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기화된 CCTV 살려내자 범행 ‘술술’ 자백

조미덥 기자

영상·음성 복원 중요해져

[최후의 목격자-과학수사](5)초기화된 CCTV 살려내자 범행 ‘술술’ 자백

요즘 강력사건 수사에선 현장의 폐쇄회로(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영상과 음성은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단서가 된다. 최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거제 묻지마 살인사건’에서도 CCTV가 숨은 목격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요한 영상이나 음성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거나 시간이 흘러 지워졌을 땐 어떻게 할까. 이 문제에 대응하려고 대검찰청은 2014년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 영상·음성파일 복원에 특화된 멀티미디어 복원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 경남 통영시 한 해안에서 40대 여성 ㄱ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된 수사에서도 이 팀의 영상 복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해경은 ㄱ씨 시신 부검에서 프로포폴 성분이 과다 검출되자 ㄱ씨가 사망 전날 방문한 병원 원장인 ㄴ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ㄴ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ㄴ씨는 병원 CCTV도 초기화했다.

이 팀이 복원해 낸 CCTV에는 ㄴ씨가 냉장고에서 프로포폴을 꺼내 ㄱ씨에게 투여하는 장면, ㄱ씨가 움직이지 않자 응급처치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ㄴ씨는 결국 혐의를 시인했다. ㄴ씨는 업무상과실치사, 사체유기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음성이 주요 증거가 될 때가 많다. 지난해 11월 한 남성이 부인의 사촌오빠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에선 복원된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가 범행 동기를 설명하는 단서가 됐다. 이 남성이 부인과 피해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전화 통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한 남성은 블랙박스 덕분에 억울함이 풀렸다. 블랙박스를 복원하니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해당 날짜에 차 안에서 남성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음성이 나온 것이다.

옆에서 잠시 지켜본 멀티디미어 복원 작업은 모니터 속 ‘0’과 ‘1’의 무한 행렬 속에서 틈새를 찾아내는 고된 작업이었다. 한 수사관은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해당 기기에 맞는 복원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한다”며 “우리가 못하면 국내 어디서도 복원하지 못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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