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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홍크(HONK) ‘MONOSANDALOS’ 우울함도 힙하다

입력 : 
2018-11-28 10: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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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이라는 영화에선 “우리 죽지 말고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라는 대사가 나온다. 섣부른 위로나 상대의 고통을 방관하며 진열하는 것 말고 그냥 다 함께 불행하자는 말이 가끔은 큰 위로로 다가온다. 신인 싱어송라이터 홍크의 1집 앨범을 들었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난 밤을 새는 거 하나 말곤 잘 하는 게 없지/새벽이 무색해지게/창문이 새하얘지네/도망가는 가사 몇 개를/주워다 쓰게 삼킬게’(‘눈’) ‘모난 말을 던져 생채기가 난 거울을 먼저 닦자/무거운 기분을 업고 놀자/취할 술도 없다만/마음이 이만치 소란한데도 우리 이야긴 잘도 잔다’(‘안자려고 안잔게 아니고’). 마치 막 등단한 시인의 실험적인 문장 같은 시적인 가사, 미니멀한 비트와 낮고 블루지한 보컬, 나른한 기타 톤.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홍크는 1집 앨범에서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다 피아노 연주와 프로듀싱,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스스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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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은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 ‘한쪽 신만 신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IASON(이아손)이 변신한 헤라를 업고 강을 건너다 한쪽 신발을 잃어버린 일화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불안정한 마음을 업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정했다고. 4장의 EP 앨범과 ‘장범준’ 1집 등에 참여한 홍크는 우울과 불안과 연민에 대해 노래하는 8곡에 ‘남과 남은’, ‘어쩌면’, ‘젖은 머리를 기대는 당신은’까지 3곡을 리마스터링해 보너스 트랙으로 실었다. 신과 같은 존재에 괴로움과 불평을 토로하는 내용을 담은 ‘이아손(IASON)’, 잊고 살아가다 불쑥 마음을 훔쳐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노래하는 ‘눈’에 이어 술에 잔뜩 취해 아침 해를 보다가 만들었다는 ‘안자려고 안잔게 아니고’가 이어진다. 홍크가 학창시절부터 오랫동안 살았다는 서울 동쪽의 동네 이름을 딴 ‘개롱’은 포크송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폭발하는 노이즈가 귀에 박히는 곡으로, ‘안자려고 안잔게 아니고’와 함께 앨범의 백미를 장식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서울시 개롱까지가 이렇게 위화감 없이 연결되는 게 신기하다. 이는 아마도 홍크가 자기 노래 속 불안의 날과 불면의 밤이 한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모두의 보편적 원형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업고 살아가는 조용한 고통의 짐을, 홍크 자신의 최대한 사적인 언어로 풀어낸 앨범이다.”(팝 칼럼니스트 성문영) 씁쓸함을 외면하며 살다가 술을 마시거나 음악을 들을 때 선명하게 튀어나오는 감정들이 있다. 젊은 뮤지션 홍크는 말하자면 그 과정에 들려주면 좋을 듯한 백그라운드 뮤직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듯 하다. 애매한 억양의 블루지한 보컬이 전자음과 피아노, 기타 사이를 휘돌아 감는데, 자꾸만 침잠하고 싶어지는 밤, 나만 빼고 다들 잘 자고 있을 듯한 불면의 밤, 듣고 싶어지는 앨범이다.

▶모리슨호텔, 카페언플러그드에서 단독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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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EP앨범 ‘ㅇㄱㄱㄴㄴㅇㅇ(이게 그냥 나예요)’를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모리슨호텔이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17살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보컬 이지은의 청아한 목소리가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흐르는 ‘이게 그냥 나예요’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달라는 10대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1집 ‘항해’로 젊음의 방황을, 2집 ‘결혼하는 날’로 웰메이드 축가를, ‘멋진 한 사람’으로 노인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그가 최근 펴낸 싱글이다. 이번 공연에는 피쳐링에 참여한 보컬 이지은, 오랜 기간 밴드 멤버로 호흡한 김기빈, 유수희가 출연하며 장미여관의 기타리스트 배상재, 한국과 이태리를 오가며 활동하는 메조소프라노 한승연이 우정출연 한다. 모리슨호텔은 2007년 ‘항해’가 수록된 1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정규 앨범 2장과 EP 4장 등을 발표하며 힘 있는 중저음의 음색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최근에는 결혼 축가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결혼하는 날’의 뮤직비디오 제작비 펀딩을 성공시키며 팬들의 꾸준한 지지를 확인 중이다. 담담하게 흐르는 포크 뮤직 사운드와 모리슨호텔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면 예매를 서두를 것. 11월30일(금) 저녁 8시 카페 언플러그드, 예매 2만 원(현매 2만5000원).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미러볼뮤직, 오름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6호 (18.1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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