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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러스증권 인수한 디에스네트웍스 전략은…부동산 개발 노하우 증권업에서 꽃피운다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8.11.28 11:00:53
  • 최종수정 : 2018.12.03 15:08:47
최근 증권가에서 토러스투자증권 매각 소식이 화제다. 토러스투자증권은 2008년 손복조 회장이 대우증권 사장을 그만둔 후 직접 만든 증권사다. 손 회장은 증권사 경영에 한계를 느끼고 창업 10년 만에 경영권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매각 소식과 별도로 새 주인으로 낙점된 곳 이름이 낯설다. 디에스네트웍스다. 부동산 개발·시행 전문회사(디벨로퍼)라는데 생소한 증권업에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최근 토러스투자증권을 인수한 부동산 개발업체 디에스네트웍스는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토러스투자증권을 인수한 부동산 개발업체 디에스네트웍스는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디에스네트웍스는

▷부동산 디벨로퍼 회사로는 국내 정상

최근 LH공사는 인천 지역 미니신도시 ‘루원시티’ 주상복합 부지(5·6블록) 입찰을 진행했다. 각각 11곳, 10곳이 입찰에 뛰어들었다. 뚜껑을 열었는데 두 토지 모두 같은 기업이 낙찰받았다. 디에스네트웍스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매입 가격이다. 애초 LH는 5블록과 6블록을 각각 1229억원, 910억원에 내놨다. 디에스네트웍스는 이보다 1000억원 더 많은 3140억원(각 1820억원, 1320억원)을 제시해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웬만한 회사는 엄두도 못 내는 통 큰 베팅이었다. 게다가 디에스네트웍스는 앞서 이 지역 1블록과 2블록도 낙찰받아 아파트 2378가구와 오피스텔 726실 규모의 루원시티 주상복합 사업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분양에서는 26 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디에스네트웍스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탄탄한 재무구조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디에스네트웍스의 자산은 1조5341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9633억원이다. 현금, 현금성 자산도 3592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디벨로퍼 회사 중 국내 최정상급이다. 오히려 토러스증권의 매각 예상가(약 90% 지분)로 거론되는 300억원 정도는 언제든 조달 가능한 소규모 투자처럼 보인다.

이렇게 디에스네트웍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40년 넘게 부동산 개발업을 영위하면서 계속 승승장구해온 덕분이다.

디에스네트웍스의 전신은 1969년에 설립된 대승통산이다. 부동산 개발업체로 크고 작은 사업을 했다. 대승이란 이름을 알린 것은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있는 대승프라자(1997년)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때쯤부터 디에스네트웍스는 디벨로퍼 회사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두가 힘들었던 IMF 외환위기를 오히려 천금 같은 기회로 활용했다. 디에스네트웍스는 이즈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역으로 아파트 부지를 줄줄이 사들였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를 벗어나던 시점인 2002년부터 전국에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단행했다. 대구 침산동 대우드림월드(1289가구), 김해 장유2차 대우드림월드(304가구), 인천 당하지구 대우드림월드(719가구), 대구 사월동 대우드림월드(635가구) 등의 사업이 모두 이때 이뤄졌다. 당시 경기회복세를 타며 아파트는 계속 완판됐고 덩달아 디에스네트웍스도 호시절을 누렸다.

2006년 디에스네트웍스로 이름을 바꾼 후 아파트 외 사업에도 뛰어들어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부산 해운대 팔레드시즈 콘도 332가구 분양에 성공한 데 이어 춘천 소재 골프장 파가니카컨트리클럽 사업도 추진해 성과를 냈다.

디에스네트웍스 관계자는 “부동산 업계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역발상 경영에 있다. 모두가 어렵다, 힘들다 하던 시점에 과감하게 부지를 매입해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시점에 분양에 나섰는데 이게 먹혔다”고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도 디에스네트웍스의 이 같은 역발상 성장 노하우는 빛을 발했다. 당시 국내 금융권 위축, 저축은행 사태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지자 디에스네트웍스는 기다렸다는 듯 IMF 외환위기 때처럼 또 대단위 아파트 부지를 적극 매입했다. 이때 확보한 부지를 바탕으로 2014년에만 세종시 2차푸르지오시티, 마곡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위례효성해링턴타워더퍼스트 오피스텔, 은평뉴타운엘크루아파트 등 3000가구 이상 분양에 성공하며 큰돈을 벌었다. 최근에도 디에스네트웍스는 부동산 경기 하강 조짐이 보이자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부지 매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디에스네트웍스 경영진은 몇 년만 버티면 부동산 경기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금융업 진출 왜?

▷부동산 대체투자 강화 포석

부동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디에스네트웍스가 금융권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7월이다. 디에스네트웍스 자회사를 통해 디에스네트웍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부동산과 대체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내며 주력 사업을 보조하기 위해서란 설명이 뒤따랐다. 여기에 더해 또다시 그룹 자회사인 디에스앤파트너가 토러스투자증권마저 인수했다.

디에스네트웍스 고위 관계자는 “그룹이 그동안 부동산 위주로 덩치를 키웠다면 앞으로는 금융산업을 함께 육성시켜 복합금융상품 등 자금 조달 방안을 다양하게 구축해 보다 크고 다양한 부동산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초 디에스네트웍스는 1대 주주인 손복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1030만6000주(13.56%)를 약 5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런데 추가로 최근에는 나머지 주주들을 설득하며 지분 95%(주식 7254만주)를 확보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500원으로 인수 규모는 약 362억7000만원이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야 추가 증자나 향후 일관된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디에스앤파트너 측은 “금융당국 인가 전이라 조심스럽지만 인수 확정이 되면 추가 증자를 통해 3000억원가량 자본금이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부동산 복합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고 PI(자기자본투자)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복조 회장 외 주주들도 이번 매각에 협조한 이유가 이런 디에스네트웍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향후 회사 발전 방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디에스네트웍스도 손대는 것마다 무조건 잘된 것은 아니다. 한때 벤티지홀딩스란 이름으로 영화 투자 사업은 물론 해외 광산 사업도 추진한 바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NSNET이란 회사에 투자, 태양광 사업도 신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만한 내용이 없다.

이처럼 부동산 분야가 아닌 사업에서는 아직 초보 기업이다. 증권업 진출 관련해서는 정통 전문가 그룹을 빠른 시일 내에 세팅할 수 있는지, 또 브로커리지 위주 증권업에서 얼마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싶다. 디에스네트웍스는 수년 전부터 금융 분야 전문가인 이기욱 부회장을 영입해 신사업 진출을 다각적으로 준비해왔고 계속해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5호 (2018.11.28~1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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