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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매출에도 웃지 못하는 카카오…게임·금융·모빌리티 부진 ‘실속 없는 장사’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11.26 09:10:17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익화가 시급하지만 카풀, 택시, 대리운전 중 어느 것 하나 유료화 작업이 쉽지 않다. 사진은 카카오카풀 사업에 대한 항의 표시로 24시간 파업에 나선 택시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익화가 시급하지만 카풀, 택시, 대리운전 중 어느 것 하나 유료화 작업이 쉽지 않다. 사진은 카카오카풀 사업에 대한 항의 표시로 24시간 파업에 나선 택시들.

‘최대 매출, 최대 비용’.

카카오의 지난 3분기 실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영업비용도 만만찮게 증가,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했다. 이익은 저조한 채 외형 성장만 계속하고 있는 카카오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카카오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993억원, 307억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증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35%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9%대에서 5%대로 반 토막 났다. 벌써 2년째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보통 매출 대비 20% 안팎 영업이익을 내는 네이버와 비교된다. 카카오는 올 1분기와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 38% 줄었다. 매출은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이익은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다.

카카오는 신사업 투자로 인한 ‘성장통’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광고, 콘텐츠, 커머스 등 게임을 제외한 기존 사업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금리 대출 못 하는 카카오뱅크

모빌리티는 합법화·유료화 난관

‘축도 모르고…’ 카카오 바둑AI 망신

카카오의 3분기 실적 중 광고 부문 매출은 전통적 광고 비수기 영향에도 불구하고 플러스친구, 알림톡 등 카카오톡 메시지 기반 광고 매출의 성장으로 167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멜론을 중심으로 한 음악 콘텐츠 부문 매출(1360억원)도 같은 기간 11% 늘었다. 멜론 유료 가입자가 전분기 대비 15만명 증가한 때문이다. 기타 유료 콘텐츠 매출(713억원)은 같은 기간 57%나 급성장했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의 거래액이 각각 51%, 165% 급증한 덕분이다. 기타 매출(1255억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메이커스 등 커머스의 지속적인 성장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신규 사업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단, 이 같은 매출 상승은 그에 상응하는 마케팅비 지출의 영향이 컸다. 카카오는 올 3분기에 5686억원의 영업비용을 썼다. 지난해 동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페이지·픽코마 등의 콘텐츠 수급비용 증가, 카카오페이 지급 수수료 증가 등이 반영됐다. 카카오페이는 송금 수수료 전면 무료·픽코마도 ‘기다리면 무료’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과금을 피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을 끌어모으고 있다. 과거 카카오택시가 콜비를 무료로 내세워 콜택시 시장을 평정한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나 카카오택시가 올 상반기 유료화에 차질을 빚었듯, 무료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료화에 대한 소비자 저항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송금을 100% 무료로 내세우는 것은 트래픽을 모으기에 좋지만 출혈이 상당할 것이다. 토스는 금융에 관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취급하는데 카카오페이가 과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게임도 요즘 성적이 시원찮다. 카카오는 올 3분기 모바일 신작 출시 지연과 검은사막 비수기 영향, 배틀그라운드 부진 등의 영향으로 게임 부문 매출(994억원)이 전분기 대비 11% 하락했다. 특히 한때 PC방 점유율 30%대 후반에 달했던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점유율이 17%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게임 사업 부진에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회계감리 과정이 지연되며 당초 연내로 목표했던 코스닥 상장 계획도 철회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사의 블록버스터 MMORPG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카카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도 배틀그라운드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시작됐음이 확인됐다. 게임사업부는 카카오의 어두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신사업이 시원찮다. 용두사미로 전락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 사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당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정체된 은행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범 1년이 훌쩍 넘은 현재 “시중은행에 대한 카카오뱅크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란 게 업계 평가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인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에 어긋난 영업 행태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차주 중 고신용(1~3등급) 비중은 96.1%로, 국내 은행의 평균치 84.8%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올해 3월 말 기준). ‘중금리 대출’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고 기존 금융업계 영업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이력이 없는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에 뛰어들었다가는 연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 금리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초기에는 바람몰이를 위해 시중은행 대비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이자를 지급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지난해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 건전성 우려가 부각되자 최근 수익성 강화를 위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대출은 시중은행보다 더 금리가 높은 경우도 있다.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를 더 이상 핵심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00억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 수익화가 시급하지만 카풀, 택시 배차, 대리운전 중 어느 것 하나 유료화 작업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풀 기사용 앱을 통해 기사 회원 50만명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의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카풀 사업에 대한 규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유료 배차도 난관에 부딪혔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카카오T 택시에 최대 5000원의 웃돈을 내면 인근 빈 택시를 강제로 배차하는 유료 서비스 ‘즉시배차’를 추가할 계획이었으나 적정 요금 논란과 업계 반발로 도입이 무산됐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는 즉시배차를 포함한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관련 기관과 조율 중에 있다”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택시업계 반발은 여전하다.

대리기사를 상대로 과금하는 ‘프로서비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대리기사가 월 2만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대리운전 콜을 우선 배정받는 서비스다. 그러나 운임료의 20%를 떼 가는 수수료와 별개로 내야 하는 추가 비용이어서 대리기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카카오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준비 중인 인공지능(AI) 사업도 최근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카카오가 개발한 바둑 AI 오지고(Og-Go)는 지난 11월 4일 국내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의 대국에서 겨우 83수 만에 불계패했다. 오지고가 바둑의 기본 규칙 중 하나인 ‘축’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축구로 치면 ‘핸들링’도 모르고 경기에 임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카카오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11월 14일 카카오 주가는 10만3000원으로 연초(13만7000원) 대비 25% 하락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40개 종목 중 11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최근 증시가 약세장임을 감안해도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성적표다. 카카오는 다시 계열사 진열 정비에 나섰다. 지난 9월 음악 플랫폼 카카오M을 흡수합병한 카카오는 최근 음악·영상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업체 ‘럭시’를 흡수합병하기로 했고 카카오커머스는 오는 12월 분사시킨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실적은 카카오 신사업에서 단기간에 이익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당분간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매출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성과를 낸다면 주가에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4호 (2018.11.21~1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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