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험 회사 펫플렌(Petplan)이 발표한 ‘반려견 사이즈별 추위 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대형견은 기온이 영하 9도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하고, 소형견은 영하 4도 이하라면 생명의 위협을 걱정해야 한다. 눈이나 비가 내려 습도가 높은 날엔 각각 영하 7도와 영하 2도로 기준이 높아지고, 추위에 익숙한 헤비 코트 견종은 기준에서 1도가 더 떨어져도 괜찮다고.
반려동물의 나이와 건강 상태도 추위와 관련이 높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당뇨병이나 신장병을 가진 반려동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나 나이 많은 반려동물이라면 특히 더 기온에 민감하고 체온 조절이 쉽지 않다.
사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추위에 더 취약하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어 땀을 배출함으로써 체온을 조절하기가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오래 머물면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개와 고양이는 체온 유지를 위한 자체 시스템을 가동할 줄 안다. 개는 몸을 부르르 떨어 근육을 진동시킴으로써 열을 내 몸을 덥히고, 털을 세워 몸 주위에 공기 층을 만드는 식으로 열의 발산을 막는다. 고양이도 가을부터 먹는 양과 털 양을 부풀려 체온 유지에 대비한다. 그러니 반려인으로서 방한 용품을 완벽 구비해 주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려동물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돕는 편을 권하고 싶다.
산책 중 반려동물이 몸을 떤다면 추위를 느낀다는 신호다. 실내에서 코를 묻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전열기를 사용하면 공기가 건조해져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담요를 깔아 주거나 잠시 옷을 입히면 좋다. 장시간 옷을 입혀 두면 자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각질과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삼가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방한 용품을 자급하는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넣고 수건으로 감싸 반려동물이 애용하는 방석 위에 올려 주거나, 보온성이 높은 골판지를 담요 밑에 깔면 좋다고. 더 저렴하게는 꾸준한 빗질도 도움이 된단다. 추운 날씨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되므로 빗질을 자주해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나는 요즘 ‘개 난로’ 수리 덕을 톡톡히 본다. 이제 체온을 나누어 달라고 보채지만 말고 수리의 자체 체온 조절 능력이 원활하도록 도와야겠다. 개 난로는 영원해야 하니까.
[글 이경혜(프리랜서)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6호 (18.1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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