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큐브 개발 스토리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최근 폭발적 성장세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약 100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2~3배 늘었다. 올해 역시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소비자 기대와 요구도 높아졌다.

[기획]삼성큐브 개발 스토리

'삼성 큐브'는 지난해 출시한 '블루스카이 6000' 이후 삼성전자가 약 1년 만에 선보인 공기청정기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인 만큼 기획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 큐브 개발팀은 정밀한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신문선씨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은 공기청정기를 사치품으로 여겼다”면서 “그러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차츰 붐이 일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온 가족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큐브는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필터 성능과 교체 △조용하고 편안한 바람 △집안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반영해 탄생했다.

소비자가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공기청정기 핵심일 수 밖에 없다. 큐브는 미세먼지 차단률 99.999%를 구현한다.

선행개발팀 윤소영씨는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제품에 필터를 하나 더 추가하는 방법을 고려했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필터가 촘촘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계속 필터에 쌓이면 바람이 들고 나는 길이 막혀 정화된 공기가 순환되지 않았고, 소음까지 발생해 전체적인 성능이 떨어졌다”면서 “먼지를 잘 거르면서도 공기 순환이 잘되는 새로운 필터를 만들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하이브리드 집진필터'다. 대부분 공기청정기에 사용하는 집진필터는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모은다. '하이브리드 집진필터'는 집진필터에 고전압을 걸어 필터 섬유에 '정전기 유도 현상'을 일으켜서 미세먼지를 강한 정전기력으로 모은다. 강한 전기장은 필터 속 세균까지 살균하는 효과도 있다.

이 때 '필터세이버'로 미세먼지에 정전기를 부여해 전기적 성질(+)을 가지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미세먼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전기적 성질(+)을 가진 미세먼지가 고드름 형태로 쌓이기 때문에 필터 바람 구멍이 먼지로 막히는 일이 없어져 원활한 공기 순환이 가능하다.

윤소영씨는 “하이브리드 집진필터에 정전 커버(알루미늄 망)를 추가해 필터 효율이 높아지고 교체주기가 길어졌다”면서 “기존 필터 앞뒤에 있는 정전 커버는 정전기 에너지가 감소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필터세이버가 있는 큐브의 경우 최대 2배까지 필터 수명을 연장시켜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도 줄였다.

소비자 조사결과를 토대로 큐브 개발진이 새롭게 적용한 기술이 '무풍'이다. 이 기술은 무풍에어컨에 최초로 적용했는데, 가까운 거리에서도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삼성만의 독자적 기술이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바람이 나오는 가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제품 목적과 작동 원리, 설계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에어컨에 적용된 원리를 공기청정기에 적용하기까지 개발팀 고민이 많았다. 그렇다면 '무풍' 기술은 어떻게 큐브에 담길 수 있었을까?

개발팀 김영재씨는 “어느 겨울 공기청정기에서 나오는 찬바람에 아이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여름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무풍' 기술을 적용하면 춥지 않으면서도 깨끗한 공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시중에 출시된 다양한 공기청정기를 수집해 바람 속도를 측정했다. 대부분 바람속도는 6~10m/s 정도였고,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풍에서도 1~5m/s에 달했다. 공기온도가 같더라도 이 정도 속도에서는 약 2~4℃ 정도 차게 느껴지는데, 공기청정기 근처 어린이나 노약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개발팀은 오랜 연구 끝에 무풍에어컨에 적용한 하이패스 유로기술과 마이크로 홀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그 결과 에어컨보다 저항이 큰 공기청정기에도 바람 속도를 0.15m/s 이하로 낮춘 무풍 청정을 구현했다.

큐브에 무풍 모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난히 공기질이 나쁘거나 빠르게 공기를 정화하고 싶다면 '강한 풍량' 모드를 가동시키면 된다. '강한 풍량'시 전면부 패널이 자동으로 약 3㎝가량 앞으로 나오고, 바닥면을 제외한 좌측과 우측, 상단의 바람 토출구에서 깨끗한 공기를 강하게 내보낸다.

김영재씨는 “큐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강한 풍량' 모드로 어느 정도 공기질을 개선한 후 '무풍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라면서 “무풍 모드로 바꾸면 바람 토출구가 다시 내부로 사라져 냉기는 물론 소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무풍 모드는 소음이 최대 22데시벨(도서관 권장 소음 45데시벨) 수준으로 떨어진다.

큐브는 업계 최초로 분리·결합이 가능한 모듈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큐브 2개를 한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어 공기청정기를 거실과 방 다양한 집 공간에 맞춰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켰다.

선행개발팀 정세관씨는 “한 제품만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14평형, 두 제품을 결합하면 28평까지 공기청정이 가능하다”면서 “기존에 없던 개념의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다 보니 새로운 리소스를 개발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