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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레볼루션

  • 명순영 기자
  • 입력 : 2018.11.30 09:26:51
  • 최종수정 : 2018.11.30 09:32:31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이 들썩인다. 판을 뒤흔든 빅플레이어는 2009년 탄생한 넷플릭스(Netflix)다. 유튜브가 동영상 공유로 개인 미디어 시장을 개척했다면 넷플릭스는 영화·드라마처럼 한층 정교한 콘텐츠를 내세우며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는 스마트폰·PC·태블릿 등 기기를 가리지 않는다. 언제 어느 때나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넷플릭스발(發) ‘콘텐츠 레볼루션’은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진행형이다. 2016년 국내 진출한 넷플릭스는 모바일과 PC로 콘텐츠를 공급하다 케이블 업체에 이어 IPTV 서비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OTT(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시장 천하통일 눈앞

극장·지상파·유선 제치고 대세로


지난 11월 21일, 40여개 지상파 방송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LG유플러스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LG유플러스가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잠깐용어 참조) 기업 넷플릭스와 손잡았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는 11월부터 인터넷 TV(IP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단독으로 공급한다.

협회는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연동형 서비스가 한국 미디어 산업 전반을 파괴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며 제휴 철회를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는 현실적인 국내 사업자 보호 정책 방안을 마련하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방송협회 반발은 역설적으로 OTT 대표주자인 넷플릭스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OTT는 ‘Over The Top’의 준말이다. 여기서 ‘Top’은 셋톱박스를 의미한다. 케이블과 IPTV를 즐기기 위해서는 유선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OTT는 셋톱박스 없이도 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다시 말해 인터넷을 통해 각종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거나 내려받는 방식이다.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억3700만명을 확보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OTT 플레이어다.

넷플릭스만 콘텐츠 전쟁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아마존프라임(Amazon Prime), 훌루(Hulu) 등의 플랫폼 기업 역시 방송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투자액만 넷플릭스 8조5000억원, 아마존프라임 4조원, 훌루 2조5000억원에 달한다. IT로 돈을 벌어 영상 콘텐츠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빅플레이어들이 뛰어들며 전 세계 OTT 시장은 급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OTT 시장은 2010년 61억달러(약 7조원)에서 2016년 370억달러(약 42조원)로 5배 이상 커졌다. 2022년에는 834억달러(약 9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승부 가를 무기는 경쟁력 갖춘 콘텐츠

OTT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 적지 않다. 뻔한 콘텐츠로 승부해온 지상파 방송은 물론, 영화 흥행 여부에 따라 천수답처럼 실적이 들쑥날쑥하는 극장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몇몇 나라는 기존 미디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OTT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만 주문형 비디오(VOD)로 이용하도록 한 법안을 도입했다. 자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된 후 36개월이 지나야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 콘텐츠로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역시 자국 제작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이후 OTT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한국에서도 격변의 바람이 몰아친다. 변혁 주체는 역시 넷플릭스다. 지난 2016년 국내 첫발을 뗐을 때만 해도 넷플릭스는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막강 자본을 앞세우며 콘텐츠 시장을 야금야금 장악하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YG전자’ 등 다양한 화제작을 낳았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4분기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 콘텐츠 50%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300억원 판권 계약에 따라 넷플릭스에 공급된다.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 3년도 채 안 된 기간 동안 쓴 돈은 1500억원이 넘는다.

넷플릭스가 영역을 넓혀가자 기존 미디어 기업은 자체 OTT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전력을 쏟는 분위기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신성장동력으로 자사 OTT 플랫폼인 ‘옥수수’에 기대를 건다. 지난 2분기 옥수수 가입자는 914만명으로 올해 1000만명 돌파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사, 연예기획사 등과 협업해 스포츠 콘텐츠, 영화,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개발로 몸집을 불려가겠다는 복안이다. KT도 자체 OTT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포털 네이버는 동영상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통해 웹예능을 선보였다. ‘왓챠플레이’ ‘아프리카TV’ 등도 OTT 주요 플레이어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미디어 시청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억지로 저지하기보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잠식당하지 않도록 국내 미디어 시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 혁명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며 “정부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발(發) 콘텐츠 혁명은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인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구매·제작을 확대하면 창작자, 제작자,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글로벌 유통망 접근 기회가 생긴다. 제작 환경이 한결 좋아져 콘텐츠 품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잠깐용어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Top’은 셋톱박스를 의미한다. 케이블과 IPTV를 즐기기 위해 유선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OTT는 온라인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을 통해 셋톱박스 없이도 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노승욱·강승태·김기진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5호 (2018.11.28~1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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