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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 Vegas in ‘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 사막 위 신기루 같은 자본주의의 상징

입력 : 
2018-11-29 10: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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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는 모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호텔, 카지노로 대표되는 오락과 향락이다. 자본주의의 집대성인 라스베이거스. 이 도시에 들어선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에게 선물하는 일탈의 기회’일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바로 이를 미끼로 오늘도 수많은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당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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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누구도 상대에게 자신의 이름을 “예, 이도박이라고 합니다”라거나 “네, 저는 박향락입니다”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설사 할아버지의 심오한 뜻이 숨어 있어 ‘도박과 향락’이라는 이름을 써도 필시 개명을 하거나, 다른 이름을 쓸 것이다. 이는 도박, 향락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쉽게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향락과 도박’을 ‘자랑스럽게(?)’ 내건 도시가 있다. 바로 라스베이거스다. 이 도시를 사람들은 ‘향락의 도시’ ‘도박의 도시’라 부르고 라스베이거스도 굳이 이 호칭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않는다. 물론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와 그에 버금가는 컨벤션도 있지만 역사에서 ‘소돔과 고모라’ 이후 이런 수식어를 가진 도시는 없다.

미 서부,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한 해 약 40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는다. 이곳에는 수백 개의 호텔과 카지노가 있고 쇼핑, 휴양, 익스트림 스포츠 시설 또한 풍부하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의 상징은 단연 카지노다. 1센트, 1달러의 동전으로 ‘잭팟’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엄청나다. 수천 억 달러 규모로 도시 단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물론 도박과 컨벤션 도시로서 마카오의 존재감도 무겁지만 상징과 역사성에서 라스베이거스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정신적 흥분제’인 셈이다.

2008년의 영화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애인에게 차인 캐메론 디아즈, 직장에서 해고당한 애슈튼 커쳐가 그날, 술집에서 친구들에게 외친 곳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마력의 도시이다. 이곳에서는 얽매는 규정과 원칙 혹은 도덕을 던져버리고 그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극한의 일탈을 맞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용서되기 때문일까. 도박마저 합법적인데 술 마시고, 담배 피고, 클럽에서 원나이트 섬씽 정도가 뭐? 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짭짤한 사업이 바로 ‘웨딩 산업’이다. 한 해에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약 10만에서 15만 쌍이 결혼식을 올리고, 또 결혼을 무효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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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밤을 보낸 캐머런 디아즈와 애슈튼 커처는 술에 취해 결혼식을 올린 것을 알고 다음 날 이를 무효화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결혼 신고 후 72시간 안에 취소하면 이혼이 아닌 무효가 되기에 ‘법적 총각, 처녀’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지막에 넣은 동전 하나가 수백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린다. 돈을 나눠 가지려 하지만 판사는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두 사람에게 6개월의 동거 후 이혼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다. 아무튼 ‘라스베이거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는 매력적이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는 곧바로 무효화했으니 라스베이거스의 또 다른 효자가 ‘결혼 관광 상품’임은 틀림없다. 그래도 ‘라스베이거스의 장남’은 카지노다. 이곳에서 가능한 인생 역전의 기회! 외면하기 어렵다. ‘10달러, 100달러만’,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렵다. 수백 만 배의 행운이 카지노에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배경의 또다른 영화 ‘오션스 일레븐’(2002)은 그 행운을 기다리지 않는다. 폭파, 사기, 소매치기, 곡예사, 잡범, 물주, 전자 전문가 등이 팀을 꾸려 무려 1억5000만 달러의 행운을 ‘자신들의 머리와 노력’으로 만들어 낸다.

도박에 호감을, 사기에 감탄을, 카지노 털이에 부러움을… 아니다. 영화이기에, 즉 현실 가능성이 없기에 영화는 ‘인간의 본능적 로망을 대신’한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대니 오션’은 당당하게 말한다. “미라지, 벨라지오, MGM카지노의 돈이 모두 모인 벨라지오 호텔의 카지노 금고를 털자. 총 1억5000만 달러”라고. 이 말에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호텔, 카지노 그리고 도둑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집대성인 라스베이거스. 이 도시에 들어선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자신에게 선물하는 일탈의 기회’일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바로 이를 미끼로 오늘도 수많은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곳에서만큼은 당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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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도둑들’ 한탕을 준비하다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은 가석방으로 출소한다. 그는 프랭크 캐튼(버니 맥)을 찾는다. 프랭크 역시 카지노 사기꾼. 지금은 라몬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카지노 딜러로 있다.

“프랭크, 당장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카지노로 옮겨.”

“뭐라도 이유를 대지?”

“이 작은 곳이 기관지염에 안 좋다고 해.”

프랭크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대니는 러스티 라이언(브래드 피트)을 찾는다. 오래전부터 ‘사업 파트너’로 호흡이 척척 맞는 동료다. 대니는 러스티에게 계획을 밝힌다.

“러스티, 카지노를 털자. 벨라지오, 미라지 그리고 MGM그랜드.” 러스티는 잠시 숨을 고른다. 이 세 카지노는 모두 라스베이거스의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소유다. 테리 베네딕트는 철저하고 냉정한 기계 같은 인물이다. 시곗바늘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며 적은 물론이고 친구도 필요에 의해 철저하게 파멸시키는 냉혈한이다.

“대니,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테리의 카지노는 한마디로 철옹성이야.”

대니는 러스티에게 최고 전문가 영입을 밝힌다. 사기꾼, 물주, 곡예 전문가, 컴퓨터 전문가, 폭파 전문가, 딜러, 소매치기 등 대니와 러스티 포함 총 11명이다. 대니와 러스티는 물주가 될 인물, 루벤 티쉬코프(엘리엇 굴드)를 찾아간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대부. 대니와 러스티는 그에게 카지노를 털겠다고 밝히며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 어이없어 하는 루벤. 그는 “내가 바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금고의 방범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야. 거긴 들어갈 수 없어. 그전에도 몇 명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지. 무모한 계획이야”라며 거절한다. 대니와 러스티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순간 루벤이 묻는다.

“궁금하네. 어디 카지노를 털 계획인가?”

“테리 베네딕트.”

“잠깐, 이리 와 봐!”

평소 테리 베네딕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루벤은 대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대니와 러스티는 나머지 멤버들을 영입한다. 물품 수송 담당은 쌍둥이 형제 버질 말로이(케이시 애플렉)와 터크 말로이(스캇 칸),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정전시킬 임무를 맡게 될 폭파 전문가 배셔 타르(돈 치들), FBI 보안 전문가 리빙스턴 델(에디 제미슨)은 카지노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고 CCTV 조작을 담당할 인물이다. 또 있다. 중국인 옌(샤오보 친)은 서커스 곡예사. 날렵하고 유연한 신체로 어떠한 장애물도 통과하는 잠입 전문가다. 연륜 있는 도박 사기꾼 사울 블룸(칼 라이너)은 러스티가 사울에게 “명예의 전당급이시잖아요”라고 말을 건네며 그의 ‘연륜’ 있는 사기술을 높이 샀다. 유럽의 부호 행세로는 제격이다. 마지막 인물은 라이너스 캘드웰(맷 데이먼)이다. 대니는 라이너스를 찾는다. 기차 안. 대니는 라이너스를 지켜본다. 기차가 잠시 흔들리는 순간 라이너스는 재빨리 옆 사람의 지갑을 빼낸다. 대니는 일부러 라이너스의 먹이감이 된다. 잠시 후, 라이너스는 대니의 지갑을 열어본다. 명함에는 “출중해, 에밋에서 보자”라고 쓰여 있다. 대니는 라이너스 아버지의 친구. 대니는 그를 카지노 금고의 ID카드를 빼내기 위해 영입한다. 이제 11명의 ‘환상의 팀’이 구성되었다.

대니는 계획을 설명한다. 디데이는 MGM그랜드호텔에서 헤비급 복싱 경기가 열리는 토요일 밤. 그날은 스포츠 도박의 피크로 평소보다 2배 많은 인출에 맞춰 1억5000만 달러(약 1700억 원)를 준비해 벨라지오 호텔 카지노 금고에 보관한다. 하지만 벨라지오 카지노 금고는 핵 격납고 수준의 보안으로 유명한 곳이다. 위치는 지하 60m, 또 하루에 두 번씩 테리 베네딕트가 직접 바꾸는 암호를 넣어야 하는 문을 통과하면 지문과 음성 인식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고, 복도는 보안 센서가 장치되어 깃털만한 무게도 감지해 내며, 금고 앞에는 24시간 무장 경비원이 보초를 서고 있다.

대니는 금고 세트를 만들어 연습한다. 그리고 카지노의 모든 정보를 얻어낸다. 직원들 특징, 지하 시설, 보안 시스템. 우선 사울을 유럽의 대부호로 위장시켜 카지노에 잠입시킨다. ‘오션스 11’은 각자 맡은 임무를 숙지하고 디데이를 준비한다. 그때, 러스티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테스 오션(줄리아 로버츠)의 존재다. 박물관 큐레이터인 그녀는 현재 테리 베네딕트의 애인. 하지만 대니의 전 부인이다. 러스티는 대니에게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라면 손을 떼라고 말한다.

“러스티,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한 말 기억해? ‘한번 해보자’고.”

“그랬지, 대니. 잃을 것도 없으니.”

“그런데 나는 잃은 것이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여기를 꼭 털어야 해, 러스티.”

“대니, 훔칠 게 하나 더 늘었다는 게 문제야.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쩌겠어? 그리고 성공해도 테스 몫은 없다는 걸 알아야 해.”

“러스티, 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둘 다 가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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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사랑을 모두 얻은 대니 오션 첫 번째 장애가 생겼다. 배셔는 전산망 문제점을 이용해 정전 사태를 일으킬 계획. 그런데 시에서 이 문제점을 고쳐 버린 것. 배셔는 “방법은 있어. ‘핀치’라는 건데, 칼텍에 있어.” ‘오션스 11’은 칼텍에서 이 강력한 장비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 대니는 호텔과 카지노를 맴돌며 테스에게 접근하다 테리의 감시망에 걸려든다. 테리는 대니에게 감시원을 붙인다. 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대니를 이번 계획에서 제외시키는데, 사실 이도 대니와 러스티의 위장 전술이다. 사울은 테리에게 귀중한 물건을 금고에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 VIP 고객의 부탁을 들어주는 테리. 하지만 사울이 맡긴 물건은 폭탄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디데이. 테리 베네딕트는 테스와 함께 복싱 경기가 열리는 MGM을 찾았다. 그런데 신경을 거슬리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 네바다 도박위원회 직원으로 위장한 라이너스가 갑자기 직원 면담을 요청하고, VIP 고객 사울이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다. 게다가 대니는 계속 테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기계처럼 일이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테리에게는 불편한 상황들이다. 그 사이, 옌은 카트에 몸을 숨겨 금고로 잠입한다. 동시에 사울은 심장병이 발병하며 쓰러진다. 카지노 직원들은 정신이 없다. 그때 CCTV 영상을 리빙스턴이 바꿔 버린다. 대니는 자신을 감시하는 테리의 직원 둘을 따돌린다. 그리고 대니는 러스티와 금고로 향한다. 배셔는 핀치를 가동시킨다. 라스베이거스는 순간 암흑의 세상이 된다. 카지노는 아수라장이 된다. 카지노 손님들은 정전이 되자 돈과 칩을 닥치는 대로 훔치고 카지노 직원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 틈에 대니, 러스티, 옌은 금고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테리는 급히 벨라지오로 돌아와 경찰에 신고한다. 그때 러스티에게 전화가 온다. 러스티는 테리에게 제안을 한다.

“테리, 금고의 돈 50%를 직원을 시켜 밖에 대기 중인 차에 옮겨 실어. 그렇지 않으면 1억5000만 달러를 전부 폭파시켜서 휴지로 만들겠어.”

테리는 협상을 하는 척 경찰 부대의 출동을 기다린다. 잠시 후 경찰 부대가 장비를 잔뜩 갖고 도착했다. 테리는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로 금고를 지켜본다. 그 순간 금고가 폭발했다. 경악하는 테리. 거금이 전부 날아가 버린 것이다. 테리는 이내 정신을 차려 금고를 살핀다. ‘이상하다.’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금고 바닥에 벨라지오 문양이 없다. 그때서야 속은 것을 안 테리는 대니 오션이 잡혀 있는 방으로 간다. 사실 폭파시킨 금고는 대니 일행이 만들어 놓은 세트. CCTV 해킹으로 테리에게 세트의 금고를 보여 주었고 출동한 경찰 부대가 바로 ‘오션스 11’이었다. 이들은 유유히 벨라지오의 모든 돈을 들고 사라진 것. 테리는 대니를 바라본다.

“테리, 표정을 보니까, 도둑이라도 맞았나 보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지. 돈 어디 있지?”

“테리, 만약 돈을 준다면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테스를 포기할 수 있나?”

“물론, 내 대답은 예스다.”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돈을 선택하는 테리. 미소 짓는 대니. 그 순간 테스는 대니가 설치해 놓은 화면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테리의 곁을 떠난다. 경찰에게 인도되는 대니. 대니의 죄는 가석방 조건을 어긴 것. 테스는 대니에게 “기다리겠어요. 대니”라고 말한다. 다시 교도소로 수감되는 대니. 몇 개월 뒤, 교도소 문이 열리며 대니가 나온다. 대니를 기다리는 러스티와 테스. 세 사람은 동시에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을 지켜보는 자들이 있다. 바로 테리 베네딕트의 부하들이다. 1억5000만 달러의 게임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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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카지노와 컨벤션의 도시 이 영화는 2001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작품이다. 원래 1960년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이 당시 톱스타인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을 출연시켜 만든 작품이 원작이다. 1960년 작품은 스타군단 총출동이라는 화제성은 불러일으켰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반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앤디 가르시아, 맷 데이먼 등이 출연한 2001년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2001년 작품은 완벽한 시나리오에 소더버그의 감각적인 연출을 더해 ‘케이퍼 무비는 이런 것이다’라는 전형을 보여 주었다.

소더버그는 원작의 카지노 금고를 터는 것, 11명의 전문가 팀 등 큰 얼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새롭게 꾸몄다. 특히 1960년 작품은 ‘범죄자 미화’라는 검열 규정으로 작전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2001년 작품은 1억5000만 달러를 오션스 멤버들이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또한 대니 오션의 진짜 목적, 즉 연인을 되찾기 위한 계획이라는 점이 ‘범죄를 응원’하는 관객의 ‘약간의 죄의식’을 덜어 준 지점이다. 영리한 시나리오다.

영화는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준다. 불야성의 수많은 호텔과 카지노, 한순간에 일확천금도, 알거지 전락도 가능한 기회와 좌절의 공간이. 이곳에는 돈, 사랑, 낭만, 도박, 오락, 향락, 죽음, 실패 등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것이 집결돼 있기도 하다.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음악이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 투어 엘비스 프레슬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A Little Less Conversation’, 물론 엘비스 프레슬리가 전성기 때 라스베이거스를 무대로 찍은 뮤지컬 ‘비바! 라스베이거스 Viva! Las Vegas’의 음악을 직접 사용하는 ‘라스베이거스 찬송가’는 아니지만 엘비스의 목소리를 통해 소더버그는 라스베이거스에 대한 찬양을 숨기지 않았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라스베이거스와 라스베이거스의 힘이자 심장, 바로 카지노다. 우리는 이 도시를 ‘신 시티 Sin City’라 부른다. 단어적 의미에서 ‘Sin’은 실제적인 범죄를 나타내는 ‘Crime’보다는 도덕적, 종교적, 원초적인 의미의 죄악에 가깝다. 아마도 인간이 느끼는 ‘도박’에 대한 죄의식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이 ‘원초적 본능’이 살아 움직이는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시작은 약 300년 전이다. 미 대륙 동부에 머물던 이주민들은 서부로 달려갔다. 1700년대 스페인 상인들은 서부의 목적지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길에 물과 말 먹이가 필요했다. 그들이 발견한 중간 기착지가 바로 라스베이거스다. 스페인 상인들은 풀이 많은 이곳을 ‘라스 베이거스’ 영어로는 ‘Meadow’, 즉 목초지라 불렀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이 미합중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고 약 60여 년이 흐른 뒤 미국은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 지금의 텍사스,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주를 당시 가격 1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거의 헐값으로 미국 영토의 약 30%를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1855년 모르몬교도 30여 명은 라스베이거스에 정착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모르는 미개한 인디언’에게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선교에 실패하고 라스베이거스를 떠났다. 이 모르몬교도의 빈자리를 채운 이들은 특이하게도 중국인이었다. 1869년 대륙 횡단 철도 공사에 대규모로 투입되었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했다.

라스베이거스가 공식적인 이름을 얻은 해는 1905년이다. 당시 LA를 출발해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는 철도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 물과 원료 공급을 위한 중간 기착지 역이 만들어졌고 행정상 ‘라스베이거스’로 이름 지었다. 즉 라스베이거스의 생일은 1905년 5월 15일이다. 그렇게 서부 사막 한가운데 물과 말 먹이를 구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곳인 라스베이거스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대공황이 계기가 되었다. 1930년 후버 대통령은 극심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국책 토목 사업을 일으켰다. 그의 이름을 따 라스베이거스 인근 콜로라도 강에 후버댐 건설을 시작한 것이다. 이때 라스베이거스 인구는 5000명을 넘어섰다. 댐 공사를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몰려들자 네바다 주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라스베이거스 땅에 떨어뜨리기 위해 카지노를 승인했다. 1936년 후버댐 완공까지 약 5년 동안 노동자들과 사람들이 도박의 쾌락을 맛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몰려들었다. 물론 당시 카지노는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오두막 수준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운을 빙자한 확률 게임’인 도박만 할 수 있다면 시설은 문제 삼지 않았다.

1941년 엘 란초 El Rancho 호텔 등이 세워졌다. 물론 카지노는 필수였다. 드디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역사에 기억될 만한 1946년이 되었다. 라스베이거스 최초의 현대식 호텔이자 카지노를 갖춘 플라밍고 Flamingo 호텔이 오픈했다. 이 플라밍고 호텔이 기억되는 것은 마피아 두목 벅시 시걸이 지은 호텔이기 때문이다. 플라밍고 호텔이 문을 연 날,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보기 드문 비바람이 몰아쳐 호텔과 카지노는 거의 폐허처럼 되었다. 벅시 시걸 역시 플라밍고 호텔을 열고 1년 뒤, 동료 마피아가 보낸 암살단에게 살해되었다. 그리고 1948년 라스베이거스에 공항에 생겼다.

1950~1960년대 들어 호텔과 카지노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스타더스트, 리베라, 시저스, 힐튼 등등. 1967년 라스베이거스에 미국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록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결혼식을 올린 것. 이때부터 라스베이거스의 명성은 전 미국을 강타했다. 단순히 도박의 도시에서 오락과 휴식의 관광 도시로서의 기능도 갖춘 것이다.

1990년 엑스칼리버 호텔이 문을 열었는데 객실 수가 당시 최대로 무려 4032개였다. 이때 라스베이거스 인구는 약 30만 명에 육박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람과 돈을 흡입하듯 빨아들였고 경쟁하듯 대규모 호텔과 카지노들이 들어섰다. 특히 1993년에는 객실 2526개의 루소르, 객실수 5005개를 자랑하는 MGM호텔이 건설되었다. 라스베이거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도 이 무렵이다. 물론 호텔과 카지노가 전부는 아니었다. 이미 그 전부터 호텔에는 대규모 컨벤션 센터들도 그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주 수입원이 카지노와 컨벤션으로 양분된 것도 1990년대 무렵이다.

라스베이거스는 계속 확장되고 더욱 화려해져 갔다. 뉴욕, 시저스팰리스 호텔이 문을 열었다. 그 정점은 영화의 주 무대인 벨라지오 호텔이다. 1998년 개장한 이 호텔의 건설비는 17억 달러. 이 시기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관광객이 1년에 3000만 명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멈출 줄을 몰랐다. 1999년 객실 3300개의 만달레이 베이, 객실 3036개의 베네시안 등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01년 라스베이거스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MGM에서 미라지, 트래져, 벨라지오 등을 인수하고 라스베이거스의 큰손 스티브 윈이 데저트 인 호텔을 매입하면서 라스베이거스 호텔과 카지노가 세계적인 거부들의 ‘투자의 큰 판’이 된 것이다. 2004년 MGM미라지가 만델레이 그룹 호텔과 카지노를 인수했다. 그리고 스티브 윈은 윈 Wynn 호텔을 열면서 라스베이거스의 대주주로 등극했다.

물론 라스베이거스의 영광에도 그늘은 있었다. 바로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다. 스탠리 호에 의해 지배되던 마카오가 대규모 자본과 투자를 통해 대형 호텔과 카지노, 컨벤션을 건설해 세계 1위의 도박과 컨벤션 도시의 지위를 차지한 것. 하지만 여전히 라스베이거스는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마력의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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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시 시걸의 플라밍고 호텔 라스베이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벅시 시걸이다. 벅시 시걸은 라스베이거스의 ‘창업 공신’이다. 뉴욕 출신으로 타고난 배짱과 수완으로 뉴욕 마피아의 거물로 성장한 그의 안목으로 라스베이거스는 호텔과 카지노라는 현대적인 ‘도박’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베리 레빈슨 감독, 웨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한 영화 ‘벅시’가 바로 이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았다.

1920년대 마피아 조직에 들어간 그는 특히 랜스키, 루치아노와 삼총사로 악명을 떨치며 힘과 돈을 거머쥐었다. 1929년 결혼해 가정을 꾸린 벅시는 조직의 2인자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1937년 뉴욕 마피아는 할리우드를 주목했다. 그들은 벅시를 이곳으로 파견, 새로운 돈줄인 할리우드 장악 임무를 맡겼다. 벅시는 친구인 배우 조지 래프트의 도움으로 빠르게 할리우드를 접수해 나갔다. 그 와중에 벅시는 여배우 버지니아 힐을 만난다. 타고난 미모, 능란한 말솜씨로 ‘플라밍고’란 애칭의 버지니아 힐에게 흠뻑 빠진 벅시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사업도 제쳐놓고 매달렸다. 결국 벅시를 받아들인 버지니아 힐. 벅시는 그녀를 위해 베버리힐스에 최고급 저택을 구입하는 등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벅시는 뉴욕으로 가던 중 라스베이거스에 잠시 들리게 되었다. 벅시의 안목이 번뜩이는 순간이다. 벅시는 이곳에 호텔과 카지노를 세우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벅시는 마피아 보스들에게 라스베이거스 호텔 건설을 설득해 당시 100만 달러를 받았다. 그는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와 호텔 건설에 매달렸다. 하지만 벅시에게 건축은 생소한 분야. 속도는 나지 않고 대신 돈은 무한정 들어갔다. 그러자 라스베이거스와 뉴욕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벅시가 건설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다” “버지니아 힐이 건설 자금을 스위스 은행으로 빼돌렸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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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는 벅시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지만 루치아노와 랜스키가 벅시에게 시간을 좀 주자고 제안했다. 몇 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호텔은 완공되었다. 벅시는 1946년 12월 26일, 할리우드의 대 스타들을 총동원해 플라밍고 호텔 오픈식을 열었다. 이 플라밍고 호텔이 라스베이거스에 현대식 카지노 설비를 갖춘 최초의 호텔이다. 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쳐 호텔 개관식은 엉망이 되고 호텔과 카지노에는 손님 한 명 없었다. 벅시는 실망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마피아 보스들이었다. 보스들은 벅시의 제안으로 100만 달러에 시작해 결국 600만 달러의 거액을 쏟아 부은 호텔과 카지노가 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벅시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벅시의 동료인 루치아노, 랜스키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1947년 6월20일, 벅시는 집에서 마피아의 총탄 세례를 받고 41세에 숨을 거두었다. 버지니아 힐 역시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살다가 오스트리아에서 자살했다. 벅시 시걸은 비록 마피아였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이곳에 단돈 6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그 투자의 열매를 보지 못했지만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수천 억 달러가 움직이고 플라밍고 호텔보다 큰 호텔이 무려 100여 개가 운집한 환락의 도시가 되었다. 영화처럼 카지노 금고에 무려 1억5000만 달러의 현금이 있는 곳,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곳, 그 화려함의 이면에는 전 재산을 털리고 갈 곳이 없어 지하 하수도에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 뉴욕 자유의 여신상, 베니스의 수로, 파리의 에펠탑, 수백 개의 분수가 그려 내는 화려한 쇼가 있는 곳이 바로 라스베이거스다.

라스베이거스는 어쩌면 가장 미국적이면서 자본주의적인 도시일 것이다. 물론 이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향유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돈이 있는가, 혹은 없는가’에 대답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귀족’이 될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공간으로서 라스베이거스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돈뿐’인 것도 알아야 한다.

[글 정유진(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위키피디아, 포토파크, Daum영화]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6호 (18.1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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