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꼽히는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친정부 성향의 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지나면서 정부 정책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 일자리 등 정부·여당이 경제 현실을 감안해 추진하는 정책마다 사사건건 반대하며 발목을 붙잡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것도 부족해 경제·산업·노동 분야는 물론 통일 사회 복지 등 국정 전반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할 태세다.

민주노총 등 52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12월1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정부규탄 민중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11·21 총파업’에 이어 촛불시위를 주도한 모든 단체가 총집결해 다시 대정부 압박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민중공동행동은 동시에 탄력근로제 확대 금지, 대북제재 중단, 재벌청산, 국가정보원 해체,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규제프리존법 폐지 등을 담은 10개 부문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 촛불주도 단체가 세 결집에 나선 것은 ‘정부 길들이기’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올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동시에 혁신성장의 강도를 높였다. 고용 참사가 이어지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자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을 사실상 철회하고 은산분리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푸는 등 규제 혁신을 추진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 현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여·야·정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그때마다 일제히 반발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가 ‘촛불 정부’ 탄생을 주도했는데 정부가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안 그래도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마저 대거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의 연내 입법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도 이 같은 좌파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국 사회에서 개혁이 가장 절실한 노동 분야에서 기득권을 가진 대형 노조들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이를 포기하고 지지율 지키기에 안주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추동력 상실이나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기보다는 원칙과 상식, 개혁의 대의에 맞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중장기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