. 이곳에서는 전문 식품 회사처럼 여러 종류의 맛있는 소시지가 생산되고 있었다. 독일식 프랑크 소시지, 돼지 간으로 만든 소시지, 훈제 베이컨 등 다양한 제품을 먹어 보았는데 그 품질과 맛이 훌륭했다. 이 소시지들은 리조트의 대표 상품으로 ZiZi공방의 할아버지들도 직접 만드신 소시지를 구매해 집에 가져가기도 하고, 리조트에 오는 손님들이 잊지 않고 사 가는 인기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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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작업의 주인공인 공간도 있다. 바로 ‘바바라 하우스’라는 빵굼터와 빵집이다. ‘바바’는 일본어로 ‘할매’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진짜 할매들이 빵을 만들어 직접 팔고 있는 것이다. 이 할매들의 수제 빵 또한 할배들의 수제 소시지와 마찬가지로 백년초 리조트의 대표 상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취재하러 갔을 때는 점심시간이 막 지난 때였는데, 관광객 한 무리가 들어와 진열대의 빵을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진열대가 금세 텅 비어 버렸다. 할매, 할배가 만든 수제 빵과 수제 소시지는 물론 맛있고 영양도 듬뿍 들었겠지만, 사가는 사람들의 손길에는 할매, 할배를 위한 애정 어린 마음도 담겨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백년초 마을 리조트에서 일하는 직원은 전체의 80%가 노인이다. 백 명 정도 되는 직원의 나이는 65~75세다. 일본의 평균 퇴직 연령이 65세다. 백년초 마을은 65세에 은퇴하는 노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받아들인다. 이들이 75세가 될 때까지 건강이나 여건이 허락한다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곳에 들어온 은퇴자들은 건강 유지만 잘 하면 10년이라는 ‘노령화 연착륙 시간’을 확보하는 셈이다. 그런데, 백년초 마을 리조트는 왜 노인들을 고용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총매니저의 대답은 간결했다.

“백년초 마을은 설립 당시부터 노인을 위한 고용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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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시의 노인 고용 정책 백년초가 위치한 도요타시는 ‘도요타 자동차’라는 대기업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도시에 거주하고, 퇴직 후에도 결국 도요타 시에 살면서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의 모든 정부, 지자체가 노인의 삶을 주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듯, 도요타시 역시 비슷했다. 그 과정의 하나로 ‘은퇴자가 주체가 되어 일할 수 있는 공간 창조’라는 개념을 설정했고, 그 일단의 결과물이 백년초 마을 리조트인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65세에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인력’은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일할 자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연금으로 살며 소일거리를 통해 은퇴 후의 건강 관리를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노동보다 더 큰 활력이 또 있을까. 백년초 마을 리조트에 취직한 은퇴자들은 평생 습관처럼 해온 노동의 연장, 일정한 수입 그리고 75세 이후의 삶을 백년초 마을에서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의 강도는 노인의 평균 체력에 맞췄다. 그들의 주 업무는 조리나 판매 등 낮은 강도의 일이며 출근도 주 3회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주간 노동 시간이 14시간 정도다.

백년초 마을의 노인 고용 정책은 그러나 일방적 ‘수혜’는 아니다. 리조트 경영진은 ‘드리는 기회보다 받는 지혜가 훨씬 크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노인들이 인생에서 쌓은 값진 경험이다. 그들은 인생 선배로서 업무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것이 백년초 마을 리조트에 꼭 필요한 자산이 된다. 노인 특유의 ‘완고함’은 리조트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 완고함이란 고집불통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는 소신과 정직’이라는 긍정적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그들이 만든 소시지의 홍보 캐치프레이즈도 ‘완고함이 만든 소시지’다.

백년초 마을 매니저는 아울러 이렇게 말했다. “복지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죠.” 노인 복지란 젊은 세대가 은퇴 세대에게 주고 은퇴 세대는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의미가 아니라는 말이다. ‘노인 복지란 노인 스스로가 노동을 통해 남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복지’라는 것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줄 때 행복을 느끼는 노인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 백년초 마을의 노인 고용 원칙은 그렇게 지켜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들도 회사의 그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취업한 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백년초 마을에서 만난 노인들은 당당한 주역으로서 백년초 마을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서빙하는 곳에서 만난 노인 직원도 요리를 담당하는 노인 직원도, 또 할배들이 만든 소시지를 구워서 팔던 할머니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일을 할 수 있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분들을 젊고 행복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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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소시지 바비큐를 팔던 한 할머니 직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노인의 몸으로 몇 시간이나 서서 소시지를 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숯불 연기가 얼굴로 올라와 기침이 나기도 하고, 뜨거운 열기에 손을 데기도 일쑤다. 촬영 중에 나도 할머니 옆에서 함께 소시지를 구워 팔아 보았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또 백년초 마을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해 단풍철에는 평소보다 백 배나 많은 손님이 몰려들기도 한단다. 그런데 할머니 말씀은 오히려 바쁘게 움직이고 손님이 많을 때가 기분이 좋고 힘이 나신다고 한다. 이것이 ‘줄 때 행복한 복지’의 실체가 아닐까? ▶일과 친구,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이 노년의 행복이 아니다. 일을 통해 ‘친구’, 즉 ‘사람’을 만나 관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은 가장 근원적인 노인의 행복이다. 백년초의 할머니, 할아버지께 더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가지고 휴게실로 갔다. 거기서 도시락을 드시던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분들은 ‘친구가 있어 행복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할아버지는 도요타 자동차에서 수십 년간 일하시다 은퇴하고 백년초 마을로 오셨는데, 같이 도시락을 드시던 옆자리 할아버지와 도요타 동료로 지내다 은퇴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 함께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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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는 내가 말을 걸자, 자신은 치매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치매라고 하시지만 대화가 가능하고 정신이 명료하셨다. 특히, 이 할머니를 따라 할매빵집에서 빵을 만들어 보았는데, 내게 빵 만드는 순서와 방법을 정확히 가르쳐 주셨고 빵 만드는 도구와 조리대 등을 완벽하게 닦고 관리하는 모습도 보여 주셨다. 할머니는 “여기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라는 말은 백년초 마을의 많은 노인 직원들께서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다. 백년초 마을에 오는 목적이 일 그 자체라기보다는 일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사실 노년기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 포인트는 ‘친구 관계’와 ‘사회 생활’이다. 은퇴 후 노년기의 건강과 행복은 사람들과 관계를 계속 맺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평생 직장 생활을 한 남성의 경우, 젊었을 때 사회적인 관계를 대부분 업무를 통해 쌓았기 때문에 은퇴 후에는 일만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가 단절되곤 한다. 특히 젊었을 때 바깥일만 하고 배우자와 ‘관계의 연금’을 쌓아 두지 않은 경우는 은퇴 후 정서적으로도 아주 외롭고 힘들어진다. 이런 사회 관계란 정서적인 건강에도 중요하지만, 신체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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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초 마을의 노인들이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는 ‘적응의 기회’ 속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사실 백년초 마을에서 노인들이 하는 업무는 젊은 시절 해 왔던 일과는 사뭇 다른 내용들이다. 평생 자동차 조립을 하던 사람이 은퇴 후 이곳에 와서 빵이나 소시지를 만든다는 것은 분명 어색한 일이다. 백년초 마을은 이런 변화를 노인들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업무 투입까지의 과정을 무리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 자신이 긍정적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 ‘신세계’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물론 대부분 노인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착륙에 성공한다. 한의학에서는 노년기, 특히 은퇴 후의 쓸쓸함과 우울증이 불러오는 노화나 질병 상태를 대변하는 표현이 있다. ‘탈영’과 ‘실정’이 그것이다. ‘탈영(脫營)’은 원래 귀한 신분이었는데, 어느 날 천(해 보이는)한 신분으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가져오는 마음의 병이다. ‘실정(失情)’은 부유했다가 가난해짐으로써 발생한 상실감이다. 모두 정신적인 충격을 많이 받아 발생한 병증이다. 증상은 몸이 여위고 초췌해지며 입맛이 없고 추위를 타게 된다. 또한 잘 놀라고 건망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의 급변한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에서 쓸모 없는 인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회사나 가정에 헌신했는데 모든 것을 뺏기고 배신당한 것만 같은 우울감이 생긴 것이다. 직장 생활할 때만 해도 청년, 소녀 같았던 부모님이 은퇴 후 급격히 늙어 버린 느낌, 그것이 바로 탈영과 실정인 것이다.

은퇴 후 업무 단절과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서적 우울감이 신체적인 노쇠로 연결되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는데, 이것이 꼭 백년초 마을과 같은 시스템의 구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노년을 맞는 개개인도 자신의 삶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변화의 시작을 거부감 없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기꺼이 변화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백년초 마을의 노인 직원들은 바로 그 변화, 사실은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닥친 그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새로운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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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늘 할아버지에게서 발견한 웰에이징 노년을 맞이하는 긍정적인 개인의 자세를 얘기하자니, 백년초 마을에서 만난 71세의 ‘도자와 토모히로’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점심시간에 휴게실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맛있는 밤밥을 싸오셨는데, 내게도 먹어 보라며 나누어 주셨다. “오~ 맛있는데요? 부인께서 싸 주셨나요?” 하고 묻자, 본인이 직접 밤을 깎고 삶아서 밤밥을 만들고, 아내는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을 싼다고 하셨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수십 년 동안 근무한 그는 대기업 직원 특유의 분주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식사와 집안일 등은 아내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그런 생활을 지속하게 되면 아내가 삼시 세끼 모두를 준비해야 하고, 결국 남편은 아내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만다. 할아버지는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해서,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식사 준비는 아내와 함께 하면서 노년의 부부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가정 생활이 궁금해졌다. 부탁 끝에 그 댁을 방문했고, 부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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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늘어난 두 분의 시간은 전체적으로 화목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노력과 할머니의 응원이 맺은 결실이다. 첫째, 할아버지는 은퇴 후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통해 백년초 마을에 취업, 활동성을 유지하게 되었다. 둘째, 요리에 취미를 붙여 함께 늙은 아내의 일손을 덜어 주었다. 더 나아가 텃밭을 가꿔 자급자족을 통한 건강식을 실현하게 되었다. 특히 흑마늘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아내와 더불어 건강한 노년을 꿈꾸기도 하다. 은퇴한 남편의 태도에 따라 아내의 생활은 천당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백년초 마을의 도자와 토모히로 할아버지는 자신은 물론 아내의 노년을 천국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닐까? 두 분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은퇴 이후 갑자기 길어지는 부부의 시간을 잘 보내는 노력, 기꺼이 가정적인 남편으로 변화하려는 노력 또한 웰에이징의 필수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일터에서의 변화는 물론이고 가정에서의 변화까지, 웰에이징은 내가 긍정적으로 노년기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가능한 것임에 틀림없다. 고령 사회를 먼저 맞이한 일본의 ‘바람의 언덕’과 ‘백년초 마을’에서 웰에이징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웰에이징에 관심을 갖게 되니, 이전엔 그냥 지나치던 뉴스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MBN 생생정보마당’에서 이전의 공장 지대에서 힙한 거리로 탈바꿈한 성수동을 소개하는 걸 보고 우리의 희망을 보았다. 프로그램에서는 성수동의 ‘착한 카페’를 소개했는데, 그 카페에는 ‘어르신 일터지원사업’을 통해 카페에서 일하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곳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구나. 안도의 마음과 함께 아직은 너무 소규모, 단기적이라는 아쉬움도 느꼈다.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

프로그램을 보며, 앞으로는 은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노년기를 맞을 수 있는 사회 환경이 구축되길 바랬다. 또한 그 일터에서 만난 동료 노인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새로운 행복과 활력을 찾는 기회도 소망했다. 웰에이징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곳의 이야기인 것이다.

[글 박미경(한의사, 오라한의원원장) 사진 박미경, 안동수 다큐PD(미디어초이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6호 (18.1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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