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빌려타던 독도 연구 설움, 내년엔 끝낼까

박병률 기자

당국서 번번이 퇴짜 맞던 ‘전용조사선’…470조 슈퍼예산 편성에 기대

60시간. 경북 울릉군 울릉도에 있는 해양과학기술원(해기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연구원들이 1년 동안 독도 주변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지를 만들어 놓고도 정작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독도로 갈 전용 조사선이 없기 때문이다.

해기원은 그동안 전용 조사선을 요구해왔지만 지금까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예산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당했다. 470조원의 슈퍼예산이 편성되는 내년에 4전5기 끝에 전용 조사선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독도전용조사선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조사선 모습. 자료제공|해양과학기술원

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독도전용조사선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조사선 모습. 자료제공|해양과학기술원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다목적 독도 전용 소형 조사선 발주 사업’이 상임위를 거쳐 예산결산위원회에 올라가 예산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올 예산안 편성 때 해양수산부가 부처 요구안으로 올렸지만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여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장비까지 포함해 건조비가 25억원에 불과한 20t급 소형 선박이지만 신규 사업에 대한 기재부의 깐깐한 심사기준을 넘지 못한 것이다. 2014년 문을 연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지속적으로 전용 조사선의 필요성을 요구해왔지만 매번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올해는 국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오영훈 의원 등이 부당함을 제기한 끝에 전용 조사선 건조비 25억원 편성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기재부가 부정적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오는 30일 예결위에서 신규 예산으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원들은 그간 낚싯배를 빌려 독도 주변을 연구해왔다. 하루 용선료만 400만~450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하루에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89㎞를 낚싯배로 오가며 7~8시간을 바다 위에서 허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낚시 성수기나 파도가 높을 때는 용선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연간 연구를 할 수 있는 날은 연중 20여일에 불과하다. 1년 내내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줄잡아 60시간밖에 안된다는 말이다. 독도 육상생태계 조사는 더 열악해 날씨가 좋은 날 오전 여객선이 들어갈 때 여행객들과 같이 입도했다가 잠시 연구한 뒤 오후에 배를 타고 나오는 식이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관계자는 “낚싯배에 고가의 장비를 실을 수 없어 연구가 제한되는 데다 겨울철에는 파고가 높아 사실상 연구가 어렵다”며 “고속 전용선이 있으면 연간 100일 정도 연구가 가능하고 왕복 이동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연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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