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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하면, 집값 떨어질까?! 분양가 인하 대신 건설사 공급 축소 우려

김경민 기자
입력 : 
2018-11-28 10: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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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울시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오히려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

사진설명
정부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아파트단지 모습.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공동주택 분양가격 세부내역 공개 항목을 현재 12개보다 5배가량 늘어난 61개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SH공사 분양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조치다.

SH공사는 2007년부터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격을 택지비 3개 항목, 공사비 5개 항목(토목 건축 기계설비 등), 간접비 3개 항목(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등), 그밖의 건축비에 가산되는 비용 1개 항목 등 총 12개 항목에서 공개해왔다. 이 중 현재 5개 항목으로 구성된 공사비를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공개 항목을 늘릴 예정이다.

먼저 토목공사비 항목은 토공사, 옹벽공사 등 13개 항목으로 드러난다. 건축공사비는 기초공사, 철골공사, 미장공사 등 23개 세부항목으로, 기계설비공사비는 급수설비공사, 자동제어설비공사 등 9개 세부항목으로 각각 나눠 가격을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공택지 내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분양원가 산정도 어려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먼저 공공택지에 한해 적용되지만 향후 민간 건설물량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61개로 확대됐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2개로 축소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민간 아파트는 폐지됐고 공공 아파트에서만 유지돼왔다.

정부, 지자체가 또다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나서는 건 집값 안정을 위해서다. 아파트 분양가가 공개되면 주변 아파트값 거품이 꺼져 집값이 진정될 것이라는 논리다. 신규 분양가가 치솟으면 주변 시세가 따라 오르고 다시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경기도시공사가 공공택지에서 지어진 민간 건설사 분양원가를 공개할 당시 경실련은 건설사가 실제로 쓴 건축비가 분양 당시 공개한 건축비보다 20~30% 높게 책정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나 TV 등 가전제품 생산업체가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민간 기업 상품인 아파트 원가공개를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항목별로 정확한 분양원가 산정이 어려운 만큼 분양가 인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우려도 크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오히려 소비자 분쟁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주장이다. 공시되는 항목은 실제 투입 공사비가 아니라 추정 가격인데 이를 세부적으로 공개하면 향후 소송 남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가 공개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기피하면 향후 공급물량이 줄어 집값이 급등할 우려도 크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28만8000여 가구였던 아파트 분양물량은 분양원가 공개 이후 급감해 2010년 17만2000여 가구까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건설사 공급 물량이 줄어 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6호 (18.1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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