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줄이려다 8년 늘어난 감방생활

정대연 기자

특수상해 재미동포, 미국서 12년 복역하면 가석방됐을 수도

2년 짧은 한국 이송 선택…법 바뀌어 2020년까지 기다려야

2년 줄이려다 8년 늘어난 감방생활

한국 국적인 박근호씨(37)의 가족은 박씨가 11살이던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박씨는 19세 때인 2000년 현지의 한 식당에서 저지른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2년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박씨에게 ‘12년 수감 후 가석방이 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종신형은 한국에서의 무기징역과 유사한데,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수형자의 30%가 종신형일 정도로 종신형 선고 비율이 매우 높다.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한 박씨는 일부 복역기간에 대해 1.5배 가중 인정을 받으면서 2012년 9월15일부터 가석방 심사 대상 자격이 부여될 예정이었다.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박씨가 한국 법무부에 이송 신청을 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한국 형법상 무기징역의 경우 형기가 10년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했다. 박씨는 한국으로 가면 2년 먼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는 2011년 한국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2010년 한국 형법 조항이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이 지나야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바뀐 법조항은 이미 수감 중인 사람들에게도 적용됐다. 2년 빠른 가석방을 기대하고 한국에 온 박씨는 오히려 수감생활 20년을 채운 2020년 9월15일이 지나야 가석방 대상자가 될 처지가 됐다.

한국으로 이송되고 나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눈앞이 막막했다. 박씨 측은 “이송협약은 ‘선고국(미국)은 수형자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이송) 동의의 법적 결과에 대해 충분히 알고 동의하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한다”며 “하지만 박씨는 미국 정부나 주미 한국대사관 등 양국 소관부서로부터 이송의 효과나 개정 형법 규정 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 형법 개정 내용을 고지받았다면 이송 신청을 철회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의 법률대리인은 “박씨가 미국에서 계속 수감생활을 했다면 2012년 가석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안동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씨는 26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가석방 심사 가능일자 고지, 이송 처우 및 분류 처리에 관한 정보 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앞으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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